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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투입 의대 신설, 국민 부담만 가중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헬스포커스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9.12.04 9:42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 공청회 참가 소회

지난 11월 22일에 국회에서는 국립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선거철만 되면 여지없이 우려먹는 의대 설립 문제는 이미 부실의대 문제를 심각하게 경험한 의학계로서는 해당 주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부실 의과대학의 표상과도 같았던 서남의대의 아픈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실 규모가 더 거대해 질 수 밖에 없는 국립공공의대의 출현 가능성에 대하여 의학계나 의료계 모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반대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지역구 주민에게 대학신설을 약속한 여당과 지역 국회의원은 최소 수천억을 투입돼야 하는 이 사업을 기필코 실현시키고자 애써 여론 조성을 하고 나아가 정권의 힘을 이용하여 강력하게 추진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형식만 공청회 진술인 구성부터 균형 잃은 편향된 구조에서 진행
공청회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개방된 형태가 아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하고 여야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청된 3인의 전문가들이 각각 의견을 진술하도록 했고, 이어 질의응답과 국회의원들의 발언 등으로 공청회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3인의 진술인을 살펴보면 공공의대 설립 반대쪽에 있는 1명의 진술인과 2명의 찬성 진술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균형은 이미 시작부터 깨져 있었다.

전문가 대표 그룹인 진술인 구성부터 이미 한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져 있었고, 공청회 형식이라는 내부 진행 프로그램 또한 공공의대 신설을 위한 편향된 구조적 불평등성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날 공청회는 보건복지부 담당 국장 등 공무원의 배석도 있었다. 그러나 진술인간의 토론이나 진술인의 질문은 허용하지 않았고 배석자들 역시 질문에 대한 대답 이외 자유 발언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장면들은 아마도 국회차원에서 질서 유지와 효율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한 진행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공청회 개념에서도 살펴본다면, 진술인의 구성은 최소한 찬성과 반대, 그리고 중립 정도의 균형을 잘 갖추어야 공청회로써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고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마다 반복 식상한 레퍼토리 매번 OECD 의사 수 단순비교로 여론 호도
공공의대 설립은 의과대학 신설이라는 주제로 놓고 볼 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순천, 목포, 인천, 서울 등 신설 의대 설립에 대한 요구는 항상 똑같이 제기되는 주제이고 설립하겠다는 배경 역시 의료낙후지역, 의료취약지역, 공공의료기관 및 의사부족 등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단순 레퍼토리에 불과하다.

여기에 매번 빠지지 않는 언론 홍보용 단골 메뉴는 OECD 의사숫자 비교인데, 올해에도 의대 신설 용 사전 군불 때기 용도였는지는 몰라도 “한의사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의사 숫자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논리와 검증이 미약한 단순 가공 자료를 바탕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40개 의과대학과 폐교된 서남대학을 포함해 41개 의과대학이 4,000만 인구를 위해 설립되었는데 인구 100만 명 당 의과대학이 1곳 이면 이미 의사양성기관의 양적 규모로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숫자이다.

이런 의학교육의 사회적 맥락에서 다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의료 수준의 상승을 위하여 택한 방법이 의과대학 신설이고 특별법을 만들어 설립근거를 제공하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료 취약지 배치, 공공의료기관, 국제보건 등 특별한 목적으로 졸업생의 역할을 국한하고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매우 비민주적인 제도로 이를 어겼을 때는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단일 公보험체제 최대 구매자 민간의료 구조에서 민간-공공 구분 의미 없어
우리나라 의료의 90%는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한다. ‘공공의료’라고 명명된 단어는 실상 국제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로 최근 접해본 단어는 공공재원에 의한 의료기관 소유 형태가 그나마 가까운 개념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단일 의료보험제도는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이미 공적인 사안인 동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보험회사를 설립한 형태이다.

이 건강보험제도의 최대 구매자는 바로 우리나라 전체 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이다.

