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공동 주최, 의협회장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킬러문항(변별력을 위해 의도적으로 포함하는 어려운 문제)에 어떻게 답변했을까?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15일 의협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기호 3번 임현택 후보가 경찰 출두를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기호 1번 박명하 후보, 기호 2번 주수호 후보, 기호 4번 박인숙 후보, 기호 5번 정운용 후보가 참석했으며, 선관위 고광송 위원장과 김세헌 위원이 배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자별 정견발표는 생략하고, 공통 질의, 개별 질의, 방청석 질의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의사단체가 주최한 기존 후보토론회와 다르게 16개 출입기자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인 만큼 선거과정중 불거진 후보들의 의혹 또는 우려에 대해 묻는 개별 질의가 관심을 끌었다. 후보에게는 각각 두 건씩 개별 질의가 할당됐다.

기호 1번 박명하 후보에게는 지난해 10월 25일 임현택 후보와의 공동 기자회견이 이필수 집행부의 협상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주어졌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박명하 후보는 임현택 후보와 함께 의협 집행부가 보건복지부와 의대정원 확대를 이면합의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 제기가 의료계 내분을 조장하고, 의협 집행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명하 후보는 “지난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가 시작될 때부터 반대한 사안이다. 당시 집행부는 전공의 처우를 긴급하게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했지만, 저는 정부가 9.4 의정 합의에 따른 의ㆍ정협의체로 인식해 원격의료와 의대정원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결국 원격의료는 시범사업 형식으로 진행되고, 의대증원 문제도 진행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임총을 열고 9.4 의정합의에 따른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청했다.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박 후보에게 타 후보에 비해 투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불식할 차별화된 투쟁 전략을 말해 달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박 후보는 “간호법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투쟁력이 약해서 실패했다면 질책을 감수하겠지만 성공했는데 투쟁력이 약하다는 질문은 의아하다.”라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삭발한 상태다. 퍼포먼스로 이용하고자 했다면 기자들 앞이나 집회 연단에서 삭발했을 것이다. 경찰서 출석 전날 대구에서 토론을 마치고 새벽 2시에 집에 올라와 삭발했다. 아내가 깎아줬다. 투쟁이 목적이 아니라, 성공이 목적이다. 외부에 투쟁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저를 가다듬고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기호 2번 주수호 후보에게는 의대정원 증원 반대 과정에서 논란을 유발하는 발언으로 인해 의사 직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의협과 괴리되는 면이 있는데,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주 후보는 “의사를 때리면 표가 되고 의사를 안고 가면 표가 떨어진다는 걸 보수와 진보, 좌ᆞ우 구분없이 모든 정치권이 믿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면서, “힘들어도 극복해야 할 대한민국 의사의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의사들이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 지형 속에선, 의사들이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집단이 될 수 없다는 게 저의 믿음이다. 홍보를 잘하면 국민이 의사들 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허황된 꿈이다.”라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다만, 우리가 말할 때는 조금 더 조심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다. 빌미를 줄 수 있는 단어 사용과 잘못된 어휘 선택을 자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주 후보에게는 강제지정제 폐지, 심사제도 개선, 수가결정구조 개선 등 정부와의 노련한 협상력이 요구되는 공약을 제시한만큼 협상력이 준비됐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주 후보는 “우리 목표가 투쟁은 아니다. 마지막엔 협상을 해야 한다. 투쟁은 협상을 위한 단계이고 투쟁력이 강해야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때도 협상했고, 의협 공보이사나 회장을 할 때도 협상했다.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을 만날때 기자를 대동하지 않았다. 보여주기 쇼가 아닌 제대로 된 협상을 해왔고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호 4번 박인숙 후보에게는 국회의원 출신이 장점과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 당시에도 이루지 못했던 의료개혁을 의협 회장이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건네졌다.

답변에 앞서 박인숙 후보는 국회의원 경력이 의협회장을 하는데 왜 단점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따졌다.

주최 측은 보건의료계 직역단체는 여당ᆞ야당 치우침없이 단체의 요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데, 보수적인 성향인데다가 보수정당에서 일한 경험 때문에 진보적인 역할을 하는데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애당심이 별로 없었다. 당을 살리는 것은 두 번째고 지역 주민이 먼저고 국가를 위해서 일했다. 보수적인 색을 지워야 한다는 말은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의료개혁 가능성과 관련해선 “지역구 의원만 8년을 했는데 많은 의사가 비례의원만 한 번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료계에서 밀어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비례도 아니어서 지역이 우선이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후보는 “하지만 8년 동안 낸 287개 법안중 40%가 보건의료 관련 법안이었다. 그리고 보건복지위원이 아니었지만 의료계 민원도 많이 받았다. 비례는 아니었지만 보건복지 분야에 많은 기여를 했다.”라며, 의협회장을 맡으면 의료개혁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두번째로 박 후보에게 과거 의협 집행부의 집회나 시위를 보여주기식 행동이라고 비판해놓고 최근 의대정원 증원 관련 집회에는 여러 차례 참석한 것은 선거를 의식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주어졌다.

