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저조한 병원급 인증률, 행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계류돼 주목된다. 앞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지난 3월 ▲의료기관 인증 대상 확대 ▲분야별 인증제도 도입 ▲인증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의료기관 인증 관리체계 개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설립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7월 15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합의를 이루고, 계속심사하기로 결정됐다.

▽의료기관 인증 대상 확대
먼저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 인증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범위를 현행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도록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개정안 취지에 동의한다. 또, 앞으로 여건에 따라 의원급을 포함해서 확대하는 것도 추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개정안을 진행하는 것을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위원들은 저조한 병원급 인증률, 의원급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 등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위원은 “병원급 의료기관도 인증률이 6.3%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의원급까지 확대해서 관리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차관은 “지적한 대로 인증제도가 정착하기까지 노력이 부족하다. 인증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진행 중이다.”라며, “결과 공표나 인센티브 활용 방법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의무인증 제도의 경우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과거보다 훨씬 안정화돼 있고, 이를 통해 요양기관이나 정신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의무 대상이 아닌 병원급 의료기관의 인증률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토하고 진행하겠다.”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위원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우려했다.

최 의원은 “환자를 위해서는 좋겠지만, 무리한 인증으로 (의료기관에) 행정적 부담을 주면 오히려 환자들이 더 불편을 느낄 수가 있다. 인력이 한정돼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증제도 홍보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위원은 “국민이 의료기관 인증기관에 대한 인식을 아직 잘 못하고 있다. 대국민 홍보 등이 너무 보족하다.”라며, “신청률이 저조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나.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발의한 윤종필 위원은 “현재 의료법에 의한 인증 대상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돼 있는데,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이나 호스피스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 요구가 꾸준히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평가는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에 의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아닌 보건산업진흥원에서 하다 보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그러니 의료법에 (의원급 의료기관도) 포함해 인증마크도 주고, 외국환자에게 신뢰도 받자는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결국 기동민 법안소위원장의 “실효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정리로 마무리되며, 의결되지 못했다.

▽분야별 인증제도 도입
또한 개정안은 의료기관 인증을 분야별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분야별 인증의 유효기간은 현행 유효기간(4년)과 달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역시 부정적 논의 끝에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분야별 특성에 부합하는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개정안과 유사한 제도인 전문병원제도가 운영 중으로 유사ㆍ중복 문제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강립 차관도 “아직 인증제도가 충분히 성숙돼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특정 질환이나 중환자실 등에 대해 인증해 줄 경우 병원 전체에 대한 인증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상당해 염려하고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법안을 발의한 윤종필 위원은 “미국의 경우 종합병원 내에서도 심뇌혈관, 산부인과 등이 최고라며 인증에 대한 자부심이 크더라.”면서, “(분야별 인증은) 전문병원 제도와는 전혀 다르다. 병원 내에서도 응급실은 우리가 최고라고 하는 등, 내세울 수 있는 분야별 인증 1단계다.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졌다 하는 우리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강립 차관은 “현재 인증원에서 하는 인증평가는 기관 전체, 그러니까 병원 전체의 시스템이나 인력 수준, 장비나 시설이 적어도 국가가 생각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평가해서 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적인 평가제도이고, 응급실 같은 경우는 별도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면서, 추가로 분야별 인증을 도입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또, 질환이나 기능별로 복지부 뿐만 아니라 심평원 등 공공기관에서 하는 평가도 있고, 뇌졸중 등 학회가 인증하는 제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협회 역시 520개 항목으로 인증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 수술실 등에 대해 분야별 인증을 또 하게 되면 부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법안의 방향성은 맞지만, 지금 병원급 인증률이 6.3%밖에 안 된다. 자율인증을 좀 더 늘린 후 분야별 인증은 추후 도입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고, 기동민 소위원장은 추후 토론하자고 결론 지었다.

