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추무진 회장을 세계의사회 파견이사로 결정한 논리가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의협은 지난 25일 89차 상임이사회에서 ‘2017~2018 세계의사회 참여 이사 지명 통보의 건’을 의결사항으로 상정해, 추무진 회장을 세계의사회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의협은 추무진 회장 선정에 대해, 대표성과 연속성을 놓고 고민한 결과, 협회를 대표해서 세계의사회 이사로 활동하는 만큼 대표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존 파견이사인 신동천 연세의대 교수(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ㆍ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의장)보다 추무진 회장이 협회장으로서 대표성을 갖췄다는 논리다.

의협은 세계의사회 이사 추천 현황을 봐도, 일본의사회와 호주의사회 회장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유럽ㆍ북아메리카ㆍ라틴아메리카ㆍ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일부 의사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협의 배경 설명은 국가마다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주수호 집행부와 경만호 집행부에서 활동했던 좌훈정 전 의협감사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협 집행부는 타 국가에서도 의사회장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의사회 상황이 다른 것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유럽국가는 의사들이 안정된 상황이어서 의사단체 회장이 명예직인 경우가 많고, 회장이 월급받으면서 상근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좌 전 감사의 설명이다.

좌 전 감사는 “의협회장은 회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많이 뛰어야 한다. 그래서 월급을 지급하면서 상근을 시킨다.”라며, “자비로 봉사하는 명예직 회장과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월급 받아가면서 뛰는 회장은 입장이 다르다. 다른 나라에서 의사회장이 세계의사회에 참석한다는 논리로 우리도 회장이 가야 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라고 꼬집었다.

좌 전 감사는 “주수호, 경만호 회장 때도 논란이 있었다.”라며, “결론은 회장은 국내 현안이 산적해 해외 행사에 갈 수 없다는 지적 때문에 전문가인 신동천 교수에게 맡겨온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좌 전 감사는 “노환규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내 회무가 산적하기 때문에 국제회의에 전문가인 신동천 교수를 위촉해서 보낸 것이다.”라며, “전임 회장들이 갈줄 몰라서 안 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사회 이사는 4월 이사회와 10월 이사회 및 총회 등 최소 2회 이상 해외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시차까지 고려하면 한 번 참석할 때마다 최소 일주일 이상 국내 현안을 챙기지 못한다.”라며, “추무진 회장은 과거 10년 동안 전임 회장들의 선택을 곱씹어 봐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강청희 전 의협 상근부회장도 ‘타 국가에서도 의사회장이 세계의사회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협의 주장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 전 부회장은 “미국과 일본은 회장이 세계의사회에 참여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세계의사회에 각각 3명의 이사가 참여한다. 회장이 참여는 하되 실무는 국제담당 부회장이 도맡아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강 전 부회장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 속해있는 군소 국가의 경우, 국제 무대 경험이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의사회장이 참여한다. 이들은 참석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전 부회장은 “국제 업무 담당자를 이런 식으로 교체해서는 안 된다. 대안을 세우고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면서, “세계의사회 파견이사는 자질과 능력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신동천 교수를 파견하고, 해외경험이 풍부하고 영어구사 능력이 탁월한 후임자를 선정해 키워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그는 “세계의사회장을 역임한 문태준 명예회장의 몸이 건강했다면, 이번 소식을 듣고 추무진 회장의 뺨을 후려쳤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다.”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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