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법안 발의 의원실은 심평원이 서류 전송업무를 맡게 될 경우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에서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기관 보상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와 의료계, 보험업계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가 지난 5일 고용진의원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개최한 항의 기자회견 모습
의사협회가 지난 5일 고용진의원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개최한 항의 기자회견 모습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각각 지난해 9월 21일과 올해 1월 28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진의원안은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실손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또, 해당 서류의 전송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재수의원안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했고, 보험회사ㆍ보험가입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동안 의료계는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는데, 최근 정부가 이 법안에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협회와 산하 시도의사회 및 각과의사회, 일부 학회도 보험업법 개정안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참여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지난달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역행하는 보험업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법안을 발의한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의협 주장이 이해는 잘 안 된다. 성명서를 보면 ‘개인정보 수집간편화법’이라고 주장하는데,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환자가 보험사에 전달했던 내용을 절차만 간소화하는건데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의협은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는데, 심평원이라는 믿을만한 공공기관이 중계기관을 하면 오히려 그런 걱정이 더 없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환자가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보낸 후 문서를 버리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는데, 전산화하면 의료기관에서 심평원을 통해 보험사로 바로 가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확률이 더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의협의 속내는 그런 부분보다는 심평원이 중계 역할을 하는게 맞는지, 사적 계약기관인 의료기관이 청구대행을 하는게 맞는지, 나중에 심평원이 비급여 수가를 들여다보려는 것 아닌지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대놓고는 얘기 안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법안이 지난해 9월 발의되고 꽤 논의도 됐다. 이제 각자 주장들은 정리된 것 같고, 어느게 더 합리적이고 국민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인지 판단할 시기다. 10년 전부터 권익위에서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개선하라는 권고도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법안에 그런 부분까지 담긴 쉽지 않다.”면서, “정부와 의료계, 보험업계, 심평원, 복지부, 금융위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니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 법안인데 정작 시민단체가 반대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데 그건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런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장성 강화에 역행한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그 주장을 반문해보면 실손보험 청구절차가 불편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나?”라며, “그 두 개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단순히 기존에 있는 청구절차를 간소화해 국민편익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내용은 다르지만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전재수 의원실은 ‘싸잡아’ 비판당하는게 다소 억울하다며, 의협에 언제든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고용진의원안은 서류전송 업무의 위탁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명시한 반면, 전재수의원안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할 수 있고, 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재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안은 심평원을 경유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의협이 우리 안도 그렇게 반대할지 의문인데, 아직 직접적으로 연락온 적이 없다.”라며, “(고용진의원안과) 같이 싸잡혀서 욕먹는게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법안도 맥락은 같으니 의협이 법안을 반대할 때 같이 묶어서 얘기하는 것 같은데, 연락을 달라. 우리도 얘기하고 싶은게 많고 충분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중계기관과 관련해 시행령으로 빼서 여지를 남겨뒀다며, 중계기관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기존 망사업자나 핀테크사업자가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도 있는 등, 충분히 의료계와도 협의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두 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다른 법안을 심사하다가 시간이 지나 논의조차 안됐다. 정무위는 이달 20, 21일 열릴 법안소위에 다시 한번 상정해 병합심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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