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사장 김록권)에서 사무국장 근로계약과 관련한 잡음이 나오고 있다.

공제조합 이사회는 지난 2일 오전 7시 쉐라톤서울 팔래스호텔 다봉에서 25차 이사회를 열고, ‘조종구 사무국장 계약 만료에 따른 재계약의 건’을 논의한 끝에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록권 이사장을 비롯해 이우용ㆍ장현재ㆍ임익강ㆍ박영부ㆍ김해영ㆍ박홍준 등 이사 6인과 주영숙 감사가 참석했다.

공제조합 사무국은 운영지원부와 사건처리부로 나뉘며, 사무국장을 포함해 총 30명이 근무중이다.

조종구 국장은 지난 1988년 공제조합의 전신인 의협 공제회 직원으로 입사해 30년 동안 공제 업무만 맡았다.

특히, 의료사고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당사자 “3년 근무 보장 받았다”
이사회 결정에 대해 조종구 국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조종구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5년 전임 이사장으로부터 3년 근무를 보장받았다. 이사장이 바뀌었더라도 신뢰의 문제다. 이 사실은 공제회 관계자들도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5월 2일 재계약을 연장하기 않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그 일주일 전 공제조합 대의원회 장선문 의장으로부터 함께 가자는 말을 듣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라며, “장선문 의장은 ‘김록권 이사장과의 통화에서 사무국장과 함께 가는 것으로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조 국장은 자신의 재계약 연장 불허를 결정한 이사회가 평소와 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국장은 “이사회에는 회의록 작성을 위해 항상 직원이 배석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는 참석한 직원이 없었다. 통상적인 회의와 달랐다.”라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취업규칙을 보면 한 달 이내 계약상황을 통보해줘야 한다.”라며, “내 계약일자가 6월 3일이기 때문에 이사회 날짜를 5월 2일에 맞춘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색맞추기일지라도 계약 종료 한 달 전에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하니 달리 방법이 없다. 30년을 공제회에서 의사들을 위해 일해 왔는데 이렇게 매정하게 내치다니 답답하다.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저하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종합적인 행정업무 고려한 조치”
이사회는 조종구 사무국장과의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종합적인 행정업무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참석한 A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종구 국장이 사건처리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누구나 인정한다.”라면서도 “종합적인 행정업무는 취약했다.”라고 말했다.

A 이사는 “사무국장이 할일이 있고, 부장이 할일이 있다.”라며, “조 국장은 30명 규모의 사무국을 지휘하는데는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거듭 말했다.

3년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A 이사는 “강청희 전 이사장과의 구두 약속을 주장하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주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A 이사는 “사무국의 규모가 꾸준히 커졌다.”라며, “보험 전문가, 기금운용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김록권 이사장은 내년 인수인계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록권 이사장은 “내년에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면 인수인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두 약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조만간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주장, 설득력 있나?
조종구 사무국장이 임기 3년을 보장받았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5년 임기 3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두 약속이었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전 부회장은 “당시 의협 직원이던 조종구 국장은 2017년 12월 정년예정이었다. 조 국장에게 2018년 5월까지 3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매년 근로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별정직 전환 동의를 받았다.”라며, “결국 정년을 채우고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가 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사회가 전임 이사장의 임기 3년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재계약을 중단한 이유는 ‘종합적인 행정 능력 부족’과 ‘원활한 인수인계’다.

종합적인 행정능력이 부족해 교체하는 것이라면, 조 국장의 후임으로 보험 전문가나 기금운용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하지만 의협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후임 사무국장은 의협 국장 중 한명이 기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제조합 사무국장의 업무는 ‘종합적인 행정 능력’보다 공제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후임자가 30년 동안 공제 업무로 잔뼈가 굵은 조 국장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김록권 이사장의 인수인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도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조 국장과 근로계약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더라도, 계약만료 2~3개월 전부터 후임자를 정해놓고 인수인계 과정을 밟으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록권 이사장이 말한 ‘원활한 인수인계’라는 표현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의협은 올해 1월 세계의사회 파견이사였던 신동천 교수를 인수인계 과정 없이 교체해 논란을 일으켰다. 바로 그 중심에는 추무진 회장과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있었다.

추무진 회장은 신동천 교수 후임자로 세계의사회 파견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국제협력위원장이던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활약했다.

신동천 교수는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 재임이 유력한 상태였다. 특히 10여년간 세계의사회 업무를 도맡아 왔기 때문에 그의 교체가 세계의사회에서의 국내 의료계의 위상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수인계를 고려하지 않은 추무진-김록권 라인이 공제조합 사무국장의 인수인계를 걱정(?)한 인사를 했다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의협의 재정 절감차원에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협과 공제조합은 별도재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제조합 사무국장을 내보내고 의협 소속 국장을 공제조합 사무국장으로 기용하면, 그 자체가 인건비 절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 이사는 물론, 조종구 사무국장도 이를 부인했다.

이사회 A 이사는 “조종구 국장의 재계약 건을 논의한 자리에서 대부분 참석자가 종합적인 행정능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의협의 재정 절감 차원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종구 사무국장도 “의협의 재정 절감 차원이라는 주장은 추무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건데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며, “의협회장이 공제조합 사무국장의 계약일자를 꼼꼼하게 챙겨서 정확히 30일을 앞둔 시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계약 연장 불가를 지시했을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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