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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공공의대 실패에서 얻는 교훈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헬스포커스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0.05.18 6:10

타이완은 외부 세계의 정보에 둔한 우리의 통상적 사고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비해 의학교육이나 의료 수준이 뒤쳐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타이완은 우리나라 보다 서양의학을 도입한 것이 약 한 세기 정도 빠르고, 자국의 의료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도 매우 활발하고 타이완을 선호하는 해외 연수생도 우리보다 앞서있다. 따라서 이들의 보건의료 역량은 이미 COVID 19 전염병 대처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서 중국과의 정치적 힘겨루기에서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고의 방역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타이완과 우리나라와는 문화와 역사적인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독재의 정치적 역사도  1987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타이완의 과학수준도 높아 이미 화학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만 보아도 우리보다는 한참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초 타이완 정부 의학전문대학원 강제 도입 10년도 안 돼 실패 ‘쓴맛’
타이완은 이미 지난 1983년부터 정부 주도로 의학전문대학원제를 강압적으로 도입하였으나,

이후 정착을 못하고 1987년에 이르러서야 제도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소위 ‘전문대학원제도’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유능한 의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전문대학원의 목표와는 달리 졸업생 대부분이 개원가로 진입하여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가정 유사한 이웃 나라인 타이완의 경험을 잘 살펴보았다면 한동안 우리나라에 유행처럼 몰아쳤던 전문대학원제도의 실패도 미리 예견하여 피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강하게 밀어붙였던 전문대학원제도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생착하지 못하였다.

반면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선택 사항’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전문대학원과 6년제 의과대학을 병행하던 상위권 의과대학에서 병행 제도의 효과와 장점이 인지되었음에도 나라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육부는 병행 의대 모두 6년제로 단일화시켰던 ‘보복조치’를 내렸다.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어 지금의 현 정부는 이번에는 공공의료대학원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 역시 공교롭게도 타이완에서 이미 도입하였다가 설립취지가 맞지 않는 일반의과대학으로 전환되었고, 지금은 국립대학의 장점을 살려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였다.

타이완은 1975년 정부 주도로 취약지역과 제대 군인을 위한 ‘원호 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대학의 설립취지와 동일한 ‘국립양명의대’를 설립하였다.

이후 단독 의과대학에서 여러 보건의료계열을 거느린 국립양명의학대학교로 지난 1994년에 개편된 바 있다.

양명의대는 입학생 모두에게 ‘공비(公費)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1988년에 자비로 부담하는 일반 학생의 입학도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공비 장학생은 점차 줄기 시작하여 2009년에 와서는 소수 몇 명의 도서지방 출신 학생을 제외하고 학생 전원 자비 교육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양명의대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피부과 전문의가 되고 이후 대학교수와 타이완 ‘추치 의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彰化基督教醫院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楊仁宏教授(Jen-Hung Yang, MD, Ph D)의 경험에 의하면, 의사가 부족한 지역은 어느 나라나 맞닥뜨린 공통적인 현상으로 이를 위한 해결책은 별도의 의과대학 설립만이 능사가 아님을 경험에 의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취약지 지원 목적 타이완 국립양명의대 역시 정부 의도 크게 벗어난 ‘패착’
양명대학교 졸업생은 2년간의 의료 취약지역 근무를 의무화하였고, 별도로 1년간의 군복무 의무도 부여되었으나 지금은 군복무 기간이 4개월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2년간의 의무 복무기간 면허는 개인 소유가 아니어서 양명대 학생들은 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2년간의 의무 복무기간 중 정부 차원의 면허의 관리는 ‘합헌’으로 판정받기도 하였다.

현재 10년간 의무복무를 고려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인 인권침해의 요소도 보이는데, 대한민국이 이를 계기로 국제적으로 전체주의 혹은 집단주의 국가로 낙인찍힐 일을 자초하는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양명대 졸업생들에게 “과연 타이완 정부가 구상한 대로 취약지역의 의료가 좋아졌는가?”라고 물어본 질문에 대해 “약 16%의 졸업생만이 취약지에 정착하는 현상을 보면 양명대 본래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였다”라는 뚜렷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솔직한 대답이 도출된다.

