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C형 간염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도 지난 6월 3일부터 C형 간염 관리체계를 기존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하는 등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높은 완치율을 보이는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들이 도입되면서 C형 간염 치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간암센터장)를 만나 집단감염 사태 이후의 국가 감시체계 강화 및 우수한 치료제들의 도입으로 인한 C형 간염 관리 및 치료 환경 변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우 기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백승운 교수: 네, 반갑습니다.

조성우 기자: 집단감염 사태로 C형 간염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백승운 교수: 네, 최근 병원 내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인해 발생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건은 C형 간염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C형 간염은 치료하기 힘든 간염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질환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B형 간염 환자가 가장 많아요. 현재 국내 만성 간질환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B형 간염 환자고, C형 간염은 약 10~15%, 그 외에는 알코올성 간염 환자 등이 차지하고 있죠.

C형 간염이 전체 만성 간염 환자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치료가 힘들고 특히 요즘은 마약주사로 감염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바이러스에요.

조성우 기자: C형 간염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떠한 측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질환인가요?

백승운 교수: C형 간염은 보통의 접촉이나 음식물로는 전혀 감염되지 않고 반드시 혈액을 통해 감염됩니다. 따라서 다나의원 사태의 원인이었던 주사기 재사용, 해안가 지방 혹은 항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마약주사, 또 침술, 부황과 같이 상처를 낼 수 있는 기구의 사용을 통해 감염이 되죠. 실제로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서 C형 간염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역학조사 데이터도 있어요.

C형 간염의 전염 경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해 예방해야 해요. 또 C형 간염은 질환 특성상 급성으로 앓고 난 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상당히 낮고 대부분이 만성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간경변을 일으킬 확률이 B형 간염보다 높고 간암으로 발전될 확률 역시 높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질환이에요.

특히, C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특히 많아 잠재 환자를 발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보통 건강검진을 하면 간 수치(ASTㆍALT)에 이상이 있을 경우 B형 혹은 C형 간염 검사를 하는데, C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있어도 간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전국의 유병률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C형 간염 환자 수는 30만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현재 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 중 20~30%에 불과한 실정이죠.

나머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C형 간염의 전파 경로가 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간경화 및 간암으로 발전해 개인 및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숨어있는 환자를 찾는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성우 기자: C형 간염 진단을 위해서는 어떠한 검사가 필요한가요?

백승운 교수: C형 간염 항체(Anti-HCV)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어요. 이 검사는 특이성과 민감도가 매우 높은 효소면역측정법(EIA, Enzyme Immuno-Assay)으로 진행됩니다.

현재 C형 간염이 완치됐더라도 과거에 감염된 경력이 있으면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실제 C형 간염 환자들과의 구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비용 부담도 없고 쉽게 C형 간염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조성우 기자: C형 간염 항체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나요?

백승운 교수: 환자가 간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찾아오면 당연히 B형, C형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급여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삭감 대상이었어요. 최근에는 C형 간염으로 의심이 되는 환자에게도 국가에서 해당 검사에 대해 보험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이미 간질환이 있다거나 주변에 C형 간염 환자가 있는 경우,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한 경우, 문신을 한 경우 등 감염이 의심 되는 환자에 한해서 C형 간염 항체 검사의 보험이 적용되고 있죠. 최근에는 보험기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우 기자: 최근 정부가 C형 간염 예방 및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백승운 교수: 현재 C형 간염 환자들 중에는 감염 여부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다나의원 사건도 환자는 물론 담당 의사마저 C형 간염 감염에 대해 인지를 못한 경우죠. 실제 지금 나이가 많은 의료진 중에는 C형 간염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혹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병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처럼 C형 간염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간학회는 국내 고령의 C형간염 환자들이 많다는 특성 및 비용효과를 모두 고려해 40세 생애주기별 검강검진에 C형 간염 검진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고, 현재는 유병률이 높은 남쪽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또한, 간학회는 C형 간염 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했어요. 당장 일시적으로는 비용이 들겠지만 치료가 쉬워진 덕분에 조기 발견만 한다면 병의 확산을 막고 유병률을 낮출 수 있어 C형 간염 검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우 기자: 이제 C형 간염 치료에 대해 이야기 하죠. DAA 제제의 등장으로 C형 간염 치료에 큰 변화가 생겼는데요.

백승운 교수: C형 간염의 치료는 페그인터페론이 1990년대에 등장해 지난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유전자 2형에서는 80%, 1형에서는 60%까지 치료 성공률을 보였고, 덕분에 C형 간염 치료가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환자들이 많은 고통과 경제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했죠. 특히, 치료 비용은 최근 등장한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Direct Acting Antivirals)보다 비쌌어요. 보험 적용 전은 물론 보험 적용 후에도 유전자 1형 감염 환자의 경우 1년에 600만원의 적지 않은 금액을 부담해야 했죠.

