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량 논란이 불거졌지만 당사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대응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동안 심평원은 국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이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사용량 관리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OECD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심평원이 산출기준이 달리 적용된 통계를 비교함에 따라, 국내 항생제 사용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사실도 확인됐다.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2015년 보고서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국가마다 각기 다른 항생제 처방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2015년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31개국 중 30개국이 의료기관의 외래 통계를 제출한 반면, 1개국만 입원과 외래 통계를 함께 제출했다. 이때, 우리나라도 의료기관의 외래 통계만 제출했다.

2013년에는 29개국 중 23개국이 의료기관의 외래 통계를 제출한 반면, 6개국은 입원과 외래 통계를 함께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입원과 외래 통계를 포함한 자료를 제출했다.

심평원은 2013년 자료를 해석할 때, 입원과 외래 통계자료를 함께 제출한 국가들만 비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래 통계만 제출한 국가까지 포함한 평균과 비교했다.

입원과 외래 통계를 모두 제출한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생제 사용량 통계를 나라별로 비교하는데 있어서 산출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산출기준에 따라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입원과 외래 통계를 더한 항생제 사용량을 외래 통계만 제출한 국가의 항생제 사용량까지 포함한 평균과 비교했으면서도 산출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심평원은 지난 4일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산출 기준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건의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통계가 산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추후 OECD 등 통계자료를 인용할 때에는 산출기준을 하단에 표기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심평원이 산출기준을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의사들이 과도한 오해를 받은 것과, 이로 인해 국민이 불안에 떤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특히 심평원이 해명자료를 배포한 시점이 금요일 오후 6시인 것으로 보아, 적극적인 해명이나 사과 의지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이번 논란이 반대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평균보다 높은데, 낮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 드러나는 경우 말이다. 아마도 모든 정부기관과 언론이 항생제 오남용을 들먹이며 의사죽이기에 나서지 않았을까?

심평원의 통계로 인해, 항생제를 과도하게 처방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은 의사들은 오랜 기간 동안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아 왔다.

지금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항생제’를 써넣으면 자동완성의 맨 윗자리에 항생제 부작용이 뜬다. 또, 연관검색어에도 ‘항생제 오남용’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평원에게 묻고 싶다. “할 말 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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