지난 1975년부터 2019년까지 약 45년간 운영 경험에 의하면 의료 취약지의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의과대학은 한마디로 ‘실패작’인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교훈을 공유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도 의대졸업에 6년, 졸업 후 교육에 4년, 그리고 의료 취약지 배치가 이루어져 속칭 ‘자유의 몸’이 되는 데만 대략 12년이 소요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보고 매우 혹독한 의료보험제도를 갖는 타이완의 새로운 고민은 필수 의료 영역에서 핵심인 내, 외, 산, 소, 응급의학의 전공의 지원 미달로 2016년부터 이 5개 과목 전공자는 공적 자금으로  의학교육을 지원하고 전문의 취득 후 6년간 의무복무에 대한 지원을 담당한다고 한다.

의무 복무는 자신이 공비(公費)로 받은 금액의 4배를 배상하면 해제된다고 한다.

▽양명의대 졸업생 취업현황 분석 결과 公費 수혜 학생 ‘취약지’ 잔류 3.8% 불과
모두가 공공재로 운영하는 캐나다나 영국은 미달과 현상이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특히, 외과 계열도 여전히 인기 있는 분야로 캐나다의 경우 가정의 연소득이 약 30만 불 정도이고 외과계열은 50만 불이어서 속칭 지원을 꺼려하는 ‘힘든 과’ 임에도 여전히 지원자가 줄지 않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보험제도를 운영하는 타이완은 ‘인기 과’와 ‘비인기 과’의 편중이 우리와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과 수술에 대한 외과의사비가 별도로 책정되지 않는 나라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82년~2017년 사이 양명대 졸업생 4,111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현황 파악을 살펴보면, 약 31.7%는 의료원에서, 38.5%는 지역병원, 29.8%는 1차(기층) 진료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학생이 공비생이었던 첫 1기에서 13기 졸업생은 3.8%가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는 취약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반면에, 14~28기 자비생과 공비생의 혼합기는 불과 2.5%만이 지역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34년간의 공비학생제도가 자비학생으로 전환되었던 이유는 2년의 의무 복무로 더 이상 갈 지역이 없었다는 점이다.

총 6,557명의 졸업생 중 84%는 도시에 남았고, 전체 16%만이 취약지에 남았다는 결과는 별도의,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목적을 갖는 의과대학은 필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이렇게 할 바에는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국가 의대 정책 황무지에 무조건 씨 뿌린다고 해결 안 돼 근무여건 조성이 주요 관건
양 교수는 취약지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닌 의사 배치에 대한 도시와 지역 간의 차이에 의한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21대 총선이 끝나고 급물살처럼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취약지에 대한 별도의 의과대학 설립과 강제적인 의사의 배치보다는 현재의 40개 의과대학 체제 내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나 취약지 근무에 대한 의사의 근무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약지 문제에 대한 해결은 취약지 지역의 학생 선발로 취약지에 남아 의료봉사를 할 학생의 입학이 그나마 가장 성공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은 호주와 캐나다의 사례에서 잘 나와 있다.

타이완의 양명대학의 경험을 보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공공의료대학은 실패할 확률과 국고 낭비의 개연성이 너무 높아 보인다.

현 정권이 노무현 정권에서 강압적으로 밀어 붙인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실패를 거울삼아 또 다른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정책적 실책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기고문은 타이완 양명의대 출신 양인굉 교수가 타이완의 힉술지인 台灣醫學Formosan J Med 2017;21:155-65에 중문으로 실린 내용을 영문으로 번안해 개인적 서신 형태로 기고자에게 준 영문번역문을 근거로 작성하였다. 양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References: 
1. 台灣醫學Formosan J Med 2017;21:155-65.  DOI:10.6320/FJM.2017.21(2).4
 
2. 大法官解釋,釋字第348號; 1994,Retrieved from: http://cons.judicial.gov.tw/jcc/zh-tw/jep03/show?expno=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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