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자격정지처분 시효기간을 5년으로 신설하는 이른바 ‘공소시효법’이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여야는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시효를 5년과 7년으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의사회 이광래 회장(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공소시효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앞서 인천시의사회는 지난 2012년 11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의 단식투쟁 장소에서 박인숙 의원에게 해당 법안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이광래 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현재 공소시효법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복지부는 자격정지 처분 시효를 5년으로 하되, 무면허 의료행위, 허위청구, 리베이트 등은 7년으로 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상황인데요?

이광래 회장: 그냥 모두 5년으로 단일화 하는 것이 맞습니다.

최미라 기자: 5년으로 해서 공소시효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거죠?

이광래 회장: 당연하죠. 이건 흥정해서 서로 뭘 주고받고 할 일이 아니라, 의사 인권에 관한 절대적인 문제입니다. 복지부 입장에서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거죠.

최미라 기자: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이광래 회장: 우리가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검사, 세무사 등도 모두 징계시효는 3년이고 금전 관련 문제는 5년입니다. 심지어 여야도 합의한 사항인데, 복지부가 7년을 주장해 심의가 멈추지 않았습니까. 이후에 수정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다시 논의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에요. 복지부는 법안이 자동폐기 되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최미라 기자: 복지부는 검경에서 수사결과가 늦게 넘어오기 때문에 일부 경우에는 시효기간을 7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이광래 회장: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제 때 안하면서 징계시효를 늘리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복지부가 자신들의 무능을 스스로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행정편의적인 발상인 거죠. 의사들이 잘못 청구하면 이의신청 기간을 딱 90일 줍니다. 저도 이틀이 지나서 신청했다고 처리가 안 되더라구요. 그런 부분은 그렇게 야박하게 처리하면서, 왜 징계시효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거죠?

최미라 기자: 국회에서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징계시효를 너무 길게 하면 시효법의 의미도 없을뿐더러, 처벌 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거라고 지적하더라구요.

이광래 회장: 맞습니다. 주변에서도 보면 10년 가까이 된 위반사항에 대한 징계가 8년 후에야 나와 2개월 면허정지를 받은 사례도 있어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처벌 받으면 되는 일인데, 8년이라는 세월을 노심초사하며 지내지 않았습니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최미라 기자: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나 다름 없는데, 정국이 요동치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광래 회장: 구체적인 상임위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복지부는 이번 임시국회 내 수정안을 제출해서 정정당당하게 의견을 발표해야 합니다.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유야무야 하는 식은 옳지 않아요. 의협과 비대위는 더 이상 그런 파트너와는 대화할 수 없습니다. 계속 그런 식으로 간다면 우리도 투쟁 일변도로 갈 수 밖에 없어요.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고, 의사특혜법도 아닌 법안인데 이런 식으로 뭉갠다면 의료계가 투쟁 동력만 얻게 된다는 거죠.

최미라 기자: 그럼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강한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광래 회장: 앞으로 본격적으로 비대위 활동에 나설 것이고, 의협도 의협대로 목소리를 낼 예정입니다. 강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 왔어요. 의사들이 투쟁할 때마다 정부, 여론은 ‘인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들먹이며 비판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인술을 베풀고 국민 건강을 위해 희생한다고 해서 복지부가 뭘 더 해주는 것이 있나요? 그냥 자신들이 필요한 정책을 해야 하는데 의사가 반대할 때만 ‘인술’이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들먹이는 거에요.

최미라 기자: 의사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거죠?

이광래 회장: 그렇죠. 공무원이나 변호사집단처럼 의사단체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가자는 의견도 많습니다. 정부는 정책만 밀어 붙이고, 여론도 예전처럼 더 이상 의사들이 존경받는 직종이 아닌데 왜 의사들만 희생하고 ‘인술’을 위해 투쟁 같은 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거죠? 상호간의 문제인 것이지, 절대적으로 의사이니 모든 것을 주고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면 안 됩니다.

최미라 기자: 올해 3월 취임사에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질 좋은 의료를 저비용으로 이용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이제는 국민들도 합리적 수준의 건보료 인상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사실 정치인들이 표를 생각하느라 건보료 인상 같은 정책은 쉽게 추진하지 못하죠?

이광래 회장: 정치인이 표만 생각하고 모든 정책을 한다면 나라는 산으로 가지 않을까요? 오히려 소신껏 열심히 했을 때 국민 평가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를 만원씩만 더 부담한다면 전체 가입자 측면에서 보면 굉장한 액수가 모이는 것이고, 이로써 소득의 재분배나 중증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잖아요.

최미라 기자: 취임사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의료는 경제논리로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이광래 회장: 의사는 환자를 대면하고 청진, 시진, 촉진, 문진 등을 통한 진단학 과정을 거치며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의사는 신이 아니에요. 환자의 전화 목소리나 화면 모습만으로 진단한다는 것은 의사로서도 오만한 일이죠. 얼마나 잘나서 전화나 화면만으로 진단을 하나요. 의사는 신이 아닌데 정부가 자꾸 신으로 만들어 주려고 하고 있네요. 이건 마치 건설업자에게 크레인을 안 주고 집 지으라는 것과 똑같아요.

최미라 기자: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며 내세우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말이 많죠?

이광래 회장: 과연 정부의 원격의료 실체가 무엇인지 의문이에요.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국민 GDP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나요? 또, 호주나 미국처럼 땅이 넓은 곳에서는 의료접근성을 위해 필요한지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사방에 병원이 있는 곳에서 원격의료가 왜 필요하죠. 게다가 원격의료를 한다고 해도 약은 약국에 가서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가 생기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처방전 택배제도도 도입해야 하는데, 그럼 약사회까지 건드리는 것이니 그건 안 하고 있잖아요.

최미라 기자: 쏟아지는 정책들을 보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낄 것 같아요. 내년에 20대 총선도 열리는데요?

이광래 회장: 의사들의 정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죠. 인천시의사회에서도 윤형선 전 회장과 권용호 전 회장 등 두 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야 그 분들이 국회에 진출해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라죠. 전국적으로도 많은 의사들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의사들도 국회의원 후원 등,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해요.

최미라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광래 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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