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격의료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더라’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해야할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의사들도 흥미를 갖고 대화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6일 대한병원협회가 코로나19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강의 등이 활성화되는 ‘온라인 변화’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사회자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견을 안덕선 소장에게 물었다.

안 소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다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정부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정부는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4차산업 혁명이나 일자리 창출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의료를 공공재로 보고 비영리로 하는 기존 철학과 부딪힐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일반 노동그룹에서 지적하는 창업화로 갈수 있는 길도 부인할 수 없다.”라면서,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최근 독일헌법에서 전화진료는 위헌이라고 했다.”라고 소개하고, “정부는 환자를 보지 않거나, 어떤 경우에는 환자와 직접 통화하지 않고 간병인을 통해서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처방까지 하는 상당히 위험한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한다.”라며 우려했다.

안 소장은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건 의료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와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의료계획을 공개하고, 미충족 부분을 설명하면서 원격진료를 도입했을때 어느 부분이 해소된다는 등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그냥 환자들이 편하다고 한다. 코비드19 때 보니 좋더라 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정부의 잘못된 포지셔닝이다.”라고 지적하고,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얼마나 더 빠른 걸 원하나? 의사를 더 빨리 만나는 것이 목표인가.”라고 물었다.

안 소장은 “원격의료가 상당수 대면진료를 대체한다면 미국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기존 시설에서 주치의를 만나는데도 몇 주가 소요된다. 많은 이가 대면진료를 대처한다고 하면 예약해야 하는데 (원격의료도) 몇 주가 걸릴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의사들은 불안해 한다. 원격의료는 사람을 보고 진료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보고 진료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나와 달라는 식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의료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거다.”라고 거듭 말했다.

특히 “일부 사람들은 원격의료를 간편한 싸구려 진료로 변화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의료가치의 훼손도 우려했다.

안 소장은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도 언급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상 좋지않은 결과가 나오면 의료인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다. 선진국에서 의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당직인데 안서고 갔거나 성추행을 했거나 그런걸로 처벌하면 이의제기 인한다. 하지만 내시경을 열심히 했는데 구멍났다고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원격의료를 이야기하려면 이런 것에 대한 제반 이슈가 같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평소 주장하는 의료의 공공성과 맞는 건지도 따져봐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자면서 일차진료 중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원격의료가 일차진료와 맞나.”라면서 원격의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설득하려면 일차진료부터 해야한다. 그런데 IT 기업들이 불을 켜고 들어오려고 한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타날수 있는 좋지 않은 의료윤리를 훼손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반대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이유없이 무조건 결사반대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제시해 달라는 거다. 정부는 단지 간편하게 소비자 만족도를 확인해더니 높았다고 한다. 이런 식은 국민소득이 4만불을 향해가는 나라 정부에서 나올수 있는 대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신기한 건 정부가 야당일때는 극렬히 반대하더니 여당이 되니까 하자고 한다.”라면서, “정책일관성이 없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개발해보다가 적당한 먹거리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사람들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를 하려면 훨씬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그럴싸한 이유를 들고 나와야 한다. 그러면 의료계도 흥미를 보이고 대화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 소장은 토론에 앞서 ‘감염병 시대에 의료윤리와 인권’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펼 때, 이득과 부담에 대한 공정한 분배를 강조했다.

안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과 예방의학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고, 알게 모르게 다른 한 분야가 의료윤리다.”라면서 “치료대상자 누구를 살릴 것인가? 약물의 임상시험과 시험의 자유, 증명이 안됐어도 심증만 갖고 쓸 것인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시민의 자유 제한, 국제 교통 및 난민문제 등이 의료윤리 문제이다.”라고 제시했다.

안 소장은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이득과 부담이 있다. 반드시 해악이 발생할텐데 부담가능한지 따져서 공정한 분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해야 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리스크를 잘 조절해야 한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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