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4월 총회에서 회관신축과 관련해 회관신축추진위원회 구성, 회관신축기금 특별회계 신설, 회관 신축을 위한 이익잉여금 사용, 회관 신축 분담금 부과 등을 통과시켰다. 의사협회는 최근 회관신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총회 후 한 달이 넘도록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고, 7월 사무실 이전 계획도 9월 이후로 늦춰졌다. 의사협회가 회관신축에서 유의할 점과 현 시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건축 전문가인 BAUM CM(범CM) 노종철 마케팅사업본부장에게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의사협회가 회관신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노종철 본부장: 잘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우선 본부장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노종철 본부장: 설계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했습니다. 대기업과 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설계를 기본으로 한 건설사업관리(CM)를 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범CM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노종철 본부장: 국내 메이저급 건축회사인 범건축의 감리사업본부로 있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독립법인으로 분사했습니다. 현재 전문인력 120여명을 유지하면서 건설사업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노종철 본부장: 국내에서 병원, 호텔 등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 있어요. 베트남에도 지사가 있고 지역 인력도 상주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병원 건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병원 프로젝트에서 건설사업관리를 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 쪽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CM(Construction Management)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노종철 본부장: 말 그대로 건설사업관리입니다. 일반 클라이언트들은 의지와 돈은 있는데 전반적인 건설분야를 모르잖아요? CM은 건설단계 첫 단계인 기획부터 사업 분석 및 방향을 제시하고, 설계사 선정, 시공사 선정 설계 관리, 시공과정 관리, 사업비 리뷰 및 관리를 모두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유지관리까지 담당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노종철 본부장: 건설사업관리를 더 쉽게 이해하려면 변호사를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인은 소송이 걸렸을 때 법률지식이 없어서 변호사를 고용하잖아요? 변호사가 전문적인 지식으로 소송의 모든 과정을 대행하죠. CM과 건축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영식 기자: 네, 이해가 되네요. CM의 대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노종철 본부장: CM 분야는 광범위하고 넓습니다. 단순 용역뿐만 아니라 개발사업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요. 또, 원가 관리라고 하는데, 사업비가 적정한지, 합당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는지, 오버 평가된 곳은 없는지 전반적으로 총괄적인 관리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선진국도 마찬가지 인가요?

노종철 본부장: 해외에서는 클라이언트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설계가 아니라 원가관리 용역부터 발주합니다. 건설사업은 돈을 집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돈의 집행 적정성에 대해 포커스를 두고 원가관리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시행사, 설계사부터 찾는데 선진국은 사업의 적정성부터 판단합니다.

장영식 기자: CM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 즉 CM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노종철 본부장: CM을 하지 않으면 건축주는 전문지식이 없어서 시공사나 설계사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있어요. CM은 건축주 입장에서 전문지식을 갖고 이해관계자인 파트너를 컨트롤 할 수 있어요. 건축주가 바라는 방향의 건물을 적정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적게는 2~5%, 많게는 10% 가량 사업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의료기관 건축에도 다수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 건축은 다른 건물과 다른가요?

노종철 본부장: 분당서울대병원, 울산대병원 신관, 건국대병원, 해운대백병원, 서울대 치과병원, 세브란스 새병원 등 대형 병원 건축에 다수 참여했습니다. 범CM의 강점이 의료기관 경험이 많은 것이죠. 병원 건축이 다른 건물과 차이점이라면, 건축주가 가장 까다로운 곳이라는 거죠.

장영식 기자: 혹시 의사협회가 회관신축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나요?

노종철 본부장: 오래 전부터 의협 사옥 신축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건물이 더 사용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 신축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회관환경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등급 D등급은 어떤 상태인가요?

노종철 본부장: 상당한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대대적인 구조보강에 들어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건물을 쓰지 못하는 상태죠. E 등급은 철거를 해야 하는데 바로 전단계입니다. D 등급은 보완보다는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게 효용가치가 있어요.

장영식 기자: 사단법인 의사협회의 회관은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둬야 할까요?

노종철 본부장: 아무래도 소속 회원들의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사단법인 건물은 상업성보다는 공익성과 회원들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건물을 원합니다. 가용 면적도 중요하지만 휴식공간, 로비나 화장실을 쾌적하게 지어야 합니다. 반면, 사업적인 건물은 그런 부분을 최소화합니다.

장영식 기자: 디자인 부분은 어떤 점에 신경써야 할까요?

노종철 본부장: 의협회관은 회원들이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안전성과 미적인 부분은 너무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야 해요. 차분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아하면서 오래 봐도 건물에 정감이 드는 부분에 포인트를 줘야죠.

장영식 기자: 의협회관 신축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노종철 본부장: 협회를 보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이해가 섞여 있어요.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선장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가죠. 표류할 가능성이 많아요. 추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강한 신뢰를 줘야 해요. 또, 시행과정에서 CM 관리사가 참여해서 방향성을 잃지 않게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회관 신축은 어떤 절차로 진행해야 할까요?