공(公) 보험의 최대구매자는 민간의료기관인데 이를 두고 민간의료라고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공의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취약지 의료, 공공기관 제공 의료, 아니면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진료 등 명확한 기준과 개념을 통해 똑 부러지게 대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껏해야 공공이 소유한 의료기관의 의료라는 의미로 축소되는데 과연 이런 구분이 실제로 민간의료와 얼마나 다른가는 구분하는 의미도 미약하고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를 강화하여 기존의 의사들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가장 흔한 보건소 근무도 지차제장에 의하여 과도한 영향을 받고 있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업무 성격상 어느 정도의 재량권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지자체장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와 ‘정무적 판단’에 의한 인사 상 불이익은 물론 각 지자체별 보건소 근무환경과 보수체계의 표준화도 요원해 보인다.

경기도 지사의 경기도 산하 의료원 경영이나 공공기관의 사례를 보아도 공공기관이 매력적인 환경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공공기관이 불필요한 보건의료의 정치적 시범사업의 시험장소가 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선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덕분에 경기도 산하 의료기관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불필요한 수술방 CCTV가 모두 붙어있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수술실 환경을 구축하게 되었다. 

▽의료 취약지 주민에게 신속한 전문 진료 연결 제공 시스템이 진정한 해결책
의료 취약 지 해소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우리나라 영토가 작아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 취약 지는 도서, 산간지방, 아니면 도시 빈민을 의미할 수 있다.

의사가 배치되려면 우선 적정한 규모의 환자 군이 있어야 한다. 흔한 사례로 거론되는 취약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문제는 해당 취약지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배치한다고 하여도 전문의에 해당되는 적절한 산부인과 환자가 있어야 전문의로 역량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취약 지 거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자신들의 거주지 근무 의사 선호보다는 최대한 단시간 내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원할 것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취약 지 의료지원에 대한 해결책으로 성공적 사례는 거주민 출신 학생들을 거주지에서 가까운 의과대학에서 선발하여 이들이 의사가 되어 다시 거주지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의과대학 입학제도의 변경으로 취약 지 해결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갖고 온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취약지에 대한 엄밀한 사전 조사와 필요지역이 선정되어야 하는데 행정지역의 구분에 따른 취약 지 선정은 행정 구역 간 경제지역의 취약지구가 이미 다른 행정구역의 의료를 불편 없이 이용하는데도 여전히 취약지구로 취급되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진정한 취약 지 조사가 우선이고 선정된 취약지에 의사를 상주시킬만한 환경인지도 면밀히 점검하여야 한다. 

▽정치 도구 삼아 의대 신설 강행 시 역량 ‘취약 의사’ 양산 가능성만 높아져
의사가 취약지에서 평생 감기환자나 난이도나 복잡성이 낮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한다는 것도 전문직 속성에 볼 때 매우 부정적이며,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의사 단독으로 근무하는 취약지에서 시간이 흘러갈수록 누구나 시나브로 ‘취약한 의사’로 전락해갈 수 있다는 느낌을 극복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취약 지 의료가 아닌 이미 취득한 전문 과목에 국한돼 있는 진료 분야도 환자가 없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의료 환경이 점점 메말라가는 또 다른 형태의 ‘취약 지 의사’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정한 역량 있는 일차의료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료 환경을 뒷받침하는 근무조건으로 적정한 평생교육 이수제도를 보장하는 정책은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면허유지가 아닌, 최소 평점 이수가 아닌, 근무계약에 의한 고용주 부담의 평생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환자수가 적어도 역량 유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평생교육에 할애해야 한다. 

태국은 취약 지 의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배려로 도시 의사 보다 높은 수당을 보장하고 있고 경력이 올라갈수록 경력에 대한 호칭을 명예롭게 격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필요시 개원의에게 해외 의학교육 연수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의료 취약 지 근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들의 예를 살펴보면, 대개 취약 지 근무 의사가 근무환경에 의해 역량이 뒤처지는 것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소외지역 의료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정책적 배려를 시행한다.

다양한 평생교육 이수 지원과 근무연한에 따른 소득 보장, 그리고 충분한 휴가기간 등 취약 지 의사 스스로 의사로서 보람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휴가기간 동안 마땅한 대체인력을 자연스레 맞물려 투입하는 세세한 관심도 이들 국가가 챙기는 일이다.

