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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책에서 의료계 역할은?4일 국회 토론회 개최…역량 갖추고 직역이기주의 탈피해야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9.12.05 6:12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역량을 갖추고 직역이기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정부 주도의 규제는 완화하고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보건의료정책에서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역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전문가인 의료계를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전문가가 소비자, 환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신뢰를 갖고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손 과장은 또, “보건의료 전문가에도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약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소통해서 의료서비스가 잘 제공될 수 있게 할지도 중요하다.”면서, 전문가 간 소통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어 손 과장은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정책이 진행됐다. 20년 전만 해도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는게 수월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회가 변화하고 소비자 요구수준도 다양해졌다.”라며, “또,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보건의료 전문가와 정부의 정책집행 과정, 수행여건이 변화됐다. 시행규칙, 지침 하나를 개정하고 만들려고 해도 의료전문가의 도움과 참여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식으로 여건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집단이 이해관계집단에 머물 때와, 변화된 정책집행 여건에서 전문가집단으로서의 공익, 공공의로서 역할을 수행할 인식과 역량, 제도적 기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인식 부분은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해집단의 이익 위주가 있고, 역량 부분은 최근 인력정책에서 요구되는 기대와 요청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기반의 경우 전문가평가제를 예로 들면, 인식과 역량은 어느정도 되고 있는데, 조사권 등 실제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전문가집단으로서 의료계가 공급자집단인 의료계가 공공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식과 역량을 좀 더 갖추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대국민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보여야 좀 더 진척이 있을 것이다.”라며, “직종간 각자의 이익만 고수하면 정책대안이 있어도 합의가 어렵다. 각 직종에서 제3자의 관점을 갖고 적극적인 정책대안을 내고, 그걸 뒷받침하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공공성 강화와 국고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의료비 지출은 적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의료보험의 보장률은 OECD 평균 이하이다.”라며, “정부 입장에서 높은 의료수준과 적은 의료비 지출은 유지하고 싶어하면서 낮은 보장률을 높이려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낮은 보장률이란 비급여진료를 급여진료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정부와 여권이 진행중인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이러한 기조 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재원확보가 명확하지 않아 재원고갈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할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이사는 “주요국가의 경상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중을 보면, OECD 주요국의 공공재원 비중은 대부분 70% 이상이므로 우리도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재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17년 OECD 국가의 경상의료비 중 정부, 의무가입 보험재원 비중을 보면, OECD 평균이 73.5%인데 반해 한국은 58.2%에 불과했다. 미국은 81.8%, 가까운 일본은 84.2%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는 특히 재정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한다면, 이를 정책수단으로 삼아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이사는 “현재는 부족한 재원과 보장성을 민간 사보험 시장이 대신하고 있으며, 사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영역이 있다. 공공성 강화를 제대로 추진을 하면 사보험 시장이 줄고, 비급여 진료의 규모도 정부가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며, “즉, 대부분의 비급여를 급여화해야 하는 정책적 문제에서, 비급여 영역을 자연스럽게 급여화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근본적 처방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또, 의료보험료의 국고지원 강화와 조세전환을 주장했다.

박 이사는 “현재는 보험의 형태로 조세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직장인과 의료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사실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조세 전환을 고려해볼 만하다.”라며, “소득세처럼 수입에 따른 차별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 효과는 더 효율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국고지원의 강화가 절실하다며, 우리나라(13.4%)와 비슷한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들은 대만 22.9%,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처럼 국가 지원금이 매우 크며, 더 나은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정부가 국고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욱 단국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국회, 여당, 정부, 의료계의 역할을 제시했다.

선택진료비 폐지와 관련해서는 “가족이 수술을 받을 때 레지던트에게 받고 싶나, 경력이 많은 교수에게 받고 싶나? 이들에게 같은 수가를 주는게 맞나?”라며, “모든 공무원이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이라고 반문했다.

국민부담 완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같이 모든게 정부 통제하에 있는 보건의료 체계라면 의료인 경력을 고려한 선택진료비 폐지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또, 공공의과대학 설립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공의대가 없다면 설립할 수도 있겠지만, 10개 이상의 국립의대가 사실 공공의대다.”라며, “그 의대들이 제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 후에 만들어야지, 정책적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정부여당 정책으로 확정된건 단계적 노력 없이 실현시키려는 모습이 강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사면허관리기구에 대해서는 “자율적 질서를 키우려는 노력 없이 자율적 질서가 커질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 주도의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계의 자율적 질서를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회를 향해 “서구사회가 의료보장을 이룩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하고, 관련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 대화가 가능한 법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뤄내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표현하는 흔들리지 않은 ‘의료헌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소비자단체도 의료계 자율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료소비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지금까지 일련의 논의가 정부나 국회, 전문가에게만 한정돼 있을 뿐 정작 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인 의료소비자의 가치와 역할을 진정성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지는 않는 것 같아 아쉽다.”라며, “소비자의 감성적 측면을 도외시한 보건의료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이어 “의료계가 의료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의료공급자인 의료인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단기간에는 의료계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요자인 소비자들의 불만과 오해가 쌓여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으로 의료계에 돌아올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내용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려면 철저하고도 엄격한 자율준수가 반드시 병행 또는 선행돼야만 한다.”면서, “내부에서의 엄격한 자율규제를 소홀히 하면서 의료계에 대한 외부의 규제와 감시에 대해서만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 소비자가 공감하지 못한다. 소비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사업자단체가 현행 의료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집단 이기주의나 직역 이기주의로 매도될 수 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백 회장은 “의료계 차원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혁신과 엄격한 내부규제가 이뤄져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이 오해하지 않고 의료계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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