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영역을 노리는 직종은 한의사 뿐만이 아니다. 안과의사가 해야 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를 안경사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안경사법과, 의사들의 영역인 문신을 문신사들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도 발의된 상황이다. 의료기사법을 개정해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을 보장하라는 목소리와 미용사법을 통해 미용사들도 미용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하는 약사들의 성분명처방 및 대체조제 강화 주장과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 레이저도 역시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PA 합법화를 부르짖는 간호계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관료문화와 관치의료를 타파하고 전문주의를 강화하며, 국민건강보험과 수가를 정상화해야 만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리멸렬한 논쟁…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지난 2014년 12월 ‘규제기요틴’ 발표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논란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당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전문가 단체의 의견 수렴 후 2015년 상반기 중으로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범위를 확정하겠다고 못박았다.

한의협이 지난달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한의협이 지난달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하지만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와 장관 교체 등으로 전문가 단체의 의견 수렴이 늦어지자 일정을 2015년 말로 조정했다.

복지부는 그 사이 의료계와 한의계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 11월까지 5차 회의를 개최했지만,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협의체 구성 전부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의보다 의료일원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의사협회는 현대의료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19일 협의체 5차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으로부터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 제안문’을 제시받고, 중재안을 마련해 양단체에 전달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중재안은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통합을 2030년까지 한다고 명시하고, ‘(가칭)의료통합을 위한 미래의료발전위원회’를 2016년부터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2년 내에 마련토록 했다.

문제는 의료통합이 이뤄지는 2030년 이전에도 국민의 건강 증진과 상호 간의 이해 확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와 한방의료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교차 진료행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의사의 한방의료 진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도 포함하고, 교차 진료행위 및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심의기구를 두고 이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중재안이 공개되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부여하려는 것이냐며 정책을 추진하는 보건당국과 소극적인 의사협회 집행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의료계를 중심으로 복지부가 지난달 26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유권해석 결과를, 28일에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목록을 발표한다는 소문까지 흘러 나오면서 투쟁의지를 더 불태웠다.

하지만 복지부는 협의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어느 한 단체라도 반대하면 진행할 수 없다며 발표설을 부인했으며, 실제로 12월 26일과 28일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2015년 발표는 무산됐지만, 언제라도 복지부가 기습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2일 초음파 골밀도기를 시연하며 복지부를 향해 1월까지 결론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1월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진행할 것이며, 한의협 내 진단센터를 설치해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안경사ㆍ문신사 단독법안, 고비는 넘겼지만…
안경사와 문신사와 관련한 단독법안이 발의되고 상임위 심사 직전까지 진행돼 의료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의료기사법의 일부로 규정된 안경사 관련 규정을 별도로 독립해 규정하기 위한 ‘안경사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안경사협회 기자회견
지난해 11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안경사협회 기자회견

안경사법은 안경사에게 자각적 굴절검사와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 등의 시력검사와 안경의 조제 및 판매, 콘택트렌즈의 판매 등을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는 안경사법이 현행 법률체계와 상충되고, 안경사의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안경사들은 타각적 굴절검사는 의료행위가 아닌, ‘광학적 검사행위’라며 안경사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안경사법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목록에 몇 차례 포함됐지만, 항상 뒷번호에 위치하며 논의 순서에서 밀려 한 번도 심사대에 오르지는 못 했다.

이는 국회와 주무부처 모두 법안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인데다가, 워낙 첨예한 사안이라 법안소위원들도 부담스러워 하며 법안 통과 의지가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신사법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3년 12월 발의한 문신사법은 2015년 2월 9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회부됐지만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문신업 및 문신사 면허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도 문신사법안을 발의했으나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음 국회에서 또 발의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17대, 18대 국회 논의 당시 복지부는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하는 경우 불법의료행위로 간주되고, 실태파악 및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없이 제도화하는 경우 현행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타투인협회 등에서 규제개선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예술행위로서의 타투 합법화 및 활성화 방안 민원에 대해 복지부는 “검토예정이며, 비의료인의 미용목적 문신행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2014년 12월 정부는 ‘비의료인에 의한 예술문신허용’을 규제기요틴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는 국회 검토의견에서도 “문신으로 인한 국민보건에 미치는 위해를 방지하려는 입법취지에 공감하며, 국민의 보건위생상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비의료인이 예술문신(타투)를 시술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ㆍ마련하겠다.”라며, 긍정적 입장을 전했다.

