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의료계가 상당한 손실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배려와 합의 속에서 의료계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타당한 근거를 쌓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코로나19 특집호 8편’에서 신정우 정보통계연구실 통계개발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의료계의 손실과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신정우 센터장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확산이 계속 이어지면서 의료계는 금전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비금전적인 손실도 겪고 있지만, 아직 두 가지 측면 모두 손실의 규모를 양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전적인 손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감염에 대한 염려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기피해 환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와 협조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ㆍ진료 및 격리하는 등 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인력, 음압 병상, 에크모와 같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과 약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폐쇄하거나 휴업을 하게 되거나, 같은 건물 내의 다른 시설(식당, 영화관 등)을 이용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임시 휴업에 관한 행정명령을 받기도 한다.

신 센터장은 또, 비금전적 손실로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업무를 일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경우, 해당 기관의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은 매일 환자나 감염병에 걸릴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직접 대하면서 감염 위험의 부담을 안게 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 일상적인 업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내 의료기관 간 협력과 소통이 어려워지고 의료기관 내 여러 직종 간 대화가 줄어들면서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뒤따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 대응으로 인해 일반 환자의 치료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거나 의료진의 검사가 소홀하다는 등 지역사회에 도는 거짓 정보로 인해 의료기관의 이미지가 나빠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신 센터장은 “이러한 의료계의 크고 작은 손실은 더 큰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가장 대표적으로 특정 의료기관의 폐쇄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동을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환자가 교통비, 각종 진단 검사 비용 등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일을 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는 적합한 시점에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건강 상태가 악화되며, 의과대, 간호대, 약대 졸업생의 실습 기회가 축소돼 미래 의료 인력이 현장 대응력을 함양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금전적이었든지 비금전적이었든지, 혹은 예측 가능했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의료계의 손실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노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면에서 정부가 ‘의료기관 등의 손실 보상’을 위한 재정을 마련한 것은 의료계의 금전적인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금전적인 손실은 의료인의 건강 위험, 의료기관의 이미지 실추, 국민의 신뢰 저하 등으로, 아직 계량화할 만한 자료가 없어 바로 돈의 가치로 환산해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에 따른 비금전적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근거를 수립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발생 가능한 건강 위험을 줄이려는 의료계 대응에 대한 지불의사액(WTP, Willingness To Pay)’을 조사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활동은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인의 자부심 내지 확신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 센터장은 “최근 정부는 정부, 이해관계자,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의료계의 손실 보상을 위한 기준과항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기준을 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위한 근거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현행법에 기초해 보상 방안을 강구하되, 의료계가 처한 현실과 의료계 내ㆍ외부적 배분의 공정성, 정부의 재정 여력 등을 추가로 고려해 지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감염병 환자 등이 발생ㆍ경유하거나 정부가 사실을 공개한 경우만 손실 보상의 대상으로 보는데, 언론 등 그 밖에 경로로 의료기관 정보가 노출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계의 현실을 고려하여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병원, 의원, 약국 등 코로나19 대응 주체 간에, 외부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영역들과의 균형 있는 배분이 필요하다.”라며, “이때 업무의 강도, 활동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가치적 요소를 반영해 상호 불합리한 배분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신 센터장은 의료계를 향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근거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고 공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 각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을 경험하고 다양한 손실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로서로 탓하고 각자의 이익만을 따지기보다는 서로의 손실을 이해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가는 지혜를 나눴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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