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면허관리제도 개선안 중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처분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 시 기존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자격정지기간이 상향된다고 발표해 놓고, 다음날 입법예고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에는 행정처분기준을 ‘자격정지 12개월’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민정서와 여론을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행정적 표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의 오해라며 행정청의 재량행위로 처분일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를 믿어도 될까?

▽행정처분 기준 12배나 늘린 보건복지부
복지부는 지난 9월 22일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자격 정지기간은 기존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상향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언론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이 최대 12개월로 늘어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의사들은 물론이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도 자격정기 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하루 뒤 입법예고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에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2개월’을 처분하도록 명시돼 있다.

현재 개정(안)이 확정되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는 최대 12개월이 아니라, 무조건 1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게된다. 이는 기존 행정처분기준을 무려 12배나 늘린 셈이다.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32조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32조
9월 23일 입법예고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32조
9월 23일 입법예고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32조

▽복지부 “재량행위로 처분일 조정 가능하다”
지난 29일 본지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적발될 경우 자격정지 12개월 처분이 일괄 적용된다고 보도하자 복지부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복지부는 각 언론사에 직접 연락을 취해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일괄처분은 사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이영일 의료자원정책과 행정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규칙에 자격정지 12개월로 명시했다고 해서 12개월을 처분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자격정지 1개월로 규정돼 있는 위반행위도 20일 처분이 나간 경우도 있다. 최대 1개월 처분이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일 사무관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처분하는데 있어서 경중을 가려서, 경고부터 12개월까지 차등을 둔다. 예를 들어, 성범죄나 대리수술을 해서 환자에게 크게 위해를 끼치면 12개월을 처분하고, 가벼운 위반행위는 1개월 또는 2개월을 처분 할 수 있다. 경중을 가려서 처분한다는 취지인데 모든 행위를 12개월로 처분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 복지부 정책과에서 행정처분규칙대로 12개월이 처분기준이 되며, 국민정서와 여론을 감안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이 사무관은 “우리 부서가 행정처분규칙 입법을 했고, 보도자료도 그렇게 내보냈다. 일률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이 사무관은 “행정처분규칙을 보면 1개월, 3개월 12개월 등 처분기준이 있다. 자격정지 3개월은 3개월 처분을 할 수 있는데 사법처리 결과나 그 사람의 의견서를 받아 경한 범위라고 판단되면 1개월이나 2개월로 나간 경우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 사무관은 “법원에서 기소유예를 받으면 3분의 1을 감해서 2개월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최대 3개월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중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12개월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 행정처분 획일적으로 운영해 왔다
복지부 사무관의 설명은 행정처분규칙상 ‘자격정지 12개월’이라고 하더라도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유연하게 처분일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설명은 다르다. 그동안 복지부가 행정처분규칙에서 정한 자격정지 기준대로 처분을 내려 왔다는 것이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복지부는 매번 자격정지 기준대로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에 문의해도 규칙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복지부가 지난 2014년 운영중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이하 행심위)의 구성 목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복지부는 행심위 구성 배경에 대해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시 행정처분규칙에 의해 획일적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2014년 12월 23일 전문지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처분은 경직된 처분 기준을 재량을 발휘해 경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스스로 행정처분규칙을 획일적이고 경직되게 운영해 온 것을 인정한 것이다.

▽엉킨 실타래, 행정처분 기준 세분화로 풀어야
의사협회는 지난 6개월 간 공청회 3회와 대회원 의견수렴을 통해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규제 확보 방안을 마련해 복지부에 제안했다.

의사협회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범위를 14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마다 행정처분 기준을 달리했다.

예를 들어, 면허대여 행위나, 진료 중 수면 유도 또는 마취를 이용한 성범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고,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한 경우 경고 또는 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하는 식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8개 유형으로 나누고, 행정처분 기준을 일괄적으로 자격정지 12개월로 정했다.

복지부는 자격정지 12개월 안에서 행정 재량권을 사용해 경고부터 12개월까지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면허제도관리 개선 방안을 추진하면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구체화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한 바 있다.

복지부 이영일 사무관도 자격정지를 12개월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성범죄나 대리수술을 해서 환자에게 크게 위해를 끼친 경우 12개월을 처분하고, 가벼운 위반행위의 경우 1개월을 처분할 수 있는데, 현재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자격정지 1개월로 명시돼 있어서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처분할 수 있도록 상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행정 재량권을 내려 놓고 의사협회의 요구대로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처벌기준도 분류하면, 행정저항을 줄이면서 의료관계 법령 개정(안)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할 때, 현재 8개 유형에 포함된‘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는 삭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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