▽계속되는 물리치료사들의 도전 ‘단독개원’
단독개원은 물리치료사들의 ‘숙원’이라고 할 만큼, 그 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이다.

지난 2002년 16대 국회 때 처음 제출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병원과는 별개로 물리치료사가 단독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동안 의료계의 반대로 매번 무산돼 현재 국회에 관련 개정안이 5건 계류 중인 상황이다.

물리치료사들은 의료선진국인 미국이나 호주, 독일은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기사법에 의해 물리치료사 단독개원이 불가능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불필요한 규제 개혁 대상에 해당 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물리치료사 2,013인은 지난 2012년 12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식지지를 선언하며, 물리치료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보건의료 인력의 관계를 전문 인력간 수평적 분업-협력관계로 개선’을 내세워 단독개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물리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개설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치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물리치료 중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합병증에 대해 의료인의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물리치료기관의 단독 개설을 허용하고 있지 않으며, 의사의 감독 하에 물리치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1996년 물리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의료행위인 점을 감안해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의 독자적인 면허행위 업무 수행권 요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물리치료사들의 주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선진국형 재활치료 제도 정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물리치료사협회는 단독개업 요구를 되풀이했다.

강형진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보건정책위원장은 “OECD 국가들 중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독자적인 개업을 할 수 없는 곳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제도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러한 제도로는 재활치료 분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활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뿐이다.”라며, “그 동안 많은 국회의원들이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파기됐다.”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이는 사회적 무관심과 직역 이기주의가 만들어 놓은 결과다.”라며, 의료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진료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 하에 약사들이 약을 조제하는 것처럼, 전문물리치료원을 허가해 의사의 처방을 받은 만성통증환자나 근골격계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추성 신경손상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상태에 맞는 기능적 평가와 더불어 치료적 마사지와 운동치료 등을 이용한 기능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마당에 유독 물리치료만 의료기관에 잡아둬 물리치료사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환자에겐 양질의 물리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라며, “현대의학의 체계가 흔들리지 않는 의사의 처방 하에 안전하게 이뤄지는 물리치료를 통해 물리치료 소비자가 자신의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물리치료를 이용함에 있어 불편하지 않는 세상이 도래하길 원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3년 7월에는 당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현행법 중 ‘지도’를 처방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은 의료기사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업무를 한다는 의미로 단독 개원의 시초나 다름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했지만, 이종걸 의원실은 단독 개원을 위한 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용사법의 악몽 되풀이?
의료기기 중 일부를 미용기기로 전환해 미용사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명 ‘미용사법’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결국 18대 국회에서 법안폐기됐지만, 19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의료계를 긴장하게 했다.

미용사법은 18대 국회 논의 당시 법안소위를 통과해 복지위 전체회의로 넘어갔다가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위원들의 지적에 다시 법안소위로 회부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특히 의사 출신에 의협회장까지 지낸 신상진 의원이 발의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료계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 법안은 신상진 위원(새누리당)이 대표발의한 ‘미용사법안’과 이재선 위원장(당시 자유선진당)이 대표발의한 ‘뷰티산업진흥법안’, 손범규 의원(새누리당)이 대표발의한 ‘미용업법안’을 병합심의해 ‘미용ㆍ이용 등 뷰티산업의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미용사법)로 병합심사됐다.

이 법안들은 미용업(뷰티산업)이 공중위생관리법에 속해 있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산업 발전과 미용인 지위향상을 위해 독립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고주파 등 의료기기 중 일부를 미용기기로 별도 분류해 미용업소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당시 미용기기로 별도 분류할 의료기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주파ㆍ저주파ㆍ초음파 미용기와 적외선ㆍ자외선방사 피부관리기 등 전자기파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용사법의 법안소위 통과 소식에 의원협회와 전의총 등 의사단체는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각 개원의들도 신상진 의원실에 개별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항의 세례에 결국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던 법안이 재논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법안소위에서는 쟁점사항인 이ㆍ미용기기 조항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등의 우려대로 이 조항이 불법 의료행위를 양산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 일부 위원들이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법안을 의결하자고 주장했지만, 그럴 경우 법안의 의미가 없어지며 미용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원문 그대로 의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며 결국 미용사법은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19대 국회 들어 지난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시행령에 세분된 미용업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미용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기 중 안전성이 입증된 기기를 미용기기로 분류해 미용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논란이 됐다.

