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준비한다며 ‘포스트 코로나19’ 담론을 내세워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 온 원격의료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사협회가 실력저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서 비대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인력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은 15일 설명을 내고, “정부와 정치권의 졸속 정책 추진을 결사 반대하며, 코로나19라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행위를 ‘사상초유의 보건의료위기의 정략적 악용’으로 규정하며 13만 의사의 이름으로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비대면 산업 육성’을 내세워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추진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한계가 명확해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의료계의 반대 입장에 전적으로 힘을 보탰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정책은 추진돼선 안되는 정책”, “5분 거리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 “원격진료는 일부 재벌기업에게만 이익을 주고 국민 의료비 상승과 안전하지 못한 의료가 될 것” 등 당시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실제 발언을 소개했다.

의협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정책에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를 붙여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재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한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 추진 역시 원격의료만큼이나 황당하다.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입원병상까지 민간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곳이 없고, 나아가 민간의료기관들이 기꺼이 병상을 내놓고 환자 보호를 위한 폐쇄조치와 손실을 감내해냈다.”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활약한해 ‘덕분에’ 캠페인의 주인공이 된 의료진 대부분은 민간의사였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반면, 국가가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맥 없이 무너졌다.”라면서, “국가적 위기 앞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앞으로 나서는 의사들의 우직함이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강점이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이러한 민간 의료의 높은 역량이 공공성으로 발휘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러한 우리나라 민간 의료의 놀라운 힘은 기형적이고 모순적인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제2의 코로나19에 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바로 이러한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의협은 “단순히 공공의대를 졸업한 인력을 반강제로 공공병원에 근무하도록 한다고 해서 보건의료위기를 공공부문의 힘만으로 극복해내겠다는 것은 착각이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부족, 그리고 낮은 처우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부문에 종사하기를 꺼리며 관료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근시안적 계획으로 인래 경쟁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의 정상화 없이는 별도의 의대를 만든다고 해도 공공의료는 확충되지 않는다.”라며, “공공의대 설립이 아니라 공공성을 갖는, 생명 유지와 사회 안전에 필수적인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존중이야 말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치권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소속 지역에 공공의대를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매 선거 때마다 지역구 선거공약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격의료와 마찬가지로 정책이 미칠 영향이나 그 실효성에 대한 고민은 미뤄둔채, 오직 경제 살리고 지역 살리겠다며 보건의료정책을 악용하는 꼴이다.”꼬집었다.

의협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완화를 시행하자마자 방역의 사각지대였던 클럽과 유흥가를 중심으로 감염이 재확산되고 있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한가하게 코로나19가 마치 끝나기라도 한것처럼 ‘포스트 코로나19’를 걱정할 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보건의료의 위기에서 배우고 내놓은 결론이 고작 ‘산업육성’과 ‘산술적인 인력증원’이라니 절망스럽다. 현재진행형의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의료계의 총의를 모아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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