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다가올 ‘4.15 총선’ 기류에 편승하면서, 이번에도 여지없이 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국회의원 선거 4년 장터에 지역 특산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주장은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우려와 계속되는 일손 부족을 주장하는 병원의 입장에서 당연히 문제 제기가 될 만하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에 맞서 의사 수 증가율을 계상하였을 때, 남아도는 의사에 대한 적법한 우려도 얼마든지 국가 사회적인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각 정당의 정치인들은 오로지 국회 입성과 정권장악을 위해 자신들의 지역구에 의과대학 신설 공약을 내세우며 의과대학이 설립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이른바 의학교육의 지역경제기여도에 대한 요상한 논리를 연결하여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다.

‘의료경제학’에 이런 주장이 있는지, 만일 근거 있는 주장이라면 이를 뒷받침할 이론과 실증이 필요한 사안인데, 의대신설과 지역경제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의료계에 몸 담아 온 필자로서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선거와 정권 홍보로 기획되는 의사인력 수급 정책 세밀한 계측 보다 선심성 주장에 힘 실어
공공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우리나라 전체 75% 이상의 의과대학이 사립 형태인 점을 감안하고 대부분의 의료가 민간의료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빗대어 보면, 반드시 공공의대 출신에 한하여 공공의료기관에 취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궁색하기만 하다.

공공의료기관 취업 용도인지 아니면 의료 취약지 배치를 위한 목적인지도 분명치 않고, 이런 주장을 하는 분야의 의사수요에 대한 정확한 자료나 근거도 미약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구인난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을 지금 보다 더 매력적인 직장으로 꾸며보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의사 수에 관한 정확한 계측과 수요 산출 등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정부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면허 관리를 정부조직의 한 작은 부서가 담당하고 있고, 그나마 우리나라의 모든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정보를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몇 명의 공무원에 의존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기대치에 못 미친다.

물론 심평원을 통하여 실제 의료 활동을 통해 청구하는 의사 수로 대강의 간접 추계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대강의 자료이지 정확한 자료는 아닐 것이다. 보험 청구와 상관 없는 진료 영역과 여기에 종사하는 의사수도 많을 뿐 더러, 그 숫자 역시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할 수 없다.

단골로 등장하는 OECD 평균 수치는 이 자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또는 주문하는 정부의 입맛에 따라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인용을 애용해 온 듯 하다.

세계 OECD 국가 중에서 정확하게 의사수를 제시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나라가 될 지 궁금하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정확한 자료와 근거, 의료 수요 예측 체계화된 관리운영시스템
몇몇 선진국은 의사를 비롯하여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정보를 매우 꼼꼼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낸다.

정확한 자료가 필요한 이유는 의사인력 양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고 이에 따라 인력양성 정책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나 선진국에서 의사면허기구는 의사인력에 대한 추계의 정확도와 타당도를 높이는 원천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면허기구가 의사면허에 대한 정보를 매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에 가능하다. 면허의 발부와 유지, 그리고 자의적이던 타의적이던 면허의 종료를 신고하게 되어 있어 매우 정확한 자료를 산출하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군대의 일일 보충 병력과 같은 개념이다.

이런 제도로 군대는 매일 병력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

캐나다는 2018년 기준으로 89,911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인구 10만 명 당 241명의 의사 수로 환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의사 수 증가율이 평균 인구 증가율을 2배 이상 추월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캐나다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비율이 1970년대 이후 50~53% 범위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캐나다에서 한 명 단위의 숫자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캐나다 전체의 보건의료인력 파악을 위한 캐나다보건정보연구원(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 CIHI)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때문이다.

캐나다건강정보연구원은 캐나다 전역의 건강관리, 건강 시스템 및 인구 건강 개선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되는 비교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데이터와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의사 인력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의사직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인구학적 분포, 지역별 분포, 연간 수입액, 연간 활동 등 다양한 의사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주먹구구 방식 정부 의료인력 제대로 파악 못해 VS 캐나다 한명 단위 정확히 카운트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캐나다 전체 의사에게 지급된 의료급여액은 전년대비 3.9% 포인트 증가한 274억 캐나다 달러(한화 약 24조 5,700억원)이며, 의사의 평균 세전 수입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34만 5,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3 억1,000만원)이다.

가정의학과 의사의 평균 수입은 28만 1천 캐나다 달러(한화 약 2억 5,000만원)이고, 내과 계열 전문의는 평균 36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3억 2,000만원)이다.

외과계열 전문의는 그 중 가장 높아 평균 48만 1,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4억 3,000만원)이다.

그러나 위의 자료는 행위별수가에 의한 지급액의 총액으로 의사 1인당 정상적 근무시간으로 계산한 보정치는 이보다 더 높게 나온다.

의사근무도 시간제 근무 또는 다양한 근무형태로 주 5일 정상근무로 환산한 평균 수입은 가정의학과 의사가 32만 5,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2억 9,000만원)이고 내과계열 전문의는 39만 8,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3억 9,000만원), 그리고 외과계열 전문의는 56만 4,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5억 1,000만원)이다.

