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구성 조직이 마치 정치체제의 여당과 야당의 이분적 구도로 나뉘어 권력을 쟁취하는 소모적인 정쟁 기관이 돼선 안 된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의사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이 JKMA(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의사협회의 조직 강화와 회원의 연대를 위한 방안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했다.

먼저, 안 소장은 “의료기관의 거대화ㆍ자본화로 피고용 의사가 증가하고, 정부는 의료비 억제와 무제한 의료보장을 추구하고 있어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의사의 권리가 훼손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익단체로서 의사협회의 조직과 구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시대적 과제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의사협회의 단체 성격이 공익단체와 이익단체의 기능을 겸하고 있어 모호하다.”라면서, “우리 사회는 전문직 단체의 기능이 이익단체라는 명제에 익숙하지 않고, 의사들의 주장을 배부른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의사단체가 회원의 이득을 대변하기 위해시는 각각의 지역별, 직역별, 기능별로 구분된 다양한 가입단체를 통한 전체 회원의 의견수렴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개원의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졌고, 대의원회의 정책적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의사회의 제도를 본받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KMA Policy가 출발했다.”라며, 의견수렴의 활로가 넓어진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안 소장은 “주요 핵심 보직인 대의원회 의장, 협회장, 시도의사회장 등의 임기는 대부분 단선 직선제의 특성을 보여 의사협회의 회무에 대한 전문성과 연속성,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고, 주요 보직자의 동반 퇴진 현상과 집행부의 찾은 조직개편, 예측 불가한 집행부 임원의 교체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 소장은 “개원의가 중심인 대의원회도 실제로 대의원의 활동을 위한 시간 확보나 역할의 분담은 아직도 발달 단계에 있다.”라며, “영국의사협회의 경우, 노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법으로 보장된 노조활동에 대한 투자가 우리나리와는 크게 다르다.”라고 예를 들었다.

안 소장은 “영국과 미국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데 반해, 정작 영국과 미국의사협회를 기초로 만들어진 의사협회는 계층구조를 구성하는 일반회원, 대의원, 시도지역 간부 등 다양한 회원의 참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소수의 인원에 의존하고 있어 회원의 의건수렴과 의사소통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전문직 이익단체는 각종 대표의 의건 청취와 논의 과정을 거쳐 회원 간의 합의된 의제를 일관성과 전문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지역과 직능, 직역에 따라 이해를 달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입단체 간의 이견도 조정하고 일부 가입단체의 독자성도 보장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견이 조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협회의 구성조직이 마치 정치체제의 여당과 야당의 이분적 구도로 나뉘어 상호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소모적이고 정쟁적인 기관이 돼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력한 전문직 이익단체의 운영은 권력투쟁의 정치적 작동원리와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안 소장은 “가입단체별로 의견 차이에도 이를 해결하고 슬기롭게 공생 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헌재 의사협회의 주요 사안의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지역의사회도 존재하고 직역도 존재한다.”라며, “이런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 속에서 병존의 원칙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합의에 의해 도출돼 일치된 결정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의사협회를 구성하는 주요 기구인 속칭 집행부인 상임이사회와 사무국, 이사회, 대의원 운영위원회, 시도의사회와 기타 가입단체 간의 유기적 소통과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한 구조적 제도화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이익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며, “통합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의사협회의 대표성을 인정받고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의 공동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이런 구조가 결여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대의원 운영위원회,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모두 하나가 돼 정책 일관성을 바탕으로 집행부와 함께 협업, 협력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마련하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협회가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의사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우선 중점 과제가 돼야할 시기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사협회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미국의사협회의 회장 선출 방식 도입이 자주 언급된다. 미국의사협회는 회무 임기 시작 1년 전에 차기 회장을 뽑는다. 선출된 차기 회장은 현직 회장과 집행부 활동을 함께 한다. 임기 후 1년은 직전 회장 자격으로 집행부에 남는다.

이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과 회무의 연속성이 유지되며, 집행부의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전수된다.

게다가 집행부가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도 가져가는 장점이 있다.

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의협은 집행부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항상 일부 인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다. 특히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집행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다.”라며, “차기 회장을 미리 선출하면 이 같은 악순환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회장을 간접선거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의사협회 한 대의원은 “의협 구조상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가 어울린다. 회장 직선제로 인한 폐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며, “대의원이 회장을 뽑고 집행부를 적극 지원하면 지금보다 힘있는 회무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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