DAA 제제가 등장한 후에는 인터페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줄었고, 특히 유전자형 1b형 환자에서는 300만원 가량이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치료 비용 부담이 굉장히 많이 경감됐어요. 이는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조성우 기자: DAA 제제가 C형 간염 치료 환경 및 치료 패턴에 미친 영향은요?

백승운 교수: 개인적으로 국내에 출시된 모든 DAA 제제의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후속 약물들의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성변이(RAV, Resistance-associated variants) 문제가 있는 다클라타스비르/아수나프레비르 요법에서만 치료 실패가 있었고, 그 이후의 모든 임상연구에서는 아직까지 실패가 한 번도 없었어요.

최근 3년 이내의 연구에서는 간경변 유무, 과거 치료 실패 유무, 초치료인지 재치료인지에 상관 없이 모든 환자들이 100% 치료에 성공했을 만큼 C형 간염 치료가 발전했죠.

조성우 기자: DAA 제제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백승운 교수: DAA 제제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이 짧으며 환자들의 순응도와 만족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다만, 한 가지 추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타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DDI, Drug-Drug Interaction)이에요.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치료는 약물 상호작용 문제가 거의 없었는데, DAA 제제는 약물 상호작용 문제가 많아요.

대표적인 예로 대부분의 노인들이 복용하고 있는 스타틴의 경우 DAA 제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을 잘 체크해야 합니다. 또한 간질 환자들이 복용하는 전간제 및 결핵약, 항생제 등도 의료진들이 DDI 체크 리스트를 면밀히 살피고 확인한 후 처방해야 해요.

조성우 기자: 고위험군인 고령의 환자에서는 어떠한가요?

백승운 교수: DAA 제제는 고령 환자에서 대단히 중요한 치료법이에요. DAA 제제가 나오기 전 인터페론과 리바비린만 가지고도 치료 환자의 60%가 완치됐어요. 그러나 일부는 당시 간경화나 간부전으로 인해 또는 부작용을 견딜 수 없어 인터페론을 쓰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었죠.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의 환자들이었는데, 부작용이 심한 치료는 연령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70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에서는 본인의 의지가 아주 강하지 않은 이상 인터페론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DAA 제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연령과 상관 없이 아무리 고령의 환자라고 해도 치료를 진행하고 있어요.

조성우 기자: 제파티어 등 올해 새로운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C형 간염 치료제 옵션이 다양해졌습니다. 환자와 의료진이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백승운 교수: 의료진과 환자 모두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약가에요. 물론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제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현재 출시된 약제들의 경우 치료 성적이 95% 이상으로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가격을 먼저 따져보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감염 유전자형, 약물 상호작용, 리바비린 병용 여부 등도 약제 선택 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에요. 

신약인 제파티어를 예로 들자면, 효과 측면에서는 100%에 가까운 치료율을 보이고 있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요. 또한 타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에요. 최근에는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많이 저렴해졌죠.

또, 제파티어는 유전자형 1b형에 있어 내성변이유무와 관계없이 동등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어 별도 검사를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제파티어는 유전자형 1b형에 있어 굉장히 우수한 치료 옵션이라고 봅니다.

조성우 기자: 최근 열린 대한간학회에서 발표된 C형 간염 관련 연구 중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었나요?

백승운 교수: 주로 이미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들이 소개됐죠. 일례로, 올해 4월 참석한 EASL(유럽간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중 인상 깊었던 연구가 있었어요. 미국 재향군인회(Veterans affairs), 즉 우리나라 보훈병원에 해당되는 병원에서 제파티어를 투여한 약 2500명 정도의 환자들에 대한 대규모 리얼월드데이터에요.

보훈병원이라는 특성상 의사가 표준 치료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환자들이 제대로 약을 먹지 못했거나, 충분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통증과 관련된 약물 등 다른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 또한 높은데, 제파티어는 이런 환자들이 모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97%의 높은 치료 성적을 나타냈습니다.

리얼월드데이터는 의사의 사정, 환자의 사정 등 실제 진료 환경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반영된 데이터라는 점에서 97%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죠. 또, 우려했던 약물 상호작용 등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어요.

조성우 기자: C형 간염 치료제들이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C형 간염을 정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백승운 교수: 여전히 비대상성 간경변증에서의 치료가 어렵고, 아직 모든 유전자형에서 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유전자형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에요. 다만, 이러한 범유전자형 약제들은 MSD를 포함해 다수의 제약회사에서 준비 중에 있어 내년 정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C형 간염은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이 어렵죠. 이 때문에 지금까지 모든 백신 연구는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만, C형 간염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치료한 최초의 사례로서 인류 역사상 굉장히 의미 있는 질환이에요. 지금까지는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를 막기만 했었지, 치료제를 통해 박멸(eradication)했던 사례가 없었는데 C형 간염이 그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조성우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백승운 교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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