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차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지난 24일 마무리됐다. 대의원회 운영규정이 전면 개정되고, 대의원회에서 KMA Policy를 제ㆍ개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대의원들은 추무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은 분과심의위원회에서 폐기했고, 집행부 임원을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증원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방대책 특별기금 회비 징수도 찬성했다. 이번 총회로 추무진 회장은 임기 2년차를 안정적으로 맞이하게 됐다.

추무진 회장은 정기총회를 앞두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해 취임 후 회원들로부터 서서히 신임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 의료정책연구실장 인선 논란을 시작으로, 비상대책위원장 회피, 의료일원화 밀실 추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파장 등이 연거푸 터져나왔다.

급기야 올해 1월 무려 7,063명의 회원들이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을 원한다며 탄핵 서명서를 대의원회에 제출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지역의사회에서 추무진 회장의 자진사퇴 권고안이 대의원총회 건의안으로 채택됐다.

추무진 회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사윤리강령 선서를 하는 모습
추무진 회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사윤리강령 선서를 하는 모습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자진사퇴 권고안은 분과심의위원회에서 폐기됐고, 본회의에서는 추 회장의 회무에 대한 비판이 없다시피했다. 그나마 일부 대의원이 의료일원화 추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이 전부다.

이는 감사보고서 채택과 감사 불신임 논란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성이 차지 않은 대의원들은 회무감사와 회계감사를 분리해 회계감사만 받아들였다.

급기야 부실감사를 이유로 감사 불신임안까지 제출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결국, 대의원회는 특별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재감사를 하기로 했다. 감사 불신임은 법률 자문을 구한 뒤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기로 했다.

추무진 회장과 관련된 안건들을 확인해 보자.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령및정관심의분과위원회는 경상남도의사회에서 부의된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을 심의 끝에 부결시켰다.

정인석 경남대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의협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시도와 원격의료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한특위와 비대위 활동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의료일원화 정책을 밀실에서 회원 몰래 추진했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의원은 “최근 총선에서 의협은 단 한 명의 의사출신 국회의원도 추천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회장과 상근부회장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부적으로 소통 부재가 노출됐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7,000명이 넘는 회원이 회장 사퇴청원서를 대의원회에 전달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사퇴권고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다른 대의원들은 자진사퇴 권고안이 정관에 위배되고, 추무진 회장이 자진사퇴를 권고할 정도로 회무를 못한 것은 아니라며, 자진사퇴 권고안 폐기안을 긴급동의안으로 제출했다.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 폐기안을 표결한 결과, 재석대의원 51명 중 41명이 찬성하면서 자진사퇴 권고는 없던 일이 됐다.

특히 80%가 넘는 찬성률을 보임에 따라, 대의원들과 회원간 추무진 회장에 대한 인식차가 확인됐다.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재신임을 요청하는 모습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재신임을 요청하는 모습

추무진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상근부회장 직권해임 건도 일단락 됐다.

추 회장은 지난 4월 18일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인적쇄신이 이유였다.

하지만 회원들 사이에서는 추 회장이 자신의 과오를 덮기위한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강청희 전 부회장도 즉각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강제 해임을 강행하는 것은 회원을 위한 협회의 회장으로서 적합한 절차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라며, “대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라고 반발했다.

총회장에서 강 전 부회장은 발언권을 얻어 “상근임원에 대한 직권해임이란 치욕스러운 인사조치에 반발해 분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끝까지 회원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라며 재신임을 요청했다.

강 전 부회장의 신상발언 후 대의원들은 김록권 상근부회장과 다른 임원들을 분리해 추인했으나 이변은 없었다.

상근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인준 건은 재석대의원 173명 중 찬성 169명, 반대 4명으로 통과됐다.

김록권 상근부회장 인준 건도 재석대의원 173명 중 찬성 110명, 반대 61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강 전 부회장에게는 다른 임원 인준 찬성률이 97.68%인데 반해, 김록권 상근부회장 인준 찬성률은 63.58%로 낮았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임원 인준 건이 마무리되면서 강 전 부회장은 “젊고, 용기있고, 소신있는 상근부회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협회를 떠나게 됐고, 추무진 회장은 인선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집행부 임원 증원이 확정된 것도 추무진 집행부에 날개를 달게 됐다.

과거 집행부에서도 상임이사수 증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다. 대의원들은 예산 증가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무진 집행부는 대처해야 할 사안이 많아 빠르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임이사수를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대의원들은 상임이사수를 현행 ‘20명 이내’에서 ‘25명 이내’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대의원 182명 중 찬성 163명(89.56%), 반대 19명(10.44%)으로 가결했다.

추 회장은 대외협력과 홍보, 정책, 의무 분야에 배정할 계획이다. 임원 증원으로 집행부의 적극적인 현안 대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추 회장에게는 비상대책위원회 재구성 권한도 주어졌다.

총회를 앞두고 각 지역의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부의안건이 제출됐다.

1토의분과심의위원회는 기존 비상대책위원회 해체하고, 강력한 비대위를 집행부가 재구성하도록 의결했다.

이광래 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는 위기에 처했을 때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16개 시도회장단은 이번 총회에서 해체 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안건을 올렸다. 현 비대위를 해체하고 투쟁성이 강한 비대위를 집행부가 재구성할 것을 의결한 것인가.”라고 묻자, 이철호 1토의위원장은 “현재 구성돼 있는 비대위를 해체하고 집행부가 재구성하라는 것이다.”라고 확인해 줬다.

이 밖에 대의원들은 지난 2014년 대의원총회에서 2년 동안 한시적으로 걷도록 의결한 한방대책특별기금 1만원과 투쟁회비 2만원을 올해도 징수하기로 의결했다.

윤찬 전공의대의원이 보건의료 규제기요틴을 즉각 철회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윤찬 전공의대의원이 보건의료 규제기요틴을 즉각 철회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이번 총회를 통해 추 회장은 인사논란 종식, 임원 증원, 비대위 재구성 권한, 투쟁기금 징수 연장이라는 과실을 얻었다.

최근까지 꾸준히 제기된 사퇴 요구도 자진사퇴 권고안 폐기로 재신임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일단 내부에서는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은 추무진 회장이 2년차 임기를 순조롭게 내딛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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