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일명 신해철법)이 통과되고, 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추무진 의사협회장은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 쫓아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은 지난 4월 18일 협회 부회장직에서 해임됐지만 의협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직을 유지해 왔다.

추무진 회장은 강청희 상근부회장이 해임과 동시에 의협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직위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무진 회장(좌), 강청희 이사장(우)
추무진 회장(좌), 강청희 이사장(우)

하지만 조합 법제전문위원과 외부 법무법인은 강청희 이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사장직을 사퇴한 것이 아니므로 정관상 이사장직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성환 법제전문위원은 조합 정관 제11조제1항에 의하면, 이사는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고, 의사협회가 상근부회장 1명과 상임이사 4명을 포함한 5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은 이사후보로서의 자격을 정한 것일뿐,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의 직위라고 하여 대의원총회 선출 절차와 무관하게 조합의 당연직 이사 자격으로 정해진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LK 파트너스’와 법무법인 ‘유원’도 의사협회는 공제조합에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할 ‘추천권’만을 가지고 있고, 추천 후보들 중 공제조합의 이사를 선출하는 것은 공제조합의 대의원총회의 권한이라며, 의사협회 임원의 직위와 공제조합 임원의 직위는 독립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협이 재차 법률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 ‘광장’도 상근부회장의 직위는 조합 이사 선임의 자격요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추천 및 선임이 아무런 하자 없이 진행됐다면, 자격 요건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추천 및 선임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내부 법률전문가와 외부 법무법인 3곳의 자문을 받고서도 의협 추천이사들은 강청희 이사장이 자격을 상실했다는 판단 아래, 지난 21일 오전 7시 임시이사회를 의협회관서 열어 김록권 의협 상근부회장을 조합 이사로 결정하고, 조합에 이사 변경 절차를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 이사회는 박영부 이사가 소집한 이사회로, 강청희 이사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조합 임원은 조합 정관 제10조에 따라, 이사장 1명과 이사 7명 이상에서 10명 이하를 둘 수 있다. 임원은 의협에서 추천하는 상근부회장 1명과 상임이사 4명을 포함한 협회 상임이사회 추천 5명과 조합원 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3명 이상을 임원으로 둘 수 있다. 이사는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고,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한다.

임시이사회 소집은 조합 정관 제31조에 따라, 감사 또는 재적이사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거나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소집한다.

앞서, 강청희 이사장은 21일 긴급이사회 소집요구(이우용, 임익강, 박영부 이사, 주영숙 감사)에 대해 이사 전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22일로 소집공고를 냈다. 반면, 21일 이사회는 취소하도록 했다.

의협 추천 이사들은 강청희 이사장의 취소 요구에 불응하고 21일 임시이사회를 진행했으며, 이사회 운영규정 개정의 건, 강청희 이사장 사퇴권고(안) 대의원총회 상정의 건, 임시이사회 개최장소 변경의 건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개정된 운영규정은 제3조(구성)에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자가 조합원, 협회 임원 등의 자격을 상실하거나 그 자격이 변경된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 없이 이사의 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추천이사들은 21일 이사회를 근거로 조합이사회 운영규정이 개정돼 협회 추천이사의 결원이 발생했다며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강청희 이사장 대신 의협 추천이사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청희 이사장은 지난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1일 의협에서 진행한 임시회의는 소집권자가 인정하지 않은 회의로 원천 무효이다.”라고 주장했다.

강 이사장은 “조합원 1만 5,000명이 조합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란에 휩싸이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추무진 회장을 공격하거나 비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협회와 조합은 함께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조합원 2,000명이 증가했다. 조합이 발전하고 있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기반을 잡았다.”라며, “이러한 배경은 상품 경쟁력과 집행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조합이 회원들에게 믿음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불협화음은 조합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라며, “이사장을 내려놓지 않고 끌고 가는 것은 조합이 만들어질 때 협회 총무이사로 관여했고, 회원에게 도움을 주려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8일 총회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겠지만 협회가 법률상의 문제가 있는 이사회까지 열어가면서 조합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합은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회원들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원격의료법 입법예고에 대해 추무진 회장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 절차의 자동개시를 골자로 하는 의분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분쟁조정 자동개시 범위는 ‘사망’, ‘한 달 이상 의식 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으로 정해졌다. 회원들은 일주일째 의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의분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자, 하루 뒤인 18일 의협 대변인 기자브리핑에 참석해 공식 사과했지만, 막상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또, 복지부가 지난 23일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무진 회장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회원들은 추무진 회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료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