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보건 당국 뿐 아니라 경제, 외교,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부문과의 연계ㆍ협력을 요하는 것과 같이 미래 질병 대응에는 보건정책 뿐 아니라 다부처 협력과 융ㆍ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공중보건정책의 비전과 미래 질병 어젠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의 역할을 지지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코로나19 특집호 2편’에서 채수미 보건정책연구실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와 미래 질병 대응을 위한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채수미 센터장은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이어서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앞으로 발생할 질병에 대한 대비를 차분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미래 질병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보건정책의 과제를 제안했다.

채 센터장은 “미래 질병은 먼 미래에 발생할 새로운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는 건강 이슈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새로운 질병(emerging diseases)’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처음으로 발생한 새로운 질병뿐 아니라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발생률, 지역적 분포가 점차 증가하는 질병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WHO는 건강 위협 요인으로 감염병과 비감염병 모두를 지적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WHO가 발표한 10대 건강 위협 요인은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비감염성질환, 인플루엔자 국제적 유행, 취약한 환경, 항균제 내성, 에볼라 및 고위험성 병원균, 일차보건의료 취약성, 예방접종 거부, 뎅기열, HIV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으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이후 사망자들은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고령자 및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임상적 중증도가 높을 수 있음이 지적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건강 위협이 어디에서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보건정책 과제에 대비하고 있다.

CDC가 말하는 새로운 보건정책 문제에는 식품 및 의약품 생산, 여행으로 인한 해외 이동,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기상현상, 지속적인 인구 증가, 에볼라, 신종인플루엔자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으나 곳곳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유행,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이 포함돼 있다.

CDC의 감시ㆍ역학ㆍ실험 서비스센터(CSELS, Center for 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Laboratory Services)에서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를 신종 건강 위협(emerging health threats)으로 보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 모니터링,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CDC는 ‘2019~2021 국제보건전략(Global health strategy)’에 중요한 건강 영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했다.

영국은 지방정부의 공중보건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공중보건청(PHE, Public Health England)’을 설립해 전국가적 건강 위협, 감염병, 환경 위해 요인에 대응하고 있다.

PHE는 중앙정부(보건부)의 집행 기관으로서 보건부에 근거 기반의 정보를 제공하며, 전문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에 필요한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한다.

영국 공중보건청(PHE)의 우선순위 보건정책 전략*자료: Public Health England(2019), PHE Strategy 2020~25
영국 공중보건청(PHE)의 우선순위 보건정책 전략*자료: Public Health England(2019), PHE Strategy 2020~25

PHE는 국민 건강 증진, 공정한 사회 실현, 공공안전보호, 공중보건체계 강화라는 4개 목표하에 ‘우선적인 보건정책 전략 10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채 센터장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미래 질병과 관련해 특히 관심이 필요한 네 가지 영역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라며, ▲초저출산 및 인구고령화 가속 ▲신종 감염병 및 재출현 감염병의 국내 유입과 유행 ▲기후변화ㆍ미세먼지 등 환경보건 부문의 건강 피해 증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보건의료 분야 대응의 변화에 대해 진단하고 다가올 위협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질병 대응을 위한 보건정책의 방향으로 “현안 중심의 정책 과제 발굴을 탈피하고, 공중보건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목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채 센터장은 “눈앞에 처한 문제 중심으로 과제를 발굴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미래의 새로운 건강 위협을 인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 대비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라며, “정책 당국, 전문가, 국민이 공감하는 보건정책의 비전을 설정하고 한계를 점검해 미래 질병 이슈를 발굴하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래 질병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우리나라의 주요 여건 변화주1)e-나라지표 홈페이지(2019), 합계 출산율주2)질병관리본부 법정감염병분류체계개편*자료: 미래질병과 건강 아젠다 발굴 및 대응 방안 연구(채수미, 윤강재, 서제희, 탁상우, 최지희, 이나경, 2019)
미래 질병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우리나라의 주요 여건 변화주1)e-나라지표 홈페이지(2019), 합계 출산율주2)질병관리본부 법정감염병분류체계개편*자료: 미래질병과 건강 아젠다 발굴 및 대응 방안 연구(채수미, 윤강재, 서제희, 탁상우, 최지희, 이나경, 2019)

또한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질병 문제는 보건 당국 뿐 아니라 경제, 외교,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부문과의 연계ㆍ협력을 요하는 것과 같이 미래 질병 대응에는 보건정책 뿐 아니라 다부처 협력과 융ㆍ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정책 분야 전문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 부서에서는 공중보건정책의 우선순위 비전으로서 건강 문제 대응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리더십과 다부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채 센터장은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부문 간 정책의 경계가 약화돼야 하며, 중요한 공중보건 어젠다에 대해 보건의료 실무자들 간에 빈번하고 실질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채 센터장은 “이 비전 실현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가장 중요하게 지목된 것은 건강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다는 점이다.”라며, “국가 전체 차원에서 건강 및 보건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고, 세대 간 자원 배분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새로운 어젠다가 들어오기 어려우며, 시급한 문제 중심으로 대응해 미래 준비가 불가능한 현실이 지적됐다.”라고 설명했다.

공중보건정책의 비전과 비전 실현의 장애 요인*자료: 미래질병과 건강 아젠다 발굴 및 대응 방안 연구(채수미, 윤강재, 서제희, 탁상우, 최지희, 이나경, 2019)
공중보건정책의 비전과 비전 실현의 장애 요인*자료: 미래질병과 건강 아젠다 발굴 및 대응 방안 연구(채수미, 윤강재, 서제희, 탁상우, 최지희, 이나경, 2019)

그는 아울러 “공중보건정책의 비전을 세우고 미래 질병 어젠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의 역할을 지지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책에서 건강(HiAP, Health in All Policies)을 실현하기 위해 데이터를 생산ㆍ분석ㆍ연구해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위 있는 정보가 생산돼야 하며, 이것이 국가와 지역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소통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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