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보건복지 정책영역도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서 신영전 편집위원장(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보건대학원 교수)은 ‘코로나19 대유행시기의 보건복지: 온 보건복지(One Health&Welfare)를 향하여’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넘어서는 초유의 사건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기존 생각과 행동의 관행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신영전 위원장은 “최근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이르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은 흑사병, 스페인독감 등 오래전 대유행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야기한 생태계파괴 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며,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지역 간 이동으로 인해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한 위험의 크기가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행이 일개 국가를 넘어 전 인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료될지, 어떤 2차, 3차 문제들을 야기할지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이 사태가 종료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라며, “우리는 늘 그렇듯 현재와 싸우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이것은 보건복지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을 넘어서는 초유의 사건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기존 생각과 행동의 관행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그 주요 과제는 첫째, 현재의 위기 하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신속히 찾아 메우는 일이며, 둘째, 미래의 대비는 ‘코로나2n’의 도래 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셋째, 감염병 대유행의 발생 그 자체를 막는 근원적인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첫 번째, 두 번째가 정책적 과제라면 세 번째는 문명전환적 과제다.”라고 역설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파격적인 긴급재난지원금, 공공보건의료의 양적, 질적 강화, 실업급여, 상병수당 등 사회보장제도의 실효화 등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강화라면, 세 번째는 반복적인 감염병 유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무분별한 생태 파괴적 산림개발, 식량 생산, 유통, 소비 체계, 구체적으로 기존 신자유주의적 국제정치ㆍ경제체계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증대는 식량 생산, 다국적 기업의 수익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명론적 전환은 더 나아가 인류전체의 삶의 방식을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소박함(Curry, 2004)’과 생물종의 다양성을 늘려 감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생태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그것이 정책적 과제이든, 문명전환적 과제이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안, 시행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학계가 해내야 하는 일은 이러한 전환의 목적에 부합하는 이론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라며, “좋은 정책은 좋은 이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이론을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고식적인 사고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이론이 가져야 할 핵심적 요소는 사고와 정책의 범위를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중심, 개발중심의 분절화된 체계를 생태친화적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과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그간 인류의 지식, 과학, 생산 체계는 무한정 분열하고 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짧은 인과관계의 확인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과학은 현 코로나19사태와 같은 복잡한 거대 현상에 대해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윤 지향적 자본과 결합하면서 거대해진 과학은 전쟁이나 생태파괴도 서슴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거대과학은 인간을, 시민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전쟁 가능성 뿐만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의 지구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감염병 대유행의 원인이 성찰 없는 과학만능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정치가와 일반시민은 이번 코로나19 유행 역시 과학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며, “따라서 새로운 이론은 이렇게 폭주하는 과학을 시민과 생태환경의 관리 하에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 정책영역 역시 이상의 원칙에 충실한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른바 특정 지역, 국가, 계층의 사람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 지구의 인간, 동식물, 생태계 모두의 ‘공생적 온존(symbiotic well-being)’을 지향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형재난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수준 뿐만 아니라 국제적 수준에서 모든 분야간 긴밀한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한 이러한 전환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지극히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특별히 이러한 거대한 질적 변화는 정부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다. 정부가 가진 공권력과 자본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와 시민의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로의 전환 역시 필요하며, 이 역시 지극히 정치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에 이 모형은 정치생태학적 모형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 궁극적 목표가 모든 존재들의 온존이라는 점에서 ‘공공적 정치생태학(public political ecology of well-being for all) 패러다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보건복지의 이름은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이다.”라고 역설했다.

신 위워장은 “우리 인류가 이러한 삶과 정치, 경제체계의 질적, 양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며, “확실한 것은 우리 인류의 생존은 이러한 정책적, 문명적 전환과 함께 기존 보건복지를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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