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최근 뜨겁게 회자되는 의대입학 정원 증가 문제를 놓고 무턱대고 ‘OECD 평균’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주장하는 정권과 국가별로 처한 의료상황이나 제반 여건과 사정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반대 논리가 팽팽하고 격렬히 맞서고 있다.

적정 의사 추계의 어려움과 한계는 잘 알려져 있어서 그 추계를 제아무리 정교하게 잘 해보아야 정답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 결과는 많거나 적게 나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권 차원에서 정치적 의도로 추계 결과를 주문하면 자료 입력의 취사 선택적 분석 과정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 생산도 가능한 특성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툭하면, 우리나라는 OECD 의사 수 평균보다도 적다고들 하는데, 왜 의사 수가 많다는 나라에서는 찾아보기가 불가능한 ‘의료 접근성’의 우수성과 ‘수진율’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비현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지 사실 상 추계 자료로만으로는 그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1차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 1인이 어느 규모만큼의 환자를 보는 것이 적당한가를 놓고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산출 방법을 좀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에서 색다른 접근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비록 나라마다 의료 환경이 다르기는 하나 의사 1인당 진료할 수 있는 적정 환자 수나 의사 1인이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인구집단의 크기는 의료관리학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이기도 하고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의사 수 OECD 평균치 미달 타령 불구 세계 최고의 수진율 비현실적 현상 공존
그럼에도 의사 1인당 몇 명의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는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나라와 같이 환자의 선택권이 무한정인 나라에서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주치의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와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체계에서 환자의 ‘무한접근성’이 보장되거나 우선인 의료문화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1차 진료의사인 ‘주치의’가 의료전달체계를 바탕으로 수문장(Gate keeper)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시스템에서 1차 진료의사 1인당 관리하는 환자의 수는 우리나라보다 분석하는 자료나 정보의 신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의사의 근무형태의 선택에 따라 관리되는 환자 수는 당연히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초현실적인 저수가가 기저에 깔려 있는 의료체계에서 운영되는 진찰료 지급 방식에 따라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여 크게 달라질 수 있기도 하다. 

선진국은 의사가 자신의 사정에 따라 주 3일 혹은 4일 근무를 선택하거나, 혹은 하루 20인 이내의 진료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근무 형태에 따라 일고용이 가능한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근무는 아직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낯선 풍경이다.

캐나다 BC주의 보고에 의하면, 대개 가정의학과전문의는 월 평균 20~22일 근무 조건에 1,500명의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통설이라고 한다. 통설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는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의 가정의학회 2012년 연구에 의하면, 의사가 단독근무로 급성, 만성, 상담, 처방, 검사 등 환자진료와 관련된 모든 직무를 혼자 직접 수행하는 경우 1,000명이 안 되는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주당 평균 43시간 일하고, 연 평균 47.1 주 정도 근무한다고 한다.

미국가정의학회가 제시하는 자료에 의하면, 가정의학과 전문의 1인이 다른 보건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핵심적인 직무만 수행한다면 약 1947명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 자료인 2018년 미국의 Physicians Foundation(의사재단)에 의하면, 미국 의사는 주 51시간 근무에 하루 2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한다.

좀 더 숙련된 의사라면 하루 40명 진료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추측성 자료가 있으나 의료기술의 발전과 팀에 의한 케어 방식의 의료시스템이 1차 진료 의사 1인당 대략 1800~2000명 규모의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적정규모의 정설로 여겨진다.

▽영국 연평균 수진 5회 불과 NHS 예산은 우리나라 건보 2배 이상 위정자 참고사항
정확한 자료산출이 가능한 영국의 경우 2019년 주치의 GP 1인당 관리 환자의 평균치는 2100명 수준으로 근접하였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향후에도 더 많은 GP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의 영국 의과대학 졸업자의 GP지원율이 높아져 역대 최고의 지원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영국은 단독개원 보다는 여러 명이 그룹을 형성하여 이른바 집단개원 또는 공동개원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아직 대륙 유럽(continental europe)에서는 의사 1인 개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국과 같은 집단 개원 형태에서 의료성과가 우수한 점은 주로 만성질환 관리나 예방에 관한 사안으로써 급성기 분야 질환의 우수한 성과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연구에 의하면, 의료성과의 질은 개원의 규모에 의한 것이 아닌 의사가 환자와 보낸 시간, 보수교육, 당직 수준에 의하여 비례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GP 1인당 담당하는 환자수가 2000명을 분기점으로 의료의 질적 상승과 저하를 보여주고 있어 의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2,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보아 우리나라 의사 1인에게 적정한 환자 관리(Patients Panel)수를 2000명으로 가정한다면, 대략 2만6000명의 1차 진료 의사가 있다면 영국과 비슷한 관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매우 초보적이고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계산은 아마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회원국의 40% 이상이 아직도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1명이 안되어, 만일 1.0 수준에 도달하면 기본의료의 80%는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다.

영국의 의사는 연간 최대 7주의 휴무가 가능한 반면에, 우리나라 개원의의 휴가는 약 1주일로 정도로 산정된다.

그리고 2016년 England(영란)의 1차 진료의사 수의 통계에 대한 자료에서 총 의사 수는 4만 1,985명인데, 전일제 근무(Full Time Equivalent: FTE)로 환산하면 3만 4,014명으로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은 FTE에 주 37.5시간으로 적용하여 계산한다.

