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에서도 폭언과 폭력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회원을 대상으로 진료실 폭언ㆍ폭력과 관련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2,034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ㆍ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전체 2,034명 중 1,455명으로 71.5%에 달했다.

이는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에서 일어난 폭언ㆍ폭력을 당한 경험에 대한 결과여서, 응급실이 아닌 일반 외래진료 중에도 폭언ㆍ폭력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언 또는 폭력을 경험한 의사 가운데 약 15%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해, 단순 폭언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실 내에서 직접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진료실 내에서 직접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진료실에서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인 피해, 즉 부상에 이른 비율이 10.4%에 달했고,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는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었다.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1~2회 경험한다는 의사회원의 비율은 50%가 넘었다.

매달 한번씩은 겪는다는 비율도 9.2%에 달했고, 매주 1회 이상 또는 거의 매일 겪는 회원도 확인됐다.

폭언 또는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고 이외에도 긴 진료대기시간과 비용 관련한 불만 등이 있었다.

특히, 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발급과 관련한 불만이 응답자의 16%로, 많은 이유 가운데 상위를 차지했다.

실제 환자의 상태와는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이나 이미 발급된 서류의 내용을 허위로 수정하도록 요구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의사 회원은 전체 응답자 2,034명 가운데 무려 1,254명(61.7%)으로 나타났다.

최대집 회장은 “최근 실손보험 청구라든지 장애등급의 판정 등을 위해 의사에게 진단서와 같은 서류를 원하는대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요를 하거나, 심지어는 협박하는 사례도 있으며 이러한 갈등이 폭언과 폭력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법에는 진단서를 허위발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규정만 있다.

최대집 회장은 “대다수 의사회원이 진단서의 허위발급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라며, “진단서 허위발급을 요구하거나 종용하는 사람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신고나 법적 대응을 했음에도 처벌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신고나 법적 대응을 했음에도 처벌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반의사불벌죄 삭제와 진료거부권 확보의 필요성 역시 확인됐다.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한 회원이 28%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실제 실질적인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해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 등을 취한 것이 가장 많았다.

또, 피의자의 사과나 요청에 의한 취하, 사법 절차 진행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한 취하까지 더하면, 취하를 이유로 처벌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74%를 차지했다.

특히, 한번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가 시간이 흘러 다시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했다는 의사회원이 61%나 됐다.

이러한 경우,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의 다른 환자를 진료하거나 진료 외적인 일상생활에까지 스트레스를 호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설문에 대해 최 회장은 “의사들은 일반적인 진료실에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많은 의사가 실제 환자의 상태와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의료기관 내 폭력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진단서 등 서류 발급에 있어 허위내용 기재를 요구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규의 신설을 추진함으로써 회원을 보호하겠다.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정당한 진료거부권 보장의 필요성이 재확인된만큼,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들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의료인 폭행 문제를 놓고 많은 대안이 제시됐을 때,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과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는 응답이 없었다.”라며, 의료기관 안전수가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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