그러자 박 후보는 “굉장히 섭섭한 질문이다.”라면서, “저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후보는 “해명은 잘못했을 때 설명을 하는 것인데 잘못한 게 없다. 이런 질문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섭섭하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박 후보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때에 따라 다르다. 모든 집회를 가거나, 모든 집회를 안가거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중요해서 참석했고, 아젠다에 따라 갈 수 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국회에 있을 때 의협의 정치력 부재를 뼈져리게 느꼈다. 국회의원 사용법에 대해 너무 모른다. 정부의 의견만 국민에게 전달되는 기울어진 상황에서 시위를 포함한 모든 일을 강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기호 5번 정운용 후보에게는 의협을 권익단체를 넘어 민주적 전문가 단체로 변화시키겠다는 공약이 ‘회원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원이 주인인 의사협회’라는 의사협회 미션과 상충되는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정운용 후보는 “큰 장사꾼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사람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결과는 국민적 불신이다.”라며, “CCTV 설치 의무화법과 의사 면허취소법 등을 불러왔다. 좁은 이익에 매몰된 권익 투쟁은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권익은 시야를 넓혀서 더 크게 지켜야 된다. 환자의 권익을 지키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면 그 속에서 의사의 권익도 실현될 수 있다. 이상주의 같지만 지금이야말로 이런 부분이 더 적극적으로 제기돼야 한다.”라며, “제 주장과 권익은 서로 일치한다.”라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정운용 후보에게는 의료 정책에 대한 접근이 의협 회장보다는 국회의원에 가까워, 당선이 목적인 선거를 하고 싶은 건지, 추구하는 이념과 방향성을 알리려는 선거를 하고 싶은 건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정 후보는 “그동안 추대돼 회장이나 비대위원장 등을 맡아 투쟁을 이끈 적은 있지만 선거에 출마한 건 처음이다.”라면서, “당선을 목적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해 10월부터 동료 의사 300여명과 현안에 대해 토론해 보니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료개혁을 하려면 의사협회를 개혁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모아져 공약을 만들고 출마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전문가 집단인 의사협회 선거에서 현재의 의료 위기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제시한 공약이 의협회장 선거 공약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 회원 권익을 위한 활동을 오래해왔지만 많은 회원이 의협에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전반의 정서가 국민의 요구와 간극이 크다. 그래서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가 되자는 공약을 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방청석 질의에서도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졌다.

먼저 정운용 후보에게는 전문가 단체로서 신뢰를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는 질문이 나왔다.

정 후보는 “의사라는 직업은 최선을 다하면 환자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역할이다.”라며, “의료개혁을 통해 의사들이 좀 더 여유롭고 환자도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 돌봐주는 진료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차근차근 갈 수밖에 없다. 상처가 깊고 넓기 때문에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명하 후보에게는 타 후보보다 조용한 행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박 후보는 “비대위 조직위원회의 특성 때문이다. 조직위는 내부의 조직 강화를 위해서 의대생, 전공의, 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 조직을 강화하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본분이다.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조직강화에 이어 의대생과 전공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시 25개 구이사회장과, 16개 시도 의사회장들과 법률자문 뿐만 아니라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수호 후보에게는 과거 사법 처리 이력 때문에 회원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주 후보는 “사죄의 말씀은 그만 드리겠다. 개인의 범죄 이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개인 외에 수사기관밖에 없다. 왜 지금 주수호의 과거 잘못된 이력이 나왔는가를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피선거권에 대해선, 의협 규정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게 되면 실형 종료 후 5년이 경과해야 피선거권을 갖는 걸로 돼 있어서 로펌에 자문을 구했다. 로펌은 정관이 미비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실형으로 징역을 받던 사람보다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피선거권 제한이 더 많이 되는 것은 법률적으로 위헌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 후보는 “피선거권이 제한되면 법률자문을 해준 로펌에서 선거무효 소송까지 본인들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선관위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박인숙 후보에게는 의협의 시위나 집회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온 것이 사실인 만큼, 아젠다에 따라 참여를 결정했다는 설명보다는, 집회에  직접 참여한 이력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박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에 참여했고, 2020년 투쟁때도 연단에서 연설까지 했다. 모든 집회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집회에 안간 것도 아니다. 모든 집회에 안가다가 출마하고 참석한다는 지적은 억울한 면이 있다. 의대정원 증원 저지 집회는 무조건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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