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유출 형사사건의 본 재판이 시작된 지 10개월 만인 오는 12월 23일 결과가 나온다. 그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한국IMS헬스와 지누스, 약학정보원 등 피고들은 유용한 의약품 유통 정보를 잘 가공해 제약산업 발전을 돕겠다는 취지였을 뿐, 개인정보를 취득하려는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1심 판결을 앞두고, 약 10여 차례 진행된 의료정보유출 재판에서 어떤 주장 등이 오갔는지 정리했다.

▽의료정보유출 피고만 24명…유출정보 총 47억건
의료정보유출 사건은 지난 2015년 7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한국IMS헬스와 지누스, 약학정보원 등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합수단은 환자와 의사의 동의 없이 병원 및 약국에서 진료정보 및 처방정보를 불법으로 수집ㆍ판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한국IMS헬스와 지누스, 약학정보원 등 법인을 포함해 총 24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한국IMS헬스는 불법 취득한 진료ㆍ처방정보 및 조제정보 약 47억건(총 4,399만명)을 해외 본사에 임의 제공하고, 통계자료로 가공해 국내 제약사들에게 판매해 약 7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지누스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e-IRS 등을 통해 약 7,500곳의 병ㆍ의원의 약 7억 2,000만건의 진료ㆍ처방정보를 불법 수집했다. 또 2011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3억 3,000만원을 받고 약 4억 3,019만건의 진료ㆍ처방정보를 한국IMS헬스에 판매했다.

약정원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1만 800곳의 가맹약국에 배포한 경영관리프로그램 PM2000을 통해 외부 서버로 전송 받은 약 43억 3,593만건의 조제정보를 약 16억원을 받고 한국IMS헬스에 판매했다.

▽검찰vs피고, 개인정보성과 정보주체 동의 여부 등 대립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가 심리하는 이 사건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들은 ‘개인정보’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피고들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ㆍ제공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특정 개인을 구별할 수 없어도 다른 사람과 구분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다.”라며, “피고들이 암호화했다고 강조하지만, 암호화는 안전성 의무의 일환일 뿐이다. 개인정보를 암호화한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개인정보성과 무관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들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암호화된 정보를 개인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공통되게 주장했다.

한국IMS헬스 측은 “비식별화된 정보만 받아 이를 본사에 보내 통계처리만 했으며, 판매한 것 역시 개인정보가 아닌 통계분석결과다.”라고 강조했다.

지누스 측은 “한국IMS헬스에 제공한 정보는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없으며, 실제 수집한 항목과 제공한 항목이 동일하지도 않다.”라고 했으며, 약정원 측은 “수집한 정보는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도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검찰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몰래 개인정보를 처리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지누스와 약정원은 정보 주체를 속여 개인정보를 취득ㆍ활용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지누스나 약학정보원의 경우, 환자나 의ㆍ약사가 프로그램 이용에 동의한 것이지 처리업무 위탁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지누스 측은 “병ㆍ의원 몰래 개인정보를 처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으며, 약정원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유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주체를 속이지도 않았다.”라고 피력했다.

▽지누스 “보복성ㆍ음해성 진술”…전 직원 “검찰조사에 응한 것”
지누스와 지누스 전 직원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누스는 황 전 부사장이 이 사건의 최초 고발자로 자신을 횡령죄로 고발한 데 따라 보복성 진술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지누스 측 변호인은 “황 전 부사장은 회사의 자료를 빼돌려 창업을 준비하고 퇴사 후 지누스와 유사한 사업목적의 회사를 설립했다. 검찰에서 조사한다고 하니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진술했다. 또 지누스와 분쟁 중인 업체의 의료장비를 파는 것도 모자라 지누스 전 직원을 고용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황 전 부사장은 횡령죄 공소장을 받자 이 사건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보복성 진술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 전 부사장은 횡령죄와 상관없이 이미 지누스 퇴사를 결심한 상태였으며, 검찰 진술의 경우 검찰에서 먼저 연락이 왔기 때문에 조사에 응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황 전 부사장은 “퇴사 전부터 창립계획이 있었고, 직원 영입 부분은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라면서, “무엇보다 (지누스 측은) 창립한 회사의 영업을 편하게 하려고 고발했다고 하는데, 검찰이 묻는 질문에 답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피력했다.