남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피부미용 등의 목적으로 여러 미용기기가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미용기기와 관련한 규정이 없고, 현재 대부분의 피부미용업소가 소비자의 요구를 이유로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ㆍ저주파 자극기 등의 의료기기를 사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후 일부 매체는 과거 신상진 의원이 발의한 미용사법과 비교하며 의료계의 반발이 예고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인순 의원실은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미용기기의 대상에서 의료기기는 제외되므로 과거 미용사법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남인순 의원실은 “18대 국회의 미용사법은 공중위생관리법을 해체해서 미용사만 새로운 법으로 떼어 가는 제정법으로, 의료기기 중 일부를 미용기기로 별도 분류해 미용업소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공중위생관리법은 그대로 두고 그 속에서 의료기기 등은 제외한 미용기기를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이므로 차원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남 의원실은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미용기기를 정의하며 의료기기법의 의료기기 등은 제외하도록 분명히 명시했는데도 ‘의료기기 중 미용형 의료기기를 미용기기라고 한다’는 등, 기사를 자의적으로 쓰더라.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미용기기를 정의하며 치료 목적의 의료기기 중 일부를 미용기기로 빼내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과 의료기기의 경계선 정도에 있는 것들이 주로 미용기기에 분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법 제9조에 따르면, ‘미용기기’를 정의하며, ▲의료기기법에 따른 의료기기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과 의약외품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보조기구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성분명처방ㆍ대체조제 부르짖는 약사들 속내는
의사와 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10년 넘게 성분명 처방, 선택분업, 처방전 리필제, 처방전 2매 발행, 대체조제 활성화 등 여러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직역이다.

서울시약사회의 대체조제 홍보 포스터
서울시약사회의 대체조제 홍보 포스터

먼저, 성분명처방은 의사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처방권이 걸려 있는 만큼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약사들은 의사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성분명처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성분명처방이 시행되면 약사들이 리베이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또 다시 반박한다. 특히 현재도 약국에서는 백마진 외에도 ‘수금쁘로’라는 명목으로 법정 할인율을 포함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0%까지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약계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부터 틈만 나면 아젠다로 부각시킨 처방전리필제도 의-약사 갈등 단골 메뉴다.

의료계가 처방전리필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필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타가는 혈압약은 안전해 보이더라도 의사들이 환자 반응 등을 면밀히 살펴 처방하는 것인데, 리필제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지적이다.

또한 국회에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사후통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련법을 다수 발의되고 있어 의료계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동익 의원은 지난해 6월 대체조제 시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통보하는 대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의료계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대한약사회의 입법로비가 의심된다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ㆍ레이저는 합법?
의료계는 치과의사의 양악수술, 보톡스ㆍ필러, 레이저 등 미용목적 시술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왔다.

그 동안은 치과의사의 미용 시술은 불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으나, 2013년 6월 법원이 미용 목적 레이저 시술을 한 치과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며 상황은 반전됐다.

앞서 2013년 3월 국민권익위는 치과에서 성형을 목적으로 의료광고를 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돼 처벌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치과 치료를 목적으로 게재한 성형 관련 의료광고 행위는 무혐의 처분됐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3년 6월 13일 치과 내원 환자에게 미용목적의 피부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판결을 받은 L 원장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해당 시술들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되는 의료행위”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어떠한 의료행위가 의사의 면허범위에 속한다고 해 그것이 반드시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레이저시술들은 안정성이 상당히 검증돼 있고, 치과의사가 전문성을 가지는 구강악안면외과학의 범위에 속한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비이성적인 판결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치과계는 미용시술은 의사들의 성역이 아니라고 맞서며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의료계는 해당 판결은 복지부가 지난 2009년 12월 17일 치과의사가 치과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턱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행위 및 코와 입술 등에 필러를 주사하는 행위, IPL시술 등은 의료법 제2조제2항제2호에 규정된 치과 의료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의료법 제27조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과 상충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간호계의 PA 합법화 주장도 솔솔
의료계는 ‘PA(Physician Assistant, 의료보조인력)’ 합법화 여부를 두고 병원계 및 간호계와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12년 故 김일호 전 대전협 회장이 고발한 PA 불법의료행위
지난 2012년 故 김일호 전 대전협 회장이 고발한 PA 불법의료행위

