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의료자원의 적정 수급과 지역 간 균형 배치, 지역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아울러 환자와 지역 중심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교육ㆍ홍보, 전문인력의 양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2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서 서은철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중증응급진료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통해 “중증응급환자 사망률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응급의료자원 공급 부족과 지역 간 불균형, 중앙정부 중심의 의료체계 등이 문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구급차 및 배치된 의료인력 현황(단위: 대, 명, 2018년 12월)*자료: 2018년 응급의료 통계연보(2019년 8월)
구급차 및 배치된 의료인력 현황(단위: 대, 명, 2018년 12월)*자료: 2018년 응급의료 통계연보(2019년 8월)

한 해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 수가 2018년 기준으로 1,061만명에 이르는 등 2009년 이후 매년 1,000만명을 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 지연 및 전원 등과 관련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수원시 소재 권역외상센터장인 모 교수와 병원 측과의 갈등에서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병상부족에 의한 ‘환자 수용불가(바이패스) 및 전원’ 문제가 지목된 바 있다. 아주대학교 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9년 총 63회의 바이패스가 있었다.

2019년 2월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망을 계기로 응급의료체계 관련 문제점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커져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가 민ㆍ관 전문가로 구성ㆍ운영됐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협의체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2020년 1월 17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개최해 응급의료체계 개선방향을 확정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서울올림픽 등 국제경기 개최를 계기로 구축돼 1994년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이 제정ㆍ시행되면서 응급의료기금과 응급구조사 양성이 법제화됐다. 이후 응급의료체계에 필요한 제도와 시설, 인력 등의 하드웨어를 갖추면서 급속하게 발전해 왔다.

서은철 입법조사관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증응급환자 적정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 중중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 및 응급의료서비스 신뢰도 등에서 여전히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중증응급환자 응급실 사망률 현황(단위: %)*자료: 보건복지부(2020년 1월),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홀수년 측정
주요 중증응급환자 응급실 사망률 현황(단위: %)*자료: 보건복지부(2020년 1월),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홀수년 측정

또한 응급의료의 운영ㆍ관리 등 전반에 걸쳐 실질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후 생명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환자를 위해서 하는 상담ㆍ이송ㆍ구조ㆍ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제공되는 응급의료서비스의 장소에 따라 병원 전 단계(현장 및 이송)와 병원 단계(진료 및 전원)로 구분된다.

‘2018 응급의료 통계연보(2019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구급차는 총 7,800대로, 이 중 1,420대를 119 구급대가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이 522대, 응급의료기관 외 의료기관이 2,434대, 민간 이송업체가 935대, 공공기관이 2,386대, 기타 103대 구급차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응급환자는 ‘황금시간(Golden hour)’ 이내에 최종응급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2018년 중증외상환자가 발병 후 3시간 이내 도착한 비율은 35.01%에 불과한 실정이다.

병원 단계(진료 및 전원) 응급의료자원 현황을 보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8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429개(권역응급센터 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118개, 지역응급의료기관 248개, 전문응급의료센터 27개)의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 내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여전히 높고, 청년층 및 노인자살률이 OECD 1위임에서 알 수 있듯이 외상에 의한 응급의료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요 중증응급환자 사망률은 급성심근경색 9.6%, 뇌졸중(허혈성) 3.2%, 뇌졸중(출혈성) 16.9%,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19.9%로 나타나고 있다.

중증응급환자 사망률은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낮은 최종치료 제공률(65.9%, 2018년 기준), 권역외상센터의 낮은 중증외상환자 1차 이송 비율(9.1%, 2018년 기준)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응급질환 진료인프라 현황*자료: 보건복지부(2020년 1월)
전문응급질환 진료인프라 현황*자료: 보건복지부(2020년 1월)

서은철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응급의료자원의 공급 부족과 지역 간 불균형 ▲중앙정부 주도의 응급의료체계 ▲응급의료기관의 종별 수행 역할의 모호성 ▲현장 응급처치 및 적정이송 미흡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개선과제로 먼저, 응급의료자원의 적정 수급과 지역 간 균형 배치를 강조했다.

중증응급환자는 응급질환별 적정치료를 받아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치료가 늦어질 경우 응급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이송ㆍ의료자원의 지역 간 균형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입법조사관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자원은 지역 간 편차가 클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지역응급의료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는 모니터링체계를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부합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자원배분의 원칙과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대해서 선별적 지원을 통해 응급의료 자원이 적정하게 공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 입법조관은 또, 환자중심의 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도 제시했다.

그는 “중증응급환자는 시간 민감성이 강하므로 지역 단위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응급환자 발생 현장부터 최종치료까지 참여기관 간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다.”라며, “지방정부는 지역 완결형 응급환자 대응지침 마련ㆍ운영 등을 통해 지역 여건에 맞는 지역 단위에서 완결성 있는 응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포괄보조사업의 확대를 통한 예산집행의 자율성 제고, 지역 정책지원조직의 강화 및 지역응급의료의 정책평가를 병행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 입법조사관은 응급의료기관의 종별 기능ㆍ책임 명확화도 강조했다.

서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은 주로 민간병원이 담당하고 있고, 의료기관 간 경쟁체제라 응급환자 진료에 있어 권역응급센터, 지역응급센터, 지역의료기관 간의 차별적 역할ㆍ기능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관 중 권역ㆍ지역응급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응급기관은 일차 응급진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응급의료기관의 지정기준과 평가지표를 보완하는 등 종별 역할을 강화하고, 종별 기능 구분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응급의료 진료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현장 응급처치 수준 제고 및 적정 이송 중요성을 강조하며, “응급환자가 발생한 초기에 신속한 구급차의 출동과 현장 도착, 현장 및 이송에서의 적절한 응급처치가 필요하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이송 응급의료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초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응급환자 중증도, 의료자원 등을 감안한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과 이송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적정 병원에 이송되도록 함으로써 119구급대의 적정병원 이송률을 제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 및 이송 중 치료적절성을 높이기 위해서 응급구조사의 의료지도 기능을 강화하고,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등을 통한 의료지도, 적절한 이송병원 선정 및 병원 간 이송을 위한 민간이송단의 관리체계 등을 기능적으로 연계하는 ‘표준 업무지침’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 입법조사관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빠른 시일에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응급의료기관 등에 대한 이송 적정성 실태조사의 실시 및 평가 등의 개정 법률안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라며, “임기만료를 앞 둔 제20대 국회는 이 법률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더 나아가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함께 응급의료에 대한 교육ㆍ홍보, 전문응급인력의 양성 등을 병행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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