영국의 수진율은 연 5회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일반의와 전문의를 모두 합한 통계인데 GP 1인당 5회를 모두 담당하였다고 계산하면 자신이 담당하는 2000명의 환자를 위해 연간 1만 회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이를 실제 근무기간인 10개월로 산정하여 계산하면 하루 40명의 환자로 계산된다. 그러나 수진율 5회는 실제로 일반의와 전문의가 3 대 2 정도 진료비율의 합이어서 실제 1차 진료의사의 환자 진료 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영국의 1차 진료 의사는 하루 평균 약 25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고, 이런 추산만으로 사실에 근접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는 현 정부 전문가 무시 표 계산이 최우선 포퓰리즘 선동 범람
우리나라 인구를 5,200만 명이라고 하고 1차 진료 의사 일인 당 2,000명의 환자를 진료할 경우를 따진다면 2만 6,000명의 1차 진료의사들로서, 그리고 의사 1인당 적정 관리 대상을 1,500명이라고 한다면, 약 3만 5,000명의 1차 진료 의사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계상된다.

적정 일반의대 전문의는 통상 1:1을 목표로 삼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7만 명이면 전 국민을 위한 진료가 어느 정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선진국에 비하여 짧기는 하나 연간 2주의 휴가와 다른 일정을 고려하여 보정하더라도 최대 8만 명의 의사로 커버가 가능하다는 추산도 가능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활동 의사수로 수진율이 세계 1위이고, 의료접근성 또한 세계 첫 번째라는 설명이 가능하게 하는 추산이 될 수 있다.

영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3.6인데도 초진 대기시간이 1주일을 넘기는 것은 그야말로 다반사다.

미국의 초진대기 평균은 2주가 훌쩍 넘는다. 영국의 전일제 개념(Full Time Equivalent) 도입과 휴가기간을 우리와 비교하면 아마도 OECD 1,000명당 의사 수 4.0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의 3.0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영란(England)의 경우 2018년 대비 2019년도 총 의료비 지출은 1,290억 파운드였고, 이중 영란 NHS 예산은 1,150억 파운드로 한화로 계산하면 약 180조원 규모로 2020년 우리나라 건보예산 87조 135억 원의 두 배 규모를 훌쩍 초과한다.

이중 8883.8 백만 파운드, 한화 13조 8,917억 원이 7,763개소의 일차 진료기관에게 지급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결국 영란정부는 1차 진료 지원을 위해 향후 5년간 849억 파운드를 추가로 증액하기로 발표하였다.

영란의 일차 진료 기관수의 감소는 주치의 1인 개원 보다는 다수의 의사가 모여서 개원하는 것을 권장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점차 대형화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의사의 인두제에 관련된 자료를 보면 환자 일인당 156파운드 정도가 연간 관리비 평균치이고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GP 1인당 2,000명을 담당하는 현실에서 영국의사는 인두제의 기본 급여만으로 연간 4억 8,000만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역산이 가능하다.

기본 관리료 이외에 간단한 처지나 조직검사 등 행위별 수가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영란에서 남자 GP의 평균 수입은 11만 파운드로 한화 1억 7,100만원 규모인데 반해 여자 GP는 7만파운드로 의사의 경력과 근무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육아와 가사 등으로 여성 의사는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여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영국의 의사급여 제도와는 달리 지난 2015년과 2016년도 소득 자료를 살펴보면 영란 GP의 약 200여명은 연간 소득이 20만 파운드로 한화 3억 1,000만 원 대를 넘었다고 한다.

최고 GP 수익자는 70만 파운드를, 그리고 2위는 50만 파운드였다고 한다. 영국식 공공의료제도에서 보여주는 흥미로운 모습이다.

▽정권 홍보 십자가에 매단 공공성 민낯 걷어내고 진정성 있는 공공의 본질 되찾아야
영국의 의사는 학비와 졸업 후 교육비를 모두 NHS가 출연한 별도의 기구에서 부담한다.

이 대목에서 모 한인교포 출신의 영국의사는 학비와 전공의교육비 그리고 개원투자까지 모두 사적 영역에서 담당하고 의사의 행위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만 정부가 철저히 개입하여 수가통제를 하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힐난한다.

정원증가를 통하여 OECD 평균을 추구하는 것도 유럽과 같이 소득세를 납부하는 납세인구가 높아야 하고 개인소득세 60%에 근접할 수 있도록 준비된 나라인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인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공공성이 무엇인지 인식시켜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듯하다.

이들에게 의료 공공성은 자신들이 국가 또는 사회적 공공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투사로 부각시키며, 살아 꿈틀대는 정권의 정책주문조달을 요청하는 정부와 합세하여 필요할 때는 ‘사회참여형 의료’를 외치고 정작 공공성 강화에 필요한 의사양성의 사회참여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의료성과를 국제적으로 자랑하는 정부의 K 공공성의 특징은 결국 민주사회로의 지향보다는 공익을 위해서는 정당한 노동의 권리나 보상도 정부 뜻대로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는 전체주의 신봉자에 가까워 보인다.

아마도 한국형 의료 공공성 강화는 결국 정치적 표심잡기를 위한 의료독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참고자료]
Editorials. Is ‘practice size’ the key to quality of care? 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 459-460 September 2013
NHS Payments to General Practice, England, 2016/17
https://www.bma.org.uk/pay-and-contracts/pay/other-doctors-pay-scales/salaried-gps-pay-ranges
https://inews.co.uk/news/health/nhs-britain-highest-paid-gp-doctor-1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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