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재활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되는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난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재활의료체계 마련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의사 개설권을 두고 논란이 일며 답보상태에 처했다. 지난해 창립한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청주 아이엠재활요양병원장)을 만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우리나라 재활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우봉식 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얼마 전 국회에서 재활병원 신설법안이 논의됐는데 무산됐습니다. 실망이 크셨겠어요.

우봉식 회장: 당초 법안에도 없는 한의사 개설권이 갑자기 튀어나오며 문제가 돼서 좀 황당했죠.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보니 한의사도 개설할 수 있지만, 뇌졸중, 척수손상 등 아급성기 환자를 보는 재활병원까지 개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최미라 기자: 한의사들이 재활병원을 개설해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는 거군요?

우봉식 회장: 그렇죠. 재활의학과 의사는 단지 처방만 내는 것이 아니라,재활치료과정의 특성상 재활전문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보조기사 등 다양한 전문가를 이끌고 조율하며 환자를 최상의 결과로 만들어냅니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해요. 이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도 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또한 한의사는 법적으로 의료기사 지도권한이 없기에 수만명의 한의사에게 재활병원의 리더로서 개설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격과 능력 면에서 국민건강에 역행하게 되는 거죠.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우봉식 회장: 특히 재활의학은 학문적 원리, 교육과정, 임상적 경험 등을 충분히 쌓은 전문의에게도 환자의 진단과 판독, 치료의 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세밀함이 요구돼 건강보험법령에서도 의사 가운데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만 독자적인 처방영역을 허용하고 있잖아요. 다른과 의사들에게도 인정되지 않은 부분인데, 한의사를 재활병원의 개설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최미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들은 한의사 차별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봉식 회장: 재활병원의 개설자를 의사와 한의사가 공히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아요. 재활병원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직후 의학적으로 다소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조기에 가정과 사회복귀를 시키는 것을 목표로 집중 재활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의사가 대표자로 개설할 경우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캐어나 의학적 판단을 함에 있어서 전문성이 떨어져 환자에게는 상당한 위험성이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사실 한의사에게 굳이 재활병원 개설권을 주지 않아도 현행법상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충분히 재활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죠? 박인숙 의원도 그런 점을 강조했구요.

우봉식 회장: 그렇습니다. 한의사들은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 또는 일반병원의 한방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하면 됩니다. 개설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진료까지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죠. 정 한의사들에게도 개설권을 주고 싶다면 이번에는 양승조 위원장의 원안대로 통과한 후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면 됩니다.

최미라 기자: 우리나라 재활의료체계 현황과 문제점은 어떤 상황인가요?

우봉식 회장: 우리나라는 현재 재활병원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재활병원으로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권역별 재활병원 6개소와 전문재활병원 10개소 등 총 16개소, 3,100병상에 불과합니다. 매년 발생하는 재활치료군(대상) 환자가 60만명인데 전문재활치료를 받는 환자 7만 3,200여명(12.2%)을 수용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죠. 특히 재활은 지역을 기반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타당하지만, 국내에서는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의 절대 숫자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 조차도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접근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재활의료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군요.

우봉식 회장: 주요 선진국들이 재활치료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급성기-회복기-만성기의 재활의료체계가 제도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회복기 재활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이후 기능회복의 결정적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최미라 기자: 특히 수가체계가 미비해 발생하는 문제도 많죠.

우봉식 회장: 그렇습니다. 재활병원의 수가 체계는 치료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급성기 병원 수가 체계를 적용하기에 부적절하고, 치료의 결과 기능이 호전돼 퇴원 또는 가정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증도가 유지될 경우 수가를 더 받는 구조인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제 수가도 부적절합니다.

최미라 기자: 해결방안은 역시 의료법이 통과돼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수가체계도 마련하는 방법이겠네요.

우봉식 회장: 회복기 재활치료는 상대적으로 장기간의 치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급성기와 다르고, 전문적인 집중치료를 통해 가정과 사회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장기요양에 특화된 만성기 병원과 큰 차이가 있어서 재활의료기관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 회복을 위한 재활병원에 대한 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미라 기자: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있는 재활의료 제도로 알려져 있죠?

우봉식 회장: 그렇습니다. 우리보다 앞선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대처해 온 일본은 지난 2000년 개호보험의 도입과 함께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해 치료실 중심의 재활에서 병동생활 및 일상생활도 중시하는 재활로, 물리치료ㆍ작업치료ㆍ언어치료 중심의 재활에서 간호사ㆍ사회복지사ㆍ영양사까지도 포함한 팀 접근법의 재활로 서비스가 바뀌었어요. 회복기 재활병동은 발병 후 2개월부터 6개월까지에 걸쳐 뇌질환, 근골격계질환, 심폐질환, 암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재활치료가 제공되고 있으며, 환자의 가정복귀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이처럼 적극적 회복기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 환자의 빠른 기능적 회복을 통해 환자의 가정 복귀를 높여 노인 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조기 사회 복귀를 유도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배울점이 많겠네요. 최근에는 일본으로 단기연수도 다녀오셨다구요?

우봉식 회장: 지난 6일부터 9까지 ‘제2차 일본재활의료시설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20명이 채 되지 않았던 1차 연수에 비해 희망자가 크게 늘어 의사 8명을 비롯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행정직원 등 모두 32명이 다녀왔어요. 미에현ㆍ지바현 지역의 나나쿠리기념병원, 의료복지법인 진세이카이(키세츠노모리재활병원 개호시설 등) 등에서 선진 재활의료를 살펴보고 왔습니다. 최근 수가체계 등, 재활의료체계 관련 자료들도 많이 가져왔어요. 일본 자료들을 공부하려고 반 년 전부터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재활병원협회가 창립한지 1년 반 정도 지났네요. 짧은 시간 동안 의료법 개정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앞두고 계신데요?

우봉식 회장: 의료기술의 발달과 인구 고령화로 심뇌혈관 질환, 근골격계질환, 암, 심폐질환의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재활의료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회복기 재활치료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이러한 임상현장의 모순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재활의료체계를 정립해 재활치료에서 소외되고 있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활의학과가 설치된 병원급 의료기관의 대표자로 구성된 대한재활병원협회를 지난해 6월 17일 창립했습니다. 현재는 50개 병원급 의료기관이 소속돼 있죠. 사실 험난한 준비과정을 거치며 누구도 이런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때는 불평만 얘기했지 뭘 해야할지 몰랐는데, 뜻이 맞는 재활의학과 의사들과 의견을 나누다 협회 창립을 결정했죠. 국회와 정부를 향해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계속 역설하니 공감을 해주더라구요. 그게 법안 발의까지 이어졌죠.

최미라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봉식 회장: 재활병원 설립법은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재활의료체계가 제대로 정립되면 의사의 정체성도 확립되고, 환자는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고령화사회에서 전체적인 의료비 절감도 이뤄질 수 있어요. 모든 면에서 보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제도라는 거죠.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회복기 재활체계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 자랑스럽습다. 다만, 최근 트럼프의 당선이나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을 보며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달았어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최미라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우봉식 회장: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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