▽인증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증 의료기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을 가산하고, 의료의 질 및 환자 안전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법 개정이 아닌 복지부 고시로 다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지만, 인증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가산하는 것은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 요양급여비용의 산정 법률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법률체계와 관련, “요양급여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계 대표가 계약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러한 가산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계약금액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률체계에 부합한다.”면서, “의료법에서 이렇게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김강립 차관도 “개정안 취지는 공감되지만, 이 부분은 법체계를 맞춰 복지부가 고시로 하는 게 좋겠다.”라고 제안했고, 법안소위원들이 동의해 복지부 고시로 규정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인증 관리체계 개선
아울러 개정안은 ▲불인증을 받은 요양병원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다시 인증을 신청하도록 의무화하고 ▲인증을 신청한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기준 적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도록 하며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기준 적합 여부를 수시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증 취소 또는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인증을 신청한 의료기관의 인증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의료기관이 그 조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과하려는 조항은 타당하다.”라고 평가했다.

또, 요양병원이 인증 신청 후 인증을 받지 못한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다시 인증 신청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조건부인증을 받은 후 유효기간이 경과하거나 인증이 취소된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인증 재신청 의무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인증받은 의료기관의 인증기준 충족 여부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조사 결과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인증받은 의료기관이 인증기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근거를 마련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봤다.”라고 전했다.

현행법상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필요한 조치의 내용 및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그 내용을 인증마크의 사용정지 또는 시정명령으로 구체화하고 별도의 조사 없이도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증 취소, 인증마크의 사용정지 또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전문위원실 검토의견에 보건복지부, 법안소위원 모두 이견없이 동의했다.

법안을 발의한 윤종필 위원은 “인증을 신청한 의료기관의 인증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의료기관이 그 조사에 협조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의무적으로 인증을 신청해야 하는 요양병원이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어 이 규정을 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위원은 일방적인 조사 협조 의무 부과는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병원협회의 우려에 대해서는 “법조항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반박했다.

윤 위원은 “현행법에는 조건부인증을 받거나 불인증을 받은 경우는 재신청 관련 규정이 없는데, 요양병원의 의무인증 내실화를 위해서 불인증이나 조건부인증 병원에 대해서는 재신청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인증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관리ㆍ감독을 위해서 법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설립근거 마련
이외에도 개정안은 현행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현재 의료기관 인증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는데, 명분과 예산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이 나와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김강립 차관은 “인증제 시행이 7년 정도 됐고, 최근 기타공공기관으로 이미 지정됐기 때문에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갖추면 관련 전문인력이 안정적 기대를 갖고 전문성을 키워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위원은 “설립 당시에는 설립하기 쉬운 민법으로 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니 법정단체로 바꿔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데, 2010년 설립 당시에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내세우다가 지금 방향이 달라야 할 이유가 있느냐. 명분이 없다.”라고 반문했다.

이어 맹 위원은 “직원의 안정성을 얘기하는데, 설립 당시의 필요성이나 논리 근거와는 상당히 균형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맹 위원은 또한 현행법은 ‘이 경우 인증전담기관에 대하여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인데, 개정안이 통과돼 법정단체가 되면 안 그래도 부족한 복지부 예산에 부담되기 때문에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인증원 설립 7년쯤 됐고, 현행법에도 인증전담기관에 위탁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라며, “또한 지난해 이미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됐다. 요양기관하고 정신병원은 의무인증 대상이기 때문에 지금쯤은 특수법인으로 돼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예산 지적에 대해서도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진 않는다. 지금도 133억원 정도 예산이 투입되는데, 법적 근거는 현행법이나 개정안이나 똑같이 ‘지원할 수 있다’이다. 적어도 법정화로 인해서 추가로 예산이 소요될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맹성규 위원은 “법정화가 되면 직원들도 직업의 안정성 등 이런저런 요구가 당연히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갑자기 재단법인에서 공공기관으로 바꾸는 건 좀 더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김강립 차관은 “지적에 대해 검토하고 추가적으로 보고할 테니 그 이후에 심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됐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