2018년 기준 캐나다 인구는 약 3,774만 명이고 1인당 국내 총 생산(GDP per capita)은 4만 6,125달러(약 5,500만원)로 세계 순위 17위로 랭크된다.

의사에게 지급된 진료 급여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자하는 지불체계는 행위별 수가제이며, 2017~2018년 기준 약 73%이다.

의사가 제공하는 행위별수가제 서비스는 크게 상담과 왕진(consultations and visits), 그리고 처치(procedure)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2017~2018년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의사가 제공한 서비스와 진료비용을 살펴보면, 상담과 왕진(consultations and visits)이 전체 서비스의 72%를 차지하고 총 진료비의 67%를 차지하였고 이 가운데 처치(procedure)는 의료서비스의 28%를 차지하고 총 진료액의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공공의료가 기본인 나라에서 의료전달체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종합병원 위주의 각종 검사와 처치로 연명하는 우리나라 의료계와는 달리 1차 진료 영역이 의료생태계 안에서 건강히 살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떼 법 포퓰리즘 선동에 밀리는 전문가적 판단과 기준 결국 의료생태계 궤멸 경고등 점멸   
캐나다의 인구와 총생산액, 그리고 캐나다의 의사 수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절대로 모자라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근무시간을 감안한다면, 의대신설이나 정원증가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핵심은 의료전달체계 수립과 일관된 의료정책의 바탕 하에 설계된 의사인력의 배분 문제와 고용구조인데 여전히 돌고 돌아 의료수가와 총 의료비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공산이 아주 커 보인다.

캐나다 의사의 약 1/4은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필요하면 출신국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캐나다 입장에서는 훨씬 경제적이다.

이민을 허용하는 나라에서 그렇다고 의사만 입국통제 할 수도 없고 고학력자의 수입이 캐나다 사회의 이민정책에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절대 실이 되지 않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캐나다에서 의과대학 정원증가나 의대신설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우선 교육비용과 의과대학 시설 투자 제반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비나 교육비에 대한 세밀한 계산 없이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공공의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전문가적 판단 없이 정치적인 고려로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여야 한다는 뚜렷한 정부 정책과 병원의 인력이 부족하여 다시 병원 수급용 싼 의료 노동력의 추구는 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세계 2위 수준의 병상보유에 대한 대책도 장기적인 수용가능한 정책안은 보이지 않는다.

원격의료도 시설이 좋은 종합병원 위주로 발달한다면 이 역시 의료전달체계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의사들에게 수용가능한 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감염병이 돌아 병원 마당에 설치한 텐트에서 진료하였다고 이것을 원격의료의 효용성으로 포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선전문구가 애처롭고 씁쓸해 보이기만 하다.

타국에서 볼 수 없는 최악의 의료윤리지침인 ‘대리처방’도 알고 보면 미 충족 의료인데 이것을 사람을 이용한 원격의료화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도 알고 보면 미 충족 의료에 대한 무책임하고 비도덕적 정책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면 미 충족 의료에 대한 정확한 수요조사와 이에 소요되는 정상적인 의료비 증가에 대한 추계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추계에 따른 교육비 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문민정부 봇물 터진 의대 신증설 아직도 후유증 심각 여전히 분칠한 선거용으로 둔갑
진정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면 합당한 근거와 자세한 자료, 그리고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의료정책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의 인력부족에 대한 현상도 정부가 잘 탐구하여 인기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강력히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이 갖는 특성답게 기관의 역할도 명확히 정립하여야 한다. 민간의료와 불필요한 경쟁은 피하여야 한다.

민간의료에 다가갈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다면 철저히 이들을 위한 좋은 시설로 탈바꿈해 주어야 한다.

취약계층 의료가 싸구려 의료가 되어서도 안 되고 근무자의 위상이나 자기 만족이 낮아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명예와 자긍심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관심은 의사인력의 증가로 낙수효과를 바라보는 것 같다.

200개가 넘은 4년제 간호대, 그리고 60만 명이 넘는 간호조무사 양성에도 여전히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여전히 학교신설에만 집요하게 안구가 충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병원 인력보충을 위하여 연간 1,000명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 주장도 제기되었다.

1,000명의 수용에 관한 장기대책은 어렴풋이나마 서 있는지 궁금하다. 무조건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다 보면 알아서 잘 자랄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사고방식인지 정부와 해당 공무원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전문의 보드를 취득해도 어렵게 수련 받은 전문 과목으로 생계유지가 힘들어 속칭 돈이 되는 진료 영역을 찾아 험난한 일정에 나서야만 하는 것이 요즘 의료계가 광범위하게 맞닥뜨린 끔찍한 상황이다.

얼마 전 몰라보게 급성장한 보훈병원 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눈부신 발전의 비결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병원 고위 관계자로부터 “우리병원은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니라서”라는 예측  못한 답을 들었을 때 무언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참으로 역설적인 대답이기도 하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은 짧고 진솔한 답변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관료주의가 작동원리인 의료정책에서 정무적 판단의 등쌀에 공무직의 영혼을 언제든지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 국민소득 3만불을 돌파한 민주화 이후의 초(超) 민주화 시대의 진정한 모습인지 아련하기만 하다.

이런 가슴 답답증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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