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이 확정되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린 국제전자센터 2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악 정책 저지를 위해 8월 14일(금) 또는 18일(화) 중 하루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김강립 차관)를 열어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보고받았다.

최대집 의협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건정심 회의장을 나서는 가운데, 오른쪽 뒤편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이 보인다.
최대집 의협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건정심 회의장을 나서는 가운데, 오른쪽 뒤편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이 보인다.

복지부는 오는 10월부터 건강보험 가입된 외래환자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질환 치료를 위해 사업참여 한의원에서 첩약을 처방받을 경우 시범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기관은 규격품 한약재 사용, 조재내역 공개 등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한의원에서 진찰ㆍ처방 후 첩약을 직접 조제하거나, 약국ㆍ한약국에서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다. 

시범수가는 진찰비 포함 총 10만 8,760원 ~ 15만 880원 수준(10일분 20첩 기준)으로 시범수가를 적용한다.

환자는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되므로 실제로 5만 1,700원 ~ 7만 2,700원으로 치료용 첩약을 복용할 수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이 최대집 의협회장과 마주 보고 있는 모습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이 최대집 의협회장과 마주 보고 있는 모습

시범사업의 타당성 분석 및 첩약의 안전성ㆍ유효성을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의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과 함께 한약재 유통부터 최종 조제까지 국가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한약재 규격품 관련 시스템 구축, 처방 내역 공개, 조제 안전 관리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한다.

의사협회는 첩약 급여화는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집단휴진 등 강력한 투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정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최대집 의협회장은 “한방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먼저 안전성ㆍ유효성 검증 등 단계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 실정법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등이 모두 인정돼야 건강보험 적용 검토대상이 된다. 한의계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라며 첩약 급여화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의료인이 특정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의료윤리인 악행금지의 원칙이 있다.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때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환자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 이게 의료윤리의 1원칙이다.”라면서, “이번 첩약 급여화도 마찬가지로 먼저 안전성이 확보됐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실정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 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13만 의사들은 첩약 급여화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정부는 의협의 합리적인 근거와 주장을 무시하고, 시범사업을 사실상 확정했다. 예고대로 집단휴진 등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통해 4대악 정책을 저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8월 14일 또는 18일 양일 중 하루를 선택해 1차 파업을 하고, 정부의 대응에 따라 9월중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차 파업은 전회원 의견 수렴 후 실시하겠다. 파업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가 과한 우려를 한다고 본다. 정부는 협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 원칙의 문제이고 의사의 직업적 책무, 의사윤리, 환자의 건강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 문제다. 우리 요구는 의사수 4,000명 증원은 전면 재검토, 첩약 급여화는 전면 철폐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라고 못박았다.

자리를 함께 한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건강에 위해가 가지 않도록 막겠다고 밝혔다.

방 부회장은 “첩약급여에 쓰이는 재원을 암환자 등 중증질환을 위해 사용해야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 단순히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첩약을 급여화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로서 이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건정심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국민건강을 생각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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