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더라.”

이는 불분명한 사유로 정신병원 개설 불허 통보를 받은 의사가 지난 9일 인천시 서구청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서 한 하소연이다.

제용진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요건을 갖춰 정신병원 개설 신청을 했음에도 허가를 받지 못했다.”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제 원장은 “21년간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를 열심히 돌봐왔고, 나름대로 멋진 정신병원을 개설하려고 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정신보건을 담당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정신병원은 과거 조현병 환자를 모아 놓고 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그런 병원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난폭함을 조장할 수 있는 위험한 병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 원장은 정신병원 개설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도 공무원과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제 원장은 “보건소를 찾아갔더니 지역주민의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 동사무소를 찾아가 담당자와 면담을 요청했더니 만나주지 않았다. 지역주민을 직접 설득하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역시 만나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주민들이 설명회를 개최하라고 해서 준비했는데 다시 집회를 하더라.”라고 억울해 했다.

구의원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제 원장은 “구의원은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관내에 개설하려는 정신병원이 난관에 부딪혀서 어려우시겠다고 위로해 줬다. 하지만 구위원들을 모아서 설명하려고 했더니 모이지 않는다며 곤란해 했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정신병원이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 정신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대체 왜 그러나?”라고 물었다.

제 원장은 “지역주민이 이 나라의 대법원보다 더 무섭고, 법 위에 있는게 주민들의 민원인가? 헌법과 기본법보다 위에 있는 게 떼법인가?”라고 묻고,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제 원장은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분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와 행정기관에서 정신병원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왜 설명하지 않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어떻게 말도 안되는 WHO의 권고기준을 내세워 정신병원을 불허하겠다고 하나?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할 때 정신병원이 위험하지 않고 지역 정신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이 나라의 의사로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정신병원을 열겠다는데 그걸 막는 이 나라에 왜 있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자식들 생각에 그럴 수 없었다. 제 조카중에 의사가 3명이다. 저를 보고 의사가 됐다고 했다.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 끝까지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제 원장은 “관심을 갖고 자리를 마련해준 최대집 의협회장에게 감사드린다.”라면서, “이번 문제는 일개 병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법하게 정신병원을 개설하겠다는 의사의 기본적인 진료권과 진료를 받을수 있는 환자의 권리를 무시하지 말아 달라.”면서, “정신질환자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한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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