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인사고 이상한 기자회견이다.

임명을 한 사람은 무엇을 기대한 인사인지 말해주지 않고, 임명을 받은 사람도 무엇을 할 지 말해 주지 않는다.

인사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만 한다.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이 이어진다. 질문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것 같다. 대한의사협회 이야기다.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지난 18일 소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시도의사회장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따른 조치다.

지난 3월 추 회장이 시도의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쇄신 요구가 잇따랐고, 그때마다 추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결국, 추 회장은 정기대의원총회를 목전에 두고 인사를 단행했다.

단체의 임명권자라면 자신이 단행한 인사에 대해 회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다. 추 회장은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인선 당일 추 회장은 취지를 설명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에서 추 회장은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전임자가 해 오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임원 보강이 더 있다.”라고 대답했다.

추 회장은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군생활을 오래해서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겠다.”라며 답을 피했다.

이틀 뒤인 20일 기자들과 만난 김록권 상근부회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군인답게 돌직구(?)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추 회장으로부터 상근부회장직을 제안받으면서 어떤 역할을 요청받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 달라는 질문에 “상근부회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민간병원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많이 모른다. 당연히 모른다. 부인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회무수납 등 재정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아무 생각 없다. 아직 업무보고를 받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여러분은 계속해서 이 일(의료 현안)을 봐온 사람들이지만 저는 단절돼서 이제 시작한다.”라며, “몇 달 후에 다시 물어보라.”고도 했다.

상근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부’회장이 자기 색깔이 있으면 안 된다며 철저하게 회장을 보좌하고 따라가겠다고 말했고, 포부를 밝혀 달라는 질문에도 ‘부’자가 달린 사람은 포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회장을 보좌하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부회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군인은 임무가 주어지면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는지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업무파악을 하는데 수 개월이 걸린다는 그를 보면, 의사협회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회원들이 의사협회를 향해 요구한 것은 ‘쇄신’이다. 회원을 위한 인사인가, 회장을 위한 인사인가? 추 회장은 무엇을 위안 인사인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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