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협회장의 초음파 골밀도 진단기 시연으로 인한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될 기세다.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부터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며 기자들 앞에서 골밀도 진단기를 시연했다.

김필건 회장은 “갖다대기만 하면 측정이 되고 수치가 나온다.”라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골밀도를 확인하고 한의학적 치료를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골밀도기 ‘시연’은 의사들에 의해 ‘엉터리 시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들은 한의사회장의 시연을 두고 진단과 해석, 처방까지 모두 틀렸다고 꼬집었다. 의사들의 지적을 보자.

골밀도는 종골을 측정해야 하는데 김 회장은 아킬레스건을 측정했다. 초음파 젤도 엉뚱한 곳에 발랐다. 측정부위를 몰랐다는 이야기다.

T값이 -4.4가 나오자 김 회장은 골감소증이라고 진단했다. T값이 -2.5 이하면 골다공증이다. 진단이 틀렸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면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아니라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방법도 틀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김 회장은 T값 -4.4가 나오자 처음에는 골다공증이라고 말했다가, 기자의 질문을 받고 골감소증이라고 말을 바꾸는 모습도 연출했다.

의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공중파와 라이오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해 김필건 회장의 시연에 대한 의사들의 지적은 트집잡기식 억지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킬레스건을 언급한 것은 초음파 젤을 바르는 부위를 말한 것일 뿐이라면서, 동영상을 보면 김필건 회장이 종골을 정확히 진단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종골을 측정하면서 아킬레스건에다 초음파 젤을 바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초음파 젤을 아킬레스건에 바르고 종골을 측정하겠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수영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말이다.

양측의 주장을 배제하고 상식으로만 생각해 보자.

시연은 무용이나 연극 따위를 일반에게 공개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상연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한 말로 가상훈련, 리허설 등이 있다.

시연은 실제 공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기 위해 실제처럼 행해보는 것이다.

한의사회장이 골밀도기 시연에 나선 것도, 한의사도 의사처럼 골밀도 진단기를 사용해서 골밀도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당연히 한의사회장은 공개시연을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을 게다.

그런데도 측정 부위조차 몰라서 엉뚱한 곳을 측정해 놓고, 정확한 측정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의사들은 골밀도 진단이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연에 참여한 20대 남성의 골밀도 상태가 90세 노인 수준이라면서 하루 빨리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시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한의사회장에게 한가지 제안할까 한다. 시연에 참여한 남성의 재검에 응해 달라. 이번 논란을 끝내는 게 한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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