▽공공의사 양성이 순수 목적이면 전문 교육 과정만으로 충분 의대 신설 명분 약해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여 국립중앙의료원을 실습병원으로 하고 여러 공공기관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하면 공공의료에 정통한 의사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실습병원이 2, 3차 병원인 경우 전문의 과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실제 공공성의 함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만약 공공성 부여라는 명제로 교육을 시킨다면 차라리 졸업생 모두를 1차 진료 전문인 가정의를 만들고 지역사회의학, 공중보건학, 보건의료정책 등 이들에게 필수적인 교육을 석사 정도의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공공성 제고는 공공의대 졸업생이 아닌 다른 일반 의과대학 졸업생도 필요한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이 된다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현재 상위에 랭크돼 있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그룹은 대개 부속병원이나 의료원의 총 수입액이 1조원을 상회한다.

반면에 평가인증의 경험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볼 때 하위권의 의과대학이 소속돼 있는 의료기관의 의료수익 즉, 외형은 2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연간 약 300억 원의 적자기관이다. 물론 ‘착한 적자’로 간주되나 의과대학을 소유하였을 때 문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이 튼실한 부속병원을 운영하지 못했을 때 의과대학 자체의 발전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 목적 아닌 표심 계산이 우선이면 ‘신설-폐교’ 등 ‘정치적 돌려막기’ 악순환 반복
과거 서남대는 의과대학을 남원에 세우고 변변한 의과대학 부속 병원 하나를 운용하지 못하고 재단소유 여러 대학의 재원을 동원하여 ‘돌려막기’로 버티다가 결국 폐교되었다.

폐교대상으로 평가된 지 무려 10여년을 질질 끌다 다양한 교육적 해악을 사회에 끼치고 나서 강제로 문을 닫게 된 것이었다.

첫 졸업년도 학생의 부실한 임상실습 시위부터 시작된 서남의대의 사태를 지켜보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 부처와 서남의대의 대가성 관리를 받은 지역의 정치인이나 지도자를 보며 결국 서남의대의 설립은 정치적인 설립이었고, 결말 역시 정치적으로 폐교되었으며, 또 다시 잠시 숨고르기 이후에 무늬와 색깔을 바꿔 다른 정치적 의도로 설립하려는 사회적 악순환의 그림자가 드러나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보다 더 그럴 듯하게 ‘국립’ 형태로 변모시켜 사업의 위험도마저 훨씬 커진 새로운 증강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공의료대학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국립의대나 정원 40명 규모의 소규모 의과대학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여 취약지역 거주지 학생선발과 공공개념을 위한 특수교육 제공 등 실현 가능한 타당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충분히 모색해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정원 49인의 국립공공의대 설립과 운영을 위해서 국민의 혈세 몇 천억 원을 투입할 만한 필요성과 타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이런 가용 예산이 있다면 몇 천억이 아닌 몇 백 억 만이라도 의사양성에 투입해 보기를 간곡히 바라는 심정이다.

여전히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는 90%의 공공보험 구매자가 민간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동시에 우리나라 75%의 의과대학이 사립 형태의 구조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제 애써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공공’과 ‘민간의료’의 구분을 국가가 나서서 더 이상 진영논리 따지듯 선을 긋지 말 것을 엄중히 주문하고 싶다.

▽정부가 꿈꾸는 공공의료 양성 의대교육부터 평생 동안 국고 투입하고 관리해야 가능
의사는 전문의 취득 후 공공기관을 외면하고 민간기구나 개원을 한다하여 마치 사적 이윤추구를 위한 집단처럼 표현하는 허구의 논리를 보며 개원하는 의사도 결국 국가공보험인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받는 자유인이 아닌 준 피고용인인 셈인데, 개원 의료나 민간의료가 공공성이 없다는 듯한, 이상한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

모두를 공공의료인으로 만들고 싶으면 국가전액부담 의사양성제도를 도입하여 의과대학부터 전문의과정, 그리고 추가교육이나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도 공공이 일체 책임지고 맡아서 투입해야 명실 공히 대한민국의료가 ‘공공’이 되고, 의료인도 공무원이 아닌 ‘공공의료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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