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사협회 토론자가 의사 확충보다는 병원 운영 형태의 개혁과 건강보험제도 개선으로 의사수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소수 의견으로 내몰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는 22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 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 대부분은 의사 인력을 확충해 지역간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사인력 확충의 필요성과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의사수는 OECD 국가에 비해 3분의 2수준이다.”라며, “최소 4,000명에서 8,000명 정도의 의사 충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배출된 의사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나 지역거점 병원에서 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차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개편 필요성도 제시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의 방향과 역할’ 주제 발표를 통해 “의대 또는 의전원 정원은 대도시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의대를 졸업한 이후 대부분 대도시에 근무한다. 국립의대를 포함한 기존 의대의 인력 양성으로는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라며, “지역의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전체적인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핵심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이 요구된다.”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필수의료를 보장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핵심이다.”라며, “의사 인력의 양성과 관리에 대한 국가의 핵심 역량을 복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이 설립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주제 발표자의 의견을 강하게 반박했다.

먼저, 성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인력의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는데 어느 직종에서 얼마나 부족했는지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하며 주장해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성 이사는 전공과별 불균형에 대해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의료기관 내 적자 혹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발휘할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라며, “건강보험제도 운영의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종별 불균형에 대해선 “의사 부족이 아니라 병원의 운영형태의 문제다. 저수가로 인한 손실을 전공의 비정상적인 노동으로 보전하는 행위에 기대는 경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며,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성 이사는  “병원 경영자도 정부를 향해서 적절한 수가 등을 요구하고, 적정 수준의 의사 등 의료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도 의료행위 당 저수가를 적정수가로 개편하기를 요구해야 한다. 의료영역에서 좋은 일자리는 의료기관이 만드는 게 아니라 정부의 의료정책이 만든다.”라고 강조했다.

성 이사는 “의사 인력 확충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들의 논의가 필요한데 정치적 목적으로 논의가 비화 돼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성 이사는 공공보건의료 영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필수 의료는 건강보험제도 개편으로 해결해야 하며, 의료취약지의 경우 이동지원서비스 등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공공보건 영역은 복지부를 정점으로 한 시도ㆍ시군구 보건소가 일관된 체계를 갖고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토론자 대부분은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대한병원협회 노사협력특별위원회 조승연 위원장은 “의사와 간호사의 확충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14년 동안 의사 정원이 동결돼 온 만큼 이제는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한의사가 매년 1,000명씩 배출되고 있고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을 일원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실장은 “의사인력 문제가 수의 문제가 아닌 질의 문제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라며, “불법의료 문제가 왜 일어나느냐를 논의하다보면 결국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귀결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을 넘어서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형준 부위원장은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영역에서 일하는 공공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부위원장은 “총수에서 의사가 부족한데, 더 중요한 것은 배치의 문제이다. 시장주도 중심의 공급이었던 것을 어떻게 공공주도의 공급으로 변화할 것인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역시 제대로 된 공공 공급과 연계가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의협회장도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니라 불균형과 배치문제라고 말한 적 있다. 문제의식은 같다.”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공공의료기관만이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의료 주도 서비스도 공공성을 갖는 것이 많다. 인력 배출이 꼭 공공기관이어야 하는지, 배출돼 꼭 공공병원에 근무해야 하는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의료계에서 본질적으로 걱정하는 것이 공공의료 인력이 개원가로 배출될 경우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공공의료를 위해 양성한 인력이 개원가로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 분들이 지역 필수의료 영역에서 역할을 하도록 보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 상황이 아니어도 의사수는 부족하고, 그 이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다”라며, “단순히 의사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병상, 전달체계, 양성기관, 의료기관 등 전반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사람에 대한 문제다. 사람을 키우는 데는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잘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책 발표는 완성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증원 계획을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윤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의료계의 주장이 정부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의료계는 의사에게 충분한 대우를 하면 지역 불균형이 개선되는데 왜 양을 늘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의사의 평균 임금이 근로자 평균 임금의 5배에서 7배 정도다.  도대체 얼마를 더 줘야 분포가 개선될 지, 더 줘도 국민이 동의할 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OECD 국가에 비해 의사는 적고 임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사의 임금은 전체 국민의 소득 증가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여러 영역에서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증거가 나오는데도 의사협회는 그런 숫자는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고 한다. 외과의사나 산부인과의사의 개별적인 발언을 제시하면서 객관적인 숫자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편다. 국민과 정책 결정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협회의 주장이 내부 정치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부와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의사회원의 이익을 보장하거나 보호하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성종호 이사가 반론하려 했지만 진행자인 김창엽 교수는 시간을 이유로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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