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연구소 운영방향을 밝혔다.

추무진 회장이 연구소장직을 제안하면서 어떤 요구나 당부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부탁을 받지는 않았고, 그냥 연구소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주일 전 김록권 상근부회장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추무진 회장이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상근부회장직을 제안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추무진 회장이 이번 인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지난 18일로 돌아가 보자. 의사협회에서 추무진 회장이 이날 오후 집행부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니 참석해 달라는 문자가 왔다.

이미 김록권 부회장과 이용민 연구소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터라 과연 추무진 회장이 이번 인선의 취지를 어떻게 설명할 지가 궁금했다.

추 회장은 이날 오전 강청희 상근부회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만큼, 인선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추 회장은 지난해 4월 이진석 의료정책연구실장을 임명할 때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를 만회할 필요도 있었다.

당시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가 연구실장으로 발표되자 회원들은, 과거 총액계약제 도입과 포괄수가제 확대 등 의료계의 정책방향에 반하는 주장을 해 온 인물이라며 인선 철회를 요구했다.

하루 뒤 이진석 실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경험을 의사회원의 권익향상을 위해 쓰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추 회장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 후에도 공개 석상에서 이 교수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일부에서 추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추 회장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집행부의 상견례 자리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쏟아내는 정책에 끌려다니지 않고 중ㆍ장기적인 정책을 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제시하겠다고 취임식 때 말했다.”라며, “취약한 점이 공공의료와 통일 후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해 이진석 실장을 발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진석 실장의 인선을 발표한 날은 4월 28일이고, 대의원회와의 상견례는 7월 18일이다. 추 회장은 회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려 석 달이 지나서야 마지 못해 인선 이유를 밝혔다.

그런 그가 직접 인선 발표를 하겠다고 자청했으니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이미 알려진대로 추 회장은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상근부회장과 연구소장을 임명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하겠다는 답변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이용민 소장의 경우 연구소 설립 14년 만에 첫 개원의 출신 소장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첫 개원의 소장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교수 출신 소장이 연구소를 이끌어오면서 확인된 장ㆍ단점을 설명하고, 개원의 소장에게 기대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혔다면, 이용민 카드가 인적 쇄신 목적에 부합하는 인선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으텐데 말이다.

앞서 추 회장은 추가 인선을 예고한 바 있다. 때마침 대의원회는 집행부 임원을 20명 이내에서 25명 이내로 증원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해 줬다.

임원을 임명할 때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지 리더로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 인선을 발표할 때는 ‘노코멘트’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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