특히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발생할 인력공백 문제를 PA 합법화로 해결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 2014년 3월 제2차 의정협의에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사전 합의 없이 PA 합법화를 재추진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별 다른 진전이 없어 의료법상 불법인 PA 인력이 여전히 문제가 됐으며, 특히 국립대병원의 경우 그 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각 국립대병원(본원 10, 분원3)으로부터 ‘2014년~2015년 PA 인력현황’을 제출 받은 결과, 2015년 국립대병원에서 운영중인 PA 인력은 모두 632명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PA 인력을 한 명이상 운영하는 진료과는 모두 39개과였다.

또한 국립대병원의 PA 인력은 40개 진료과에 581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51명이 늘었다.

이처럼 PA 문제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간호계와의 입장도 달라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계는 의료법 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외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전공의가 부족해 PA 인력 운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면서 PA가 없으면 사실상 수술이 어려운 상황까지 온 만큼, PA가 전문의와 함께 수술하는 것을 공론화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7월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의 인력 중에서 법령에 의해 일정한 교육과 업무능력 확인 절차를 밟은 경우 합법적인 PA 자격을 주고, 업무범위와 권한 및 책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13개 전문간호사 분야에 수술전문간호사를 추가해 양성한 후 이들을 PA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PA는 병원의 편의주의와 영리추구를 위한 편법으로, PA가 의사 업무를 보조할 뿐이라는 병원의 주장과 달리 이미 많은 병원에서 PA는 의사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PA는 환자의 안전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가장 문제가 크고,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공장처럼 운영되는 대형병원의 경우, 수술에서 일부분만 의사가 시술하고 나머지 모든 수술을 PA가 한다.”라며, “PA는 무면허자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없는 소위 불법 의료보조인력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송 회장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에게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행하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도전문의들은 전공의를 교육시켜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들이 입 안의 혀처럼 부릴 수 있는 PA로 전공의를 대체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송 회장은 “PA로 전공의들은 처음에는 잠깐 편해질 수 있겠지만, 수련이후 정작 전문의로서 일해야 할 시기에 그 자리는 PA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의료라는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의료의 질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환자의 건강권에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원계와 간호계가 PA 문제 해결을 위해 PA 제도화를 주장하는 반면, 전공의들의 입장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조승국 대전협 평가ㆍ수련이사는 “최근 정식 도입을 앞두고 정부시범사업이 시작된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이 시급하다.”라며, “특히 정부는 이들을 고용하는 부담을 병원에 모두 지워서는 안 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호스피탈리스트 수가 도입 및 정책개발을 통해 환자와 의사 모두가 건강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치의료 타파하고 건보ㆍ수가 정상화해야”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이 같은 상황은 결국 국민과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뿐이라고 우려하며, 관치의료를 타파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수가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문제도 그렇고, 정치인의 입김에 의해 움직이는 관료문화와 관치의료가 의료를 망치는 주범이다.”라며, “전문성을 무시하고 관료나 정치인이 정책을 만드는 것은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인데, 우리나라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노 전 회장은 “의료제도와 관련된 문제점의 핵심을 짚어보면 거의 모두 관료주의가 바탕에 깔려있다.”면서, “관치의료 타파가 의료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의료인들도 관치의료 타파를 위해서는 전문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율성과 자정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직능의 업무범위를 확장시키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내수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대표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나 물리치료사 단독개원,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허용 등은 모두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라며, “의사들은 업권을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면 원칙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대표는 “물론 의사 외 여러 직능들도 나름의 역할이 있으니 존중해야 한다. 의료기사들도 월급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진료비가 올라가야 한다.”라며, “의료기사들도 편법을 하려고 하지 말고, 건강보험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내실화하기 위해 의료계의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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