노종철 본부장: 다시 말씀드리지만 협회는 외부의 다양한 입김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먼저 의사협회가 회원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해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설계와 시공 과정만 알고 있는데 CM 사가 설계 과정에 들어가면 전체적인 과정을 이끌어 갈 수 있어요. 시공사도 의사협회 규모와 예산에 맞는 경쟁력있고 좋은 회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 회관신축에는 사무실 이전 비용 34억 7,012만여원과 신축 공사비 255억 8,829만여원 등 290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지하까지 포함해서 10여층 규모에 연면적 3,400평 규모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문가로서 비용추계에 대해 평가해 줄 수 있나요?

노종철 본부장: 제가 볼 때는 빡빡해 보이진 않네요. 하지만 건물 공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하 부분입니다. 땅의 토지에 따라 지하공사를 추가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땅이 너무 단단하거나 물러도 비용이 증가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일반적으로 평당 건축비는 얼마나 필요한가요?

노종철 본부장: 통상적으로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들어요. 예외적으로 삼성사옥은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었죠. 사업비에 인테리어 비도 포함돼 있는데, 의협의 경우, 250억원이면 인테리어 비용이 50억원 가량 될겁니다. 200억원으로 3,000여평이면 평당 6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책정한 듯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은 당초 7월 사무처를 이전하려고 했으나 9월 이후로 두 달 가량 늦춰습니다. 9월 사무실을 이전한다면 지금 당장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요?

노종철 본부장: 사옥 신축을 위한 기획적인 업무를 시작해야 합니다. 현 단계에 전문가들이 붙어야 해요. 소위 사업 신축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합니다. 3,000여평에 어떤 실이 어느 위치에 어떤 형태로 들어가야 하는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사옥의 품질, 인허가 절차, 전반적인 설계 일정에 대해 마스터 일정이 나와야 하고, 각 단계마다 재원이 투입될 시기도 확정돼야 합니다. 향후 이 사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도 기획단계에서 확정해야죠.

장영식 기자: CM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노종철 본부장: 환자를 치료할 때 민간요법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으로 치료해야죠. 처음부터 CM사를 투입하면 시작 단계부터 정확한 공사 기간과 비용추계가 가능합니다.

장영식 기자: 국내에 CM사가 몇 곳 정도 되나요?

노종철 본부장: 설계사가 CM사업본부를 운영하는 곳은 많습니다. 설계를 하면서 감리 일이 생기니까 CM본부를 둡니다. 하지만 CM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약 10여곳 입니다. 전문 CM사는 설계가 없어요. 설계가 있는 조직은 포커스가 분산되니까요.

장영식 기자: 감리와 CM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노종철 본부장: 감리는 도면대로 지어지는가 품질을 확인하는 것으로, 구조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접근이 없어요. CM은 단순 감리 개념에서 탈피해서 도면보다 변화를 줬을 때 더 좋아지면 변형에 대해 조언하죠. CM은 그런 기능이 있어요. 많은 건축주가 비용 때문에 CM 도입을 주저하고 있지만, CM 도입으로 용역비 보다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장영식 기자: CM 비용에 대해 어쭤봐도 될까요?

노종철 본부장: 용역비는 공사비의 3%를 기준으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 규모가 700~800억원이면 3%를 보는데, 실제로 낙찰될 때는 2% 정도 선에서 정해집니다. 하지만 공사 규모가 적을 경우는 좀 다릅니다. 규모가 작아도 현장에 같은 수의 인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3%보다 높을 수도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건축 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무엇인가요?

노종철 본부장: 골조공사는 비슷한 비용이 듭니다. 내외장 인테리어가 공사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설계도면을 FM대로 산출한 비용을 예가(기준가)라고 하는데 낙찰가는 예가의 80~85% 선에서 결정됩니다. 예가가 평당 700만원이라면 550만원 정도의 공사가 가능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영식 기자: 결국 인테리어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는 거죠?

노종철 본부장: 변수는 마감과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이 조건이 건물 수준을 결정합니다. 자동차의 경우도 같은 소나타라도 베이직 형인지, 프리미엄 형인지에 따라 크게 다르잖아요? 외부 마감은 외장재, 돌, 금속 판넬, 유리, 내부마감은 페인트, 벽지, 돌, 인테리어 성으로 우드 장식 등이 고려됩니다. 외장재 중 테라코트 판넬은 세라믹인데 평당 20만원 가량 합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협회 신축에 대해 조언을 해주세요.

노종철 본부장: CM사는 건축주의 이익을 위해서 역할을 하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우리나라는 건설업계 불신이 팽배한데 CM사는 궁극적으로 건축주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설계사, 시공사는 상품을 팔아서 용역비를 받지만, CM사는 누구를 위한 상품인지 발주처(건축주)의 이익을 확보하고 보장하기 위한 전문회사입니다. 소송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도와주듯이 여러 이해관계자의 복잡한 이해 구도 속에서 건축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요. CM도입을 논의해 보길 권합니다. CM사를 조기에 참여시킬수록 비용을 줄일 여지가 커집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