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

“암호화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라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장준현)는 8일 오전 11시 서관 510호 법정에서 의료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누스와 약학정보원, 한국IMS헬스 법인을 비롯해 김OO 지누스 대표, 김OO 약정원 전 원장, 허OO 한국IMS헬스 대표 등 13명에 대한 준비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지난 7월 23일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원ㆍ약국에서 환자의 진료정보 및 처방정보를 불법으로 수집ㆍ판매하는 사범을 집중단속해 총 24명을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준비공판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과 피고 측의 변론 요지 등에 대해 간략히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 측은 불법 정보 수집ㆍ제공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반면, 피고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 측은 기소된 피고들이 처방ㆍ조제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ㆍ제공했다고 공소내용을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누스의 김모 대표, 최모 개발팀장은 EDI파일 형식으로 환자의 성명과 건강보험증 번호, 의사면허번호 등을 불법 수집해 서버로 전송ㆍ저장한 후 한국IMS헬스가 언제든지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약정원의 김모 전 원장과 엄모 전 이사, 임모 전 개발팀장은 가맹 약국에 배부한 경영관리프로그램(PM2000)을 통해 무단으로 조제정보를 수집하고 한국IMS헬스에 제공했다.

양모 현 약정원장과 강모 현 이사, 박모 현 기획팀장(김모 원장 임기 당시 개발팀 직원)은 불법으로 수집된 환자 조제정보를 무단 처리한 혐의다.

박 팀장의 경우, 한국IMS헬스 측이 제공한 방식으로 치환했음에도 병합 전 약정원 형사재판에서 “나와 임 팀장, 둘만 암호 복호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위증한 혐의도 추가됐다.

한국IMS헬스의 허모 대표와 한모 이사는 지누스와 약정원에서 제공 받은 처방ㆍ조제정보를 불법으로 수집ㆍ공유하고 처리했다.

한 이사는 특히, 박 팀장에게 허위로 증언하라고 교사하고, 자신의 처에게 증거를 은닉하라고 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피고 측은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가 아니라며, 개인정보 불법 수집ㆍ제공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지누스 측 소송대리인은 “식별 가능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았으며, 병원으로부터 적법하게 위탁 받은 정보를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검찰 측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법리를 오해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과 엄 전 이사 측 소송대리인은 “한국IMS헬스에 조제정보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약관 동의를 통해 개별 약사의 동의를 받아 암호화된 정보를 수집한 것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반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전 팀장 측 소송대리인은 “2014년 5월 31일이 아닌 2014년 4월 9일까지 업무처리권한이 있었다.”라며, “개발업무 및 관리 실무자로서 상위자의 업무지시를 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피력했다.

현 약정원 관계자 측 소송대리인은 “주된 취지는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라 민감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수집ㆍ제공한 정보는 개인정보 확인을 위해서가 아닌 일반적인 투약의 행태 및 흐름을 통계화하기 위해 제공했다.”라며, “암호화 방식의 일부 사정이 정보 수집 판단의 본질적인 사정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양 원장과 강 이사는 수집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팀장의 경우, 개인정보 불법 수집 부분은 무죄를 주장한 반면, 위증 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한국IMS헬스 측 소송대리인은 법리적으로 식별가능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이전 피고와 뜻을 같이 한다면서, 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산업발전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송대리인은 “통계를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 받았기 때문에 조제정보는 필요해도 특정 개인이 식별될 수 있는 정보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다.”라며, “한 이사가 암호규칙을 알고 있어 암호화됐어도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라고 하는데, 식별 자체가 불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검찰이 43억건 이상의 의료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라고 했지만, 이건 차세대 성장동력인 빅데이터 사업과 연관돼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산업육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의 판결이 선례가 되기 때문에 과연 식별 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과 피고 측의 주장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바로 본 재판 변론을 진행하기에 앞서 PT를 통해 법리상의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가 준비기일을 열고, 2시간 정도 사안의 개요와 쟁점에 대한 PT를 진행하겠다. 이후 증거의견 확인 및 심리계획 확정 등을 하겠다. 검찰 및 피고 측 모두 증거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다음 준비기일 전까지 제출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오는 10월 15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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