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향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열정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 의원들은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들어 전자건보증 도입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특히, 한 의원은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건보공단이 건보증 도용으로 인한 13억원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4,500억원이 드는 전자건보증을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즉각 반발했다.

건보공단은 전자건보증 도입으로 신분도용 및 증대여 등 부정수급 방지(최근 5년간 연평균 적발금액 9억 6,000만원), 종이건보증 발급비용 절감(연 55억원), 외국인 부정수급 방지로 인한 추정액(2014년 587억원), 중복검사 방지(연평균 190억원) 등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또, 약물 중복처방 및 부작용 예방, 응급 시 신속대응으로 인한 골드타임 사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확산 예방(4,900억원 추산) 등 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건보증 도입 초기에는 매체 발급비용 및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용 대비 경제적ㆍ사회적 편익이 크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일축했다. 전자보험증은 자체 보안기능과 암호화 알고리즘을 통해 IC칩 내부에서 암호화 등을 수행해 데이터 접근을 위한 키 값을 모르면 누구도 IC칩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분실 시 본인 외에는 정보 확인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인증된 병원 단말기에서만 정보 확인이 가능해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자건보증 도입 추진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우려들은 지나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이 같은 대응은 건보공단이 전자건보증 도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이고 있는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건보공단은 전국 각지에 산재한 지사를 활용해 전사적으로 전자건보증 도입 필요성을 어필해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자건보증과 관련된 우려는 다뤄지지 않았다.

그간의 열정에 대한 보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건보공단이 진행한 대국민 의견접수 결과 총 975건의 의견 중 78.9%인 769건이 전자건보증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찬성의견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과 남용을 막기 위한 철저한 법ㆍ제도적ㆍ기술적 장치 마련을 요구한 의견이 137건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206건(21.1%)이 등록된 도입 반대 의견도 비용 대비 효율성, 개인정보 유출 등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우려들과 유사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자건보증 도입과 관련된 건보공단의 행보를 보면 다소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이번 국감에서 관련 연구용역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다수 지적됐다.

전자건보증 도입을 위한 건보공단의 열정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단, 기관의 논리에 매몰돼 열정이 과욕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 지금 건보공단에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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