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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잠재적 범법자가 아니다[칼럼]경기도의사회 법률대응팀 김동희 변호사
헬스포커스 | 승인2017.03.21 10:59

<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뉴스에서 의료사고나 일부 의료인들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한다.

국회도 뉴스를 보고 부랴부랴 법을 만든다. 의료계 이슈 등장→여론의 분노→의안 발의 추진→의협의 반발은 이제 익숙한 패턴이 됐다.

그 결과 의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설명의무규정 도입, 대리수술을 막기 위한 명찰착용 의무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유명인이 사망한 후 의료사고 중재를 강제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중재법, 과태료 부과, 형사책임 부과, 자격정지로 의료인에 채워지는 족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정도면 내가 의사라도 ‘못 해먹겠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

살펴보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인에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은 세차례번이나 이루어졌다.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의무가 부과된 꼴이다.

준수사항과 금지사항은 늘어났으며 위반시 부과될 과태료도 늘어났다. 당연히 의무가 줄어들거나 삭제된 적은 없었다. 매년 의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추가된 의무’ 강좌라도 열어야 하나.

유행입법의 추세는 형법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트렌드였다. 아동학대나 성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라’는 매서운 여론에 금세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법률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식이다.

2014년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방지특별법이 제정됐으나 그해 이 법에 대한 예산 배정은 없었다(필자는 학대부모의 항소심 국선변호사였다). 입법에 만족한 여론은 제정 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본질적 이유와 방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은 그 곳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 의료법 개정은 형법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2017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명찰착용의무를 살펴보자. 일명 명찰법은 2014년 성형외과 불법 대리수술문제가 터진 후 신경림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이다. 그런데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수술실 내에서는 명찰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뒀다.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정작 해결하려던 문제는 풀지도 못하고 의미 없는 의무만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여론은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개정안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의료법이 점점 ‘형법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무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법적 제재를 가해 처벌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나 최종적이고 종국적 해결책으로써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늘어난 의무를 줄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입법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 입법 이후의 부작용, 되돌림의 어려움 때문에 언제나 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명찰법의 개정이유에는 ‘환자가 의료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를 의료인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고 보건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쓰여있다.

그러나 의료인에 대한 신뢰, 의료계의 자정능력에 대한 존중 없이 그저 엄벌주의로 대처하는 것이 과연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스탠포드대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인에 대한 존중과 신뢰 없이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까 염려스럽다.

의료인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신뢰와 국민의 보건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입법을 통해 의무를 규정하고 마치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와 불신이라는 악순환의 반복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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