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숙원사업인 이른바 ‘공소시효법’의 논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이 법안의 부칙조항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공소시효법이 제정되더라도 부칙으로 인해 법 시행 5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2010년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건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 의원실은 법안이 통과되면 법 시행 이전이라도 5년이 경과한 사건은 당연히 법안 본문에 의해 처분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확인해 줬다. 

앞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2013년 4월 10일 의료인 자격정지처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자격정지처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문제가 된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해 종전의 제66조제1항 각 호에 해당하게 된 경우의 자격정지처분은 이 법 시행일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는 이를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법 시행일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종전처럼 5년 전 사건에 대해서도 자격정지처분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성환 변호사(前 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칙은 법안 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과거 리베이트 건으로도 계속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며, “매우 독소조항인데,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대표도 “부칙 2조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가 돼도 쌍벌제 이전의 행정처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부칙 2조를 삭제해 통과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박인숙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해석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 시행 이전이라도 자격정지처분 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난 사건의 경우 법안 본문에 의해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인숙 의원실은 “법 자체가 사유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난 일은 처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5년 법이 통과되면 2010년 이전 사건은 당연히 처벌 못하는 것인데, 왜 논란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칙 2조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했으나 5년이 지나지 않은 자격정지처분 사유들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법 시행 이전의 자격정지처분 사유 발생일이 시행 바로 전날일 수도 있고, 시행일로부터 4년 9개월 전일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이든 간에 법 시행 5년 이후에는 처분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부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칙의 내용도 법안 발의 취지에 따라 만들어 진 것이며, 법의 내용과 상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이 시행될 경우 자격정지처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사람들은 이미 법안 본문에 의해 처분을 안 받게 되는 것이므로 부칙은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박인숙 의원실은 “일부 의사들이 지적하는 내용의 부칙이라면 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며, “법 본문이 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처분 못한다고 했는데, 법 시행일부터 5년이 안 지났다고 해서 사유 발생일 5년이 지난 건에 대해 처분 한다는 것은 본문과 부칙이 부딪히므로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부칙 제2조는 사유발생 시점이 5년이 안 된건에 대한 내용이고, 5년이 지난 건은 당연히 본문에 의해 소급적용돼 처분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박인숙 의원실은 “만약 그 지적대로 되려면 부칙에 시행일을 법안 공포 5년 후라고 하거나, 법 시행일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기존대로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거나, 5년 경과 전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부칙이 들어갔을 것이다.”라며, “현재 부칙 1조에 의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는데, 굳이 5년 간 경과조치를 두고 적용한다는 건 말이 안 맞고, 부칙 2조는 법 시행일부터 5년 경과하면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시효와 관련된 법안은 경과규정을 둬야 한다는 법제실의 의견 때문에 부칙 2조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차이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거나 안 받게 되는 억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과조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실은 “부칙 2조를 독소조항이라고 생각할지는 몰랐다. 당연히 경과조치는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법안 본문에 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처분하지 않는다고 했고, 부칙 1조에 공포일부터 시행한다고 했기 때문에 부칙 2조에 의해 5년이 지난 사건도 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되기 전에는 공소시효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소시효법의 행정처분 시효 5년도 타 직종 3년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병원협회는 국회에 시효를 5년에서 3년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공소시효법이 상정될 당시 전문위원 검토의견에 따르면, 복지부는 시효기간 5년에 대해 타 전문직역과의 형평성에서 볼 때 적절하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등에서 시효기간으로 3년을 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상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 횡령ㆍ유용 등의 경우에는 징계시효를 5년(그 외 징계사유는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의료인의 자격정지처분사유의 경중을 고려해 국가공무원법의 예에서와 같이 사유별로 기한을 달리 정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품위를 손상하게 하는 경우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는 환자 등에게 미치는 위험의 정도가 다르다고 보이는바, 후자의 경우 시효를 전자의 경우보다 장기로 규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의사협회는 일부 우려는 알고 있지만 부칙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라며, 일단 법이 통과돼 힘들어하는 회원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주현 의사협회 대변인 겸 기획이사는 “부칙에 대한 우려사항을 이미 인지하고 논의해 왔다.”라며, “일부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칙이 일방적으로 빠질 것 같지는 않다. 빼면 좋겠지만, 부칙을 건드렸다가 소위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나중에 검토하자고 해 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주현 대변인은 “이번에 소위에 못 올라가면 완전히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의협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라며, “공소시효법은 쌍벌제 이전 건에 대해서라도 회원들을 어떠한 명목으로든 구제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부칙에 대한 우려사항이 있긴 하지만, 일단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과연 회원들이 일부 지적하는 것처럼 부칙이 문제가 있는지 많이 검토했는데,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전 법제이사와 현 법제이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법조인들의 해석도 달랐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빨리 법안이 통과돼서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건이라도 회원들에게 이익을 주자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어서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소시효법은 발의 2년여 만인 올해 2월에서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며,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 한 상태다.

특히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이번에 통과하지 못 하면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으나, 조만간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첫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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