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일명 전공의특별법)이 지난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당사자인 전공의협의회는 체계화된 수련 과정을 통해 젊은의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환영했다. 의사협회도 환자 안전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병원협회는 의료인력 수급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의사들 사이에서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첫 발을 내디딘 사건이라는 평가와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초안 마련 단계부터 발로 뛴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을 만나 전공의특별법 제정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강청희 부회장: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공의특별법은 지난 7월 31일 김용익 의원이 대표발의한 데 이어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1인 중 찬성 226인, 반대 9인, 기권 26인으로 가결됐습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요?

강청희 부회장: 세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 환경과 처우 개선을 법으로 명시했다는 것, 수련환경평가기구의 독립, 전공의 육성 책임을 정부가 지도록 공론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특별법이 제정된 직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까지 평가했죠?

강청희 부회장: 이번 특별법에는 숨어있는 의미가 굉장히 많습니다.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의료계에서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해서 의협과 의학회가 같은 의견을 냈고, 병협과도 이 부분을 조율했다는 겁니다. 의료계 목소리가 반영돼 입법화된 첫 사례라는 거죠. 특별법에 따라 의과대학 교육도 개선될 것이고, 일차의료 인력 개편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영식 기자: 병원협회에서는 대체인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요?

강청희 부회장: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의사의 역할입니다. 병원들은 그 대부분을 전공의를 이용해서 보완해 왔죠. 정부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수가를 책정했고, 그에 따른 고통은 의사들이 감내해 왔습니다. 전공의 제도가 개선되면 앞으로 의사인력이 필요한 만큼 고용이 창출될 것이고, 의사 인력이 고용되면서 부족한 수가문제도 보험재정 측면에서 이야기 될 것입니다. 왜곡된 의료체계가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은 의료계의 오랜 숙제였는데도 관련 법안이 제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청희 부회장: 회장 선거마다 후보들은 전공의특별법을 입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진정성이 없었죠.

장영식 기자: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강청희 부회장: 특별법을 진행하려면 의료계 각 직역간 충돌 부분을 조율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니 이와 관련한 노력을 한 흔적이 없더군요.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강청희 부회장: 노환규 전 회장이 전공의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했고, 고 김일호 전 대전협회장이 입법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황우여 대표가 국회 공청회를 했고, 정부가 대통령 령으로 수련시간에 대한 규칙을 내놨죠. 하지만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아서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고, 결국 김용익 의원실과 공조가 이루어져 진행하게 된 것이죠. 김용익 의원도 강한 의지가 있었고, 문정림 의원도 여당 의원으로서 이 법안이 명실상부한 법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줬습니다. 특히, 병협도 내용 자체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 반면, 전공의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생각하지 못할 일이었죠.

장영식 기자: 처음에는 특별법이 제정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나요?

강청희 부회장: 맞습니다. 지난해 공청회와 기자회견을 했더니 선거용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초기에는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된 것이죠. 게다가 야당이 5대 쟁점 법안으로 결정함에 따라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직권상정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에 선거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준비해 온 것이 결실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병원협회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에 공감했다고는 하지만, 특별법 제정은 강하게 반대했죠?

강청희 부회장: 현재 수가체계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수련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거나, 또는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게 병협의 입장입니다. 특별법 원안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정안에도 정부의 전공의 육성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가 보험수가 또는 기금 등으로 지원하도록 후속 논의를 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일부에서 전공의특별법과 관련해서 추무진 집행부가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강청희 부회장: 수련환경협의체에서의 논의가 답보상태에 빠지자, 일부에서 대체인력으로 PA를 기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협의체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서 전략을 바꾸고 의원실과 접촉했습니다. 우리는 법안 초안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고, 초안을 들고 공청회를 진행했죠. 이어,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시켰고요. 토론회를 개최한 후 지난 7월에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남이 해놓은 것을 우리가 했다고 하는 것이 숟가락 얹기 아닌가요? 우리가 시작해서 우리가 끝을 냈습니다. 그러한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제정을 하려다 보니 원안에서 너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강청희 부회장: 후퇴라기 보다는 지킬수 있는 선까지 양보한 것으로 이해했으면 해요.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기 보다는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 법을 살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근무 시간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강청희 부회장: 시간 문제는 앞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법안 명칭은 전공의 특별법이 아니라 ‘전공의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입니다. 앞으로 법 개정은 전공의의 입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게 약화시키는 쪽으로 개정되지는 않습니다.

장영식 기자: 수련시간을 위반할 경우 처벌규정도 벌칙에서 과태료로 후퇴했죠?

강청희 부회장: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려 한다거나, 전과자를 만들면 좋겠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태료를 교수 개인이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전공의를 취업시킨 병원장이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요. 결국 개인이 아니라 병원장이 책임지는 것으로 규정해 과태료 부분을 양보한 겁니다.

장영식 기자: 폭행 금지 조항이 빠진 이유는요?

강청희 부회장: 형법에서 처벌할 수 있는 폭행조항을 굳이 삽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조정된 겁니다.

장영식 기자: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강청희 부회장: 그동안 병원신임위원회가 대학병원 교수와 병원 회원사 인사 위주로 구성돼 막강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의협과 전공의 대표가 한명씩 참여했지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죠. 이번 특별법으로 당사자인 전공의가 의협의 추천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정식 참여인원이 되면서 목소리 낼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더군다나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의협, 의학회, 병협 참여자가 동수가 구성될 겁니다.

장영식 기자: 논의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네요. 

강청희 부회장: 편향적이지 않고 상호간에 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위원회를 통해 전공의의 지위 향상이나 육성에 대한 계획, 전문의 자격 인정, 수련 규칙 등을 다룰 때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안을 만들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죠.

장영식 기자: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강청희 부회장: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전공의협의회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시행령ㆍ시행규칙을 우리 입맛에만 맞게 할 수는 없죠. 게다가 각 직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협회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관건은 앞으로 정부 지원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입니다. 보험에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길입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위해 중증환자에 대한 보험급여가 개선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것이 대체인력 고용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장영식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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