김 씨와 지누스의 대립은 더욱 팽팽했다. 김 씨는 지누스 근무 당시 e-IRS 등의 영업을 담당했으며 현재 황 전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개인정보가 외부에 저장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 지누스에서 일할 때 개인정보 위탁에 대한 동의를 받은 기억이 없다.”라며, “의료법 위반이라고 한 것은 의료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불법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누스 측 변호인이 “경쟁사를 음해하기 위한 고발 아닌가? e-IRS 1년 전 버전과 비슷한 프로그램이던데 지누스 전 개발팀 직원에게 받은 것인가?”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묻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사일까? 제안일까? 엇갈린 주장
‘위증’과 관련해 한국IMS헬스 한OO 이사와 약정원 임OO 전 팀장 및 박OO 팀장의 주장이 엇갈렸다.

한 이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외에 위증교사 혐의를, 박 팀장은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팀장은 지난 2014년 11월 약정원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수집된 정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나와 임 전 팀장 둘만 아는 알파벳 문자값으로 암호화했다. 복호화 프로그램 함수가 저장돼 있는 3번 서버의 접근도 나와 임 전 팀장만 가능하다.”라고 증언했다.

문제는 합수단의 집중 수사를 통해 이 부분이 위증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 이사는 함께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암호화 방식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정원과 지누스를 도와주기 위해 암호화 방식을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독자적으로 암호화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만 했을 뿐 위증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약정원 임 전 팀장, 박 팀장과 암호화 방식에 대해 협의했다. 암호화 아이디어를 교환한 수준이었다.”라며, “약정원, 지누스와 암호화 방식을 공유한 것은 두 곳의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3의 기관을 통한 데이터 통합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면 암호화 방식을 제안 혹은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 전 팀장이 암호화 방식을 자체 개발했다고 하길래 그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따로 임 전 팀장이나 박 팀장에게 위증을 요청하지 않았다.”라며, “임 전 팀장과 박 팀장이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전 팀장과 박 팀장은 한 이사의 ‘~했으면 좋겠다’, ‘독자개발한 것이다’ 등 발언으로 위증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임 전 팀장은 “한 이사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독자 개발한 것으로 증언하기로 합의했다. 한 이사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한국IMS헬스는 모른다’, ‘독자개발한 것이다’ 등과 같은 뉘앙스로 진술해 달라는 식의 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박 팀장도 “한 이사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지시하거나 요청하지는 않았다. 다만, 약정원에서 암호규칙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진술하는 것이 좋다는 뉘앙스로 설명했다. 약정원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만났을 때도 (독자개발로 진술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23일에 판결 선고…검찰, 최고 5년 징역형 구형
이 사건은 오는 12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중앙지법 서관 510호에서 선고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지난 11월 7일 진행된 최종변론 공판에서 이 같이 선고일을 결정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의료정보유출 형사사건의 피고들에게 최고 5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피고별로는 ▲지누스 김OO 대표 징역 5년 ▲지누스 최OO 이사 징역 3년 ▲지누스 벌금 5,000만원 및 3억 3,000만원 추징 ▲약정원 김OO 전 원장 징역 3년 ▲약정원 엄OO 전 이사 징역 2년 6월 ▲약정원 임OO 전 팀장 징역 4년 및 3,696만원 추징 ▲약정원 양OO 원장 징역 2년 ▲약정원 강OO 전무 징역 2년 ▲약정원 벌금 5,000만원 및 16억 6,957만원 추징 등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ㆍ판매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검찰 측의 입장이다.

피고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개인정보를 취득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없었다며 무죄(박OO 팀장의 위증 혐의는 제외)를 주장했다. 또 당시 위치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변호인들은 “유용한 정보가 사장돼 제약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제약산업 및 보건의료정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한 것일 뿐,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실제 식별한 사례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는 정보처리자의 관점에서 판단돼야 하는데, 피고들의 입장에서는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유통정보였다.”라면서, “행정지도 등의 기회도 없이 높은 형량이 구형됐다. 선처해 달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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