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족 외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도 환자를 대신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2월 19일부터 2020년 1월 28일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 27일 개정돼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17조의2(처방전) 2항에 따르면,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傷病)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환자의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또는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직계비속의 배우자, 기타 환자의 계속 진료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

현행과 개정안의 처방전 수령 허용범위 비교
현행과 개정안의 처방전 수령 허용범위 비교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각각 2017년 4월과 9월 발의한 법안을 병합심사해 의결한 내용이다.

개정 전 의료법은 처방전을 환자가 아닌 자에게 교부할 수 있는 경우가 ‘의식불명’이었는데, 두 개정안은 의식불명 뿐만 아니라 거동 불가능 및 장기간 동일 처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까지 교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교부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주호영의원안은 기존과 같이 환자 가족으로 한정했는데, 김상희의원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추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호영의원안은 원칙적으로 처방전 대리수령을 금지하고,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두 개정안은 2018년 9월 4일과 6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두 차례 논의됐는데, 당시 전문위원실은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 대리처방이 필요한 환자 가족 등에 대한 처방전 교부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고시를 통해서 장기간 동일한 처방을 받거나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가족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법 17조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상희의원안과 같이 처방전 교부 대상을 노인의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차관도 “현재 대리처방이 필요한 가족들에게 처방전 교부 근거가 없어서 명시적으로 하려고 한다. 건강보험에서 가족들이 갈 경우에도 일부 인정을 하고 있고, 보험수가도 있다.”라며, 법안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주호영의원안과 같이 처방전 대리수령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며, 벌칙 조항은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4일 법안소위원들은 대리처방 확대에 따라 의약품 불법 유통이 확대될 소지가 있으므로 환자 가족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는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에 한정해 대리처방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며, 대리수령한 경우에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6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보건의료정책관이 “현장 의견을 들어보면 개정안 내용이 현행 고시나 유권해석을 상향 입법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방전 발급의 기본원칙은 대면진료다.”라며, 법안소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처방전 대리수령시 500만원의 벌금 부과 조항도 함께 통과됐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법안 통과 이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2018년 11월 12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의 수정ㆍ보완사항 두 가지를 요구했다.

먼저 의사회는 “신체가 건강하고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정신건강 문제가 꽤 많다. 최근 보도된 강력 범죄 중 정신질환이 관련된 경우, 대리처방이라는 부득이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면 범죄에 따른 희생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면서, “대리처방 가능의 사유로 의사 등이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 외에 ‘정신질환으로 자타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거나, 병식 결여로 치료를 거부해 본인, 가족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의사회는 “정신건강 문제의 발생 및 악화에, 직계 보호자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경우, 환자가 위의 법안에 한정된 보호자만으로 대리처방의 대상을 한정하면 일부 정신질환의 치료에 오히려 큰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라며, “대리처방이 가능한 주체로서 ‘다만 정신질환의 경우 환자가 지정한 사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함께 방문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확인을 득한 경우는 보호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추가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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