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14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강원도 영월에서 주경야독하던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김종대 전 이사장은 제6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당시 쇄신위원회를 운영해 건강보험제도 개혁안을 담은 보고서(실천적 건강복지 플랜)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해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 개선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건강보험 부과체계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을 만나 건강보험제도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우 기자: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김종대 전 이사장: 네, 오랜만이네요. 퇴임하고 처음 보는 거니 1년 6개월 정도 된 것 같네요.

조성우 기자: 피부가 많이 탄 것 같으신데요.

김종대 전 이사장: 영월에서 밭일을 자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당뇨에 좋은 기능성 고추를 키우고 있거든요. 이제 막 고추가 달리고 있어요.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그날 바로 영월로 내려갔어요. 그동안 거의 영월에서 안 나왔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에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됐네요.

조성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들을 수 있을까요?

김종대 전 이사장: 서로 의지가 맞아서 그런 것이에요. 당에서 오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더불어민주당에서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조성우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보건복지 특보로 합류하셨죠?

김종대 전 이사장: 네, 시기가 그래서인지 비례대표에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죠. 만약 제가 비례대표에 나갔다면 건강보험 정책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게 됐다고 백날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에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만들 때 참여한 사람 중 사실상 제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어요. 제가 모셨던 분들은 이제 거동도 잘 못하고 그러시거든요. 공단 이사장을 할 때도 내가 현직에 남아있는 마지막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어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저도 제가 모셨던 분들과 같은 상황이 될 거에요. 그렇게 되기 전에 후손들을 위해 부과체계 개선 등 건보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에요.

조성우 기자: 현재 부과체계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요.

김종대 전 이사장: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보건복지부가 간파해야 할 점이 있어요. 민간보험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로 인해 가구당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있죠. 또,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초반에 머물고 있어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민간보험에 법적인 혜택이 있었어요. 과거 의료보험법에는 민간보험에서 의료보험이나 건강보험과 관련된 유사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조항이 없어요. 민간보험에서 건강보험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광고를 하고 있죠.

역사를 알아야 해요. 어떠한 제도든지 제도가 탄생할 때의 배경과 사상과 철학이 있어요.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또 거기에서 원칙이 나오죠. 그리고 원칙에서 뿌리와 가지가 생기는 것이에요. 이러한 것이 일관성 있게 돼야 그 제도가 살아있는 제도가 되는 것이에요.

조성우 기자: 이사장님이 생각하는 건강보험제도의 철학과 원칙은 무엇인가요?

김종대 전 이사장: 건강보험제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보편적 복지제도에요. 건보제도의 기원은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당시 비스마르크가 건강보험법을 통과시켜 세계 최초의 의료보험을 도입했어요. 그 때의 철학을 보면, 보험료는 능력에 따라 내고 혜택은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이에요.

보험에는 3대 원칙이 있어요. 수지상등의 원칙, 확률 및 대수의 원칙, 가입자 동등의 원칙이에요. 현재 가입자 동등의 원칙, 즉 기본 원칙부터 깨져 있어요. 복지부든 청와대든 보험의 원론적인 것부터 살펴보고 정책을 폈으면 좋겠어요.

조성우 기자: 현재 건보제도는 원칙이 깨져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종대 전 이사장: 그렇죠. 우리나라와 같은 복잡하고 불형평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건강보험은 1년짜리 단기보험이에요. 단기보험에 보험료를 내는데 집을 팔고 자동차를 팔아서 낼 수는 없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건보제도의 원칙이에요. 세계 각국이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에요.

모르면 배워서 하려는 자세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에요. 지금은 죄 없는 국민만 고통 받고 있어요. 건보공단에 제기되는 보험료 관련 민원이 연간 1억 2,000만 건이 넘어요.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보편적 복지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조성우 기자: 퇴임 전 간담회 등을 통해 이사장님 본인의 개인정보 공개까지 불사하며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는데요.

김종대 전 이사장: 당시, 소득 없이 반지하 셋방에 살며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매달 약 5만원의 보험료를 낸 반면, 5억원이 넘는 재산과 수 천 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 전직 건보공단 이사장은 보험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어요.

솔직히,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에 자기 것을 다 밝히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도 현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의 고통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리더의 기본적인 자격이라고 생각해요.

조성우 기자: 건보제도 개혁과 관련해 부과체계 개편 이외에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김종대 전 이사장: 건보제도는 크게 수입과 지출이라는 두 기둥으로 이뤄져요. 수입면에는 보험료 부과체계가 있고, 지출면에는 급여체계가 있어요. 현재 급여체계도 엉망이에요.

건강검진이나 장기요양보험은 청구를 건보공단으로 하는 반면, 진료비는 심평원에 청구하고 있어요. 제도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에도 개선이 필요해요.

건보공단에서 운영하는 국제연수과정에 참여한 각국의 건강보험 정책 실무자들이 두 가지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어요. 하나는 보험료 부과체계고, 다른 하나는 청구ㆍ심사 등 급여체계에요.

지금 당장 급한 것이 수입체계 개선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부과체계 개편에 집중하고 있지만 부과체계 다음은 급여체계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해요.

건강보험제도는 다른 보험과 달리 공급자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공급자가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제도가 지속가능하다는 뜻이에요.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가 제대로 조정되면 공급자들에게도 당연히 보다 적정한 보상이 제공될 겁니다. 의료서비스도 저가구매에서 적정구매로 가야 해요.

조성우 기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퇴임하면서 문을 닫은 블로그(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는 다시 안 여시나요?

김종대 전 이사장: 안 그래도 주위에 블로그나 페이스북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네요. 공단에 있을 때에는 시스템적으로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거든요.

조성우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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