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견이 나왔는데 일괄 위임을 하면 분과위에서 논의하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분과위원회에서 위원장의 회의진행 방식에 반발해 분과위원회 무용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분과위원장은 처리할 안건이 많다며 의결없이 집행부에 일괄 위임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20일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제72차 정기대의원총회 의무ㆍ홍보분과위원회(이하 의무ㆍ홍보위, 위원장 임장배)를 개최했다.

전체 분과위원 62명 중 대면 21명, 비대면(화상) 18명 등 39명 참석으로 성원된 가운데 ▲KMA POLICY 특별위원회; 의료및의학정책분과 POLICY(안) ▲일차의료활성화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원격의료 대책 ▲만성질환관리제 대책 등 14개 주요 안건과 37개 기타 안건 등 모두 51개 안건이 다뤄졌다.

회의 초반, 원격의료와 만성질환관리제 관련 안건을 다루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원격의료 대책과 관련해, 서울시의사회는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저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격의료가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제안 이유다.

또, 병원의사협의회는 원격진료 거부 명문화를 제안했다. 지불제도 전환을 위한 도구인 만성질환관리제가 원격진료를 통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제안 이유다.

병의협은 의협 집행부와 일부 시도의사회에서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 적극적인 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의협에서 선제적으로 원격진료 거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의협은 만성질환관리제 대책과 관련,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도 제안했다. 정부가 만성질관환리제 인센티브와 원격진료를 통해서 수가 상승 요구를 억제하고 재정안정화를 꾀할 것이라는 게 제안 이유다.

병의협은 만관제와 원격진료에 협조하면 저수가 극복은 불가능해지고, 의료의 질 저하와 건보재정 파탄의 책임까지 뒤집어 써야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규남 대의원(강원)은 “만성질환 관련해서 복지부와 국회에서 대책을 마련중인데, 의료계는 10년 이상 반대만 하고 있다.”라며,”언제까지 반대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대의원은 “반대만 하다가 결국은 복지부나 정부에 의해 끌려다니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의원회에서 원칙적으로 반대만 하지 말고, 논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의원은 “대의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제동을 걸면 집행부는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라며,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목 위원(전남)은 “지난해 대의원회든 시도의사회든 의견을 모아서 원격의료를 시행해보자고 제안했는데 차단당했다.”라면서, “사람은 실수를 하게 되는데 기계는 경험치가 쌓이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실수가 줄어든다. 머나면 미래에는 A.I가 수술을 하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조건이 만들어지면 원격의료를 시행해볼 수 있나 생각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분과위에 상정된 원격의료 저지와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임장배 위원장은 김정목 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다른 의견이 없으면 집행부에 일괄 위임 처리하겠다.”라고 말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뒤 회의가 속개되자마자 이봉근 위원(의학회)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상정된 안과) 다른 의견이 나왔는데 일괄 위임을 하면 분과위에서 논의하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임장배 위원장은 “많은 안건이 올라온다. 추려서 하다보면 대부분 이슈된 것만 올라온다.법정관 분과나 예산분과와 달리, 의무 분과는 과정이 중요하다. 추후 회의때 논의하겠다.”라며, 일괄 위임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도 일괄 위임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인석 위원(경남)은 “위원장은 의결과정이 필요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최소한 안건에 대한 결의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정해놓고 위임해야한다. 원안대로 위임하면 집행부가 안건을 제시한 대의원의 취지와 다르게 집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확인하고 견제할 수 없다. 큰 틀에서 방향성이라도 의결하고 위임하는 쪽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정확하게 정리해서 집행부에 넘기겠다. 시간관계도 있고 많은 안건이 올라오고 특이한 안건도 올라오니 이해해 달라.”며 재차 거부의사를 밝혔다.

결국, 원격의료 저지와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 안건은 위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후속 토의나 의결없이 집행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이날 회의에서 51건중 의결과정을 거친 안건은 경기도의사회가 제안한 ‘특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유일하다.

회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격의료’와 ‘만성질환관리제’ 안건은 의결과정 요구를 묵살한 임장배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은 “예민하다.”라는 이유로 표결에 붙였다.

표결 결과, 참석위원 34명 중 찬성 5명, 반대 27명, 기권 2명으로, 비대위 구성(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총회에 비대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안건이 상정된 만큼 정기총회 본회의에서 다시 다룰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한편, 의무ㆍ홍보위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좌석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위원들은 모두 페이스 쉴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회의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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