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다. 우리 국민의 이해와 인내심 덕분이다.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희생과 헌신이 그 다음이다. 외국의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성공적 대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고 있다. 그런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초기 정부의 대처는 유감이다. 의사의 권고대로 일찍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했어야 했다. 섣부른 낙관론이 화를 키웠다. 환자 급증과 전국 확산을 늦추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달 전 확진자가 많이 발생할 때 마스크 부족 대란이 있었다. 정부의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만약 전쟁 같은 외침이 일어난다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우리 국민은 막막하다. 지금은 마스크와 방역복 수급이 안정됐다.
 
몇일 전 한 의료관리학 교수가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거짓’이란 기사로 의사를 화나게 했다. “방역은 성공적이었으나 감염병 진료가 잘됐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민간병원은 코로나 19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몰라도 참 많이 모른다.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글을 쓴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신종코로나는 진행중이다. 아직 공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신종코로나의 기세가 꺾이게 된 것은 우리 국민의 참을성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희생과 헌신, 민간 검사 센터의 발빠른 대응, 드라이브스루 등 현장의 다양한 아이디어, 일선 보건소 공무원의 적극적인 수용이 수훈 갑이다.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국민과 의료진이 1등이고 공공기관이 2등이다. 장기전을 대비하면서 다시한번 복기하고 겸손한 평가를 기다리자.
 
공공기관 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영국과 유럽이 신종코로나 앞에 속수무책이다. 국가 독점의료의 폐해가 심각하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는 민간의료기관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국민 건강은 전적으로 공공기관 의료기관의 책임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발생률이 높고 사망자가 많다.

노인 환자가 많고, 좁고 밀집한 주거형태, 포옹과 볼키스 인사가 원인이라고 한다. 병상수 확보가 충분치 못하고, 중환자치료가 미비하며,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 물자가 부족해 벌어진 사태이다.

신종코로나를 물리치는데 있어 방역과 진료는 동전의 양면으로 따로 분리해서 대비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감염병 환자가 다수 발생할 때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중등도를 분류한 다음 격리와 입원, 중증환자 이송과 배정의 일차적 책임은 공공기관에 있다.

행정력을 동원해 도.시립의료원 등 공공기관 병원 병상을 조기에 확보하고 민간병의원의 협조를 받아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는 일도 역시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민간병의원이 나서서 환자배정을 지시하거나 타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 없다. 일선 의사와 민간병의원은 내 진료실에 온 환자를 거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면 된다.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리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중증환자가 적절한 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는 일도 잘못됐다.

대구ㆍ경북에서 신종코로나가 급격히 늘어났을 때 공공기관 병원이 아닌 대구동산병원과 대구경북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는 귀감이 돼야 한다.

중증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지자체가 있어 잠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전국 민간병의원과 보건당국의 협력 덕분에 도ㆍ시립의료원의 전담 병상 확보가 가능했다.
 
신종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공공의료 감염병 진료체계를 한번 더 점검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제때 현황을 파악하면서 조정과 통제를 통해 자원을 동원하고 배정한다.

앞으로 감염병 전담 병원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민관 협력을 통한 민간병의원 참여와 지원도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립은 공공기관 병원이 없는 17개 진료권에 공공기관 병원의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만들려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들어간다. 공공기관 병원에 최신식 시설과 장비를 새로 장만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본질이다라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공공의료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민간병의원의 공공의료에 대한 역할을 인정하고 민관이 함께 국민을 위한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공공기관 병원 덕분이 아니고 민간병의원의 덕이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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