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지난 26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심카 선별진료소’ 운영을 시작했다.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차에 탑승한 채로 진료부터 검사까지 시행하는 방식이다. 대기자 간 접촉을 최소화해 전염 확산을 막고, 탑승 차 안에서 바로 진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26일 고양시를 시작으로 26일 세종시, 28일 과천시, 청주시, 진주시가 운영을 시작했고, 3월 3일부터 서울시도 잠실주경기장, 서초 소방학교, 은평병원 등 3곳에서 운영을 준비중이다.

▽안심카 선별진료소 도입 과정은?
고양시가 안심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전인 2월 25일 기준으로 고양시 관내에는 선별진료소 7개소가 운영됐다.

선별진료소는 감염증 의심환자가 정식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 방문 전 사전 진료를 받는 곳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자 보건소 선별진료소 상담문의 및 이용자가 증가한데다 병원 선별진료소까지 보건소 선별진료소 이용을 권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진료시간 및 검체채취 대기시간이 길어져 보건소 선별진료소 관련 민원마저 발생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28일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다수 차량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28일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다수 차량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앞서 고양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월 28일 관내 4개 대형병원(일산병원, 백병원, 동국대병원, 명지병원)과 고양시의사회가 함께하는 민-관 의료협의체를 발족했다. 관과 의료인이 감염병 확산을 막기위해 협력하자는 취지였다.

이 협의체에서 김안현 덕양구보건소장이 안심카 선별진료소 도입을 제안했고,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이 힘을 보태면서 급물살을 탔다.

심욱섭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진료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감염 의심자가 주차부터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민원이 다수 발생했고, 전염 확산 우려도 제기됐다.”라면서, “민관협의체에서 전염 확산도 막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차안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고 2월 중순경 시행이 확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심 회장은 “덕양구보건소장이 먼저 제안하면서 의사회에 협조를 요구했다.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다. 당초 25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비로 인해 26일부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안현 보건소장은 “차에서 선별진료를 시행하는 방식은 과거 메르스 때도 전문가들이 제시했다. 협의체에서 김성우 일산병원장도 말했다. 누가 제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공을 돌렸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지역사회 감염이 없었다. 병원 중심으로 감염이 일어나 안심카 선별진료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코로나19는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돼 선별진료의 필요성이 커져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안심카 선별진료소 어떻게 이용하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덕양구 주교동 제1공용주차장에 마련됐으며 2월 26일(수)부터 3월 11일(수)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주간 운영된다.

운전자가 접수단게에서 받는 문진표
운전자가 접수단게에서 받는 문진표

운전자는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이면서 접수→문진→검진→검체 순으로 검사 과정을 진행한다.

운전자는 접수단계에서 받은 문진표를 문진단계에서 작성 후 검진 단계에서 체온측정 및 진료를 받는다.

검진 단계에서 의사로부터 증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정해진 우회로를 통해 진료소를 빠져나가면 되고, 감염 의심자로 판정되면 검체 단계로 이동해 검체를 채취한다.

이 과정이 10여분이면 끝이 난다. 선별진료소에서 30분 이상 소요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김안현 보건소장은 검사과정에 대해 “최근 14일 이내 중국 및 유행국가에 방문한 경우, 최근 대구ㆍ경북지역 방문 또는 신천지와 연관된 경우, 발생지역 방문 또는 동선이 겹칠 때 등 세가지 경우에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중 한가지만 있어도 검체를 채취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기저질환, 호흡관란 등을 고려해서 의사의 재량하에 검체를 채취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폐렴이 의심돼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 가까운 명지병원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료진이 문진중인 모습
의료진이 문진중인 모습

검체 결과는 검사 건수가 많아서 이틀 정도 소요된다.

김 소장은 “고양시 소재 병원 중 3곳은 자체 검사가 가능하다. 6시간 가량 걸린다. 안심카 선별진료소의 경우, 검체를 녹십자를 통해서 검사기관에 보내는데 이틀 가량 걸린다.”라면서, “의심환자에게 검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안내한다.”라고 말했다.

▽안심카 선별진료소 얼마나 이용하나?
안심카 선별진료소가 운영된 첫날에는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과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마스크와 장갑, 방호복을 착용하고 검진을 시행했다.

의료진이 검진중인 모습
의료진이 검진중인 모습

김안현 소장을 비롯한 덕양구보건소 직원이 문진과 검체 채취를 진행했고, 시설관리공단에서도 현장 지원을 나왔다.

홍보가 안된 탓인지 첫날 이용자는 7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둘째날인 27일 오전 213명 검진을 받았고, 오후까지 총 383명이 다녀갔다.

28일 오전에도 12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일평균 200명 가량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구에서 바라본 안심카 선별진료소 검사과정
출구에서 바라본 안심카 선별진료소 검사과정

현장에는 타지역 주민이 찾아와 검사를 요구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고양시는 첫날에는 타지역 주민도 검사를 진행했으나 둘째 날부터 타지역 주민을 돌려보냈다.

정성렬 덕양구보건소 보건행정팀장은 “강서구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와 곤란했다. 첫날에는 검사에 응했으나 둘째 날부터 돌려보냈다.”라고 말했다.

또, 운전자가 동승자의 검사를 요구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고양시는 동승자의 검사 요구를 거부했다. 정 팀장은 “안심카 진료 취지는 감염 의심자와의 접촉을 줄이고, 대기자의 불편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동승자를 검사하게 되면 접촉 가능성도 커지고 검사 지연으로 대기자의 불편도 커진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인 참여 호소하는 고양시의사회
고양시의사회는 회원들에게 2월 25일과 28일 두차례 안심카 선별진료소 참여를 호소하는 대회원 안내문을 보냈다.

고양시의사회는 “환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만 내린다. 의사는 방호복을 완벽히 착용하고 떨어져 문진만 하므로 감염 걱정은 거의 없다. 선별진료소 진료의사보다 훨씬 안전한다.”라고 안내했다.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의사가 자가격리되는 우려에 대해 “의사가 보호 장구를 완벽하게 했고, 시민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의사는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라는 보건소장의 답변을 얻었다.”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고양시의사회에 따르면, 28일까지 20명의 지역의사가 참여를 신청했다.

의사들은 오전(10시~1시 30분), 오후(1시 30분~5시)로 나뉘어 두 명씩 검사과정에 참여한다. 하루 4명이 현장에 투입되는 셈이다.

고양사의사회 심욱섭 회장
고양사의사회 심욱섭 회장

첫날 진료에 직접 참여한 심욱섭 회장은 “안심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려면 의사가 확보돼야 한다. 보건소 의사만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의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고양시가 운영중인 선별진료소는 대기시간도 길고 감염 우려도 크다.”라며, “더 안전한 카 선별진료에 동네의사가 참여하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심 회장은 김안현 덕양구보건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덕양구보건소장의 역할이 컸다. 카 선별진료를 제안하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의사회와 꾸준한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의사 출신 보건소장의 존재이유다. 지역의 보건 행정을 책임지는 보건소장은 의사가 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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