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국가 폐암검진 시행을 강행해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오는 8월 5일부터 만 54세부터 74세까지의 장기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폐암검진사업을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폐암검진은 최근 개정된 암관리법 시행령과 암검진실시기준(고시)에 따라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보유한 자에 대해 2년 주기로 실시한다.

폐암검진 대상자에게는 저선량 흉부 CT(Computed Tomography)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 및 금연상담 등 사후 결과 상담이 제공된다. 폐암검진 대상자는 폐암 검진비 약 11만원 중 10%(약 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건강보험료 하위 50%와 의료급여수급권자는 본인부담이 없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폐암검진은 폐암 발생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해 정기적 검진을 지원함으로써 폐암을 조기에 발견ㆍ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폐암검진기관 정보수집 및 맞춤형 교육 등 폐암검진의 질 관리를 강화하고, 금연치료 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장기흡연자가 폐암 검진 이후 금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폐암검진이 가짜 암환자를 양산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복지부가 해명을 하고 다시 전문가단체가 재반박에 나서는 모양새로 이어졌었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회장 이정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폐암검진은 의료의 본질을 망각한 위험한 정책이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회는 “현재까지의 의학 연구로 밝혀진 폐암 검진에 대한 학술적 임상적 성과를 충실하게 적용한다 해도, 폐암 검진으로 흡연자의 실질적인 사망률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량의 가짜 암환자를 양산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폐암 검진을 국가 암 검진으로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폐암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20% 낮춘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알고 보면 황당한 논리라고 연구회는 비판했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 5%에서 4%로 단지 1%의 감소에 불과한 것을, 상대적인 감소율로 계산해 20%나 감소한다고 과장했다는 지적이다.

연구회는 “이는 통계 수치를 이용한 명백한 기만이며, 폐암 검진의 효과를 부풀리고, 위험성을 감추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암 검진의 중요한 위험은 검진 자체가 아니라 검진으로 인한 2차 피해에 있다.”라고 역설했다.

연구회는 “가짜 폐암(양성결절)환자와 과다진단된 암 환자는 엄청난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즉, 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받지 않아도 될 추가 검사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폐암 검진은 특히 위양성(가짜암) 진단율이 높아서, 암 아닌 많은 환자들까지도 추가검사, 조직검사, 수술까지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드물지만 사망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커다란 위험성을 도외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좋은 검사인양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정책이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윤리에도 어긋나는 위험한 행위이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연구회는 “현재 폐암검진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거나, 더구나 국가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권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폐암 검진에 대한 특별한 연구 결과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여러 자국의 실정에 최적화한 폐암 검진에 대한 연구를 수십 년 해오고 있지만, 한국은 작년에 처음으로 시범사업을 마쳤을 뿐이다. 그 시범사업 결과마저도 의료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연구회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방법부터, 최첨단 혈액 검사까지 동원하여 세계 의료계가 폐암의 발생, 예방, 치료법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 중이지만, 아직은 그 효과에 대하여서는 의문투성이이며, 따라서 세계의학 회의에서도 폐암 검진의 효과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국가가 나서서 어설픈 폐암검진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커다란 오판이다.”라고 주장했다.

국가 폐암 검진은 수많은 흡연자를 대량으로 가짜 암환자로 만들어 끊임없는 검사와 수술 등의 고통과 걱정으로 몰아서,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치는 재앙적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구회는 “극히 일부 흡연자가 본인이 받게 될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감수하고도 검사를 받겠다면 허용할 수는 있겠으나, 국가 암 검진에 포함해 강압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정책은 전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도 정부는 세계 최초 국가 폐암 검진이라는 성과에 집착해 국민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섣부른 국가 폐암 검진 정책에 대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암 전문 의료진, 암 관련 의학 학회 뿐 아니라, 모든 의학 학회와 협회가 책임 있는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 폐암 검진 정책의 효용성에 대하여 흡연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충분한 사회적, 학술적, 임상적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복지부는 같은 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폐암검진의 효과를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년간의 시범사업 결과 외국 임상연구보다 검진의 효과성이 높고, 폐암 조기발견율이 일반 폐암환자의 3배 수준으로 검진이 폐암 조기발견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폐암검진 이후에는 금연상담을 받도록 하여 금연과 연계되도록 하고 있으며,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추가적 영상검사를 통해 2차 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양성 판정환자가 모두 침습적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폐암검진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성, 효과성이 확인됐으며, 비용-효용평가에서도 경제성이 인정되는 검사로 폐암검진 도입 이후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검진에 따른 위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폐암은 사망률이 높고 조기발견이 중요한 질환이라며, 폐암검진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폐암검진 도입과정에 대해서는 “저선량 흉부CT 방식의 폐암검진은 2000년 초반부터 미국ㆍ유럽 등에서 이뤄진 임상연구를 토대로, 국내에서 전문가 논의를 거쳐 폐암검진 권고안 마련(2015), 시범사업 실시 및 평가(2017∼2018), 국가암관리위원회 의결(2018년 12월) 등을 거쳐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폐암검진 권고안 마련과 시범사업 운영 및 평가는 대한폐암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관련 전문가 단체의 참여 하에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는 “폐암검진의 질 관리를 통해 위양성 판정을 최소화하고 검진의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인력, 장비 등)을 갖춘 종합병원급 이상 일반검진기관으로 폐암검진기관을 제한하고, 검진대상도 폐암 고위험군(55~74세의 30갑년 이상 흡연자)으로 제한했다.”라고 전했다.

폐암검진 질 관리 과정
폐암검진 질 관리 과정

또한, 국립암센터에 중앙질관리센터, 3개 지역암센터를 권역질관리센터로 지정하고, 폐암검진 기관의 검진인력(영상판독, 결과상담)에 대해 일정한 사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질관리 과정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8일 복지부의 해명자료에 대한 반박 성명을 통해 “폐암 검진은 안전성과 효과성,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연구회는 “폐암 검진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효과에 대한 논란이 국제적으로도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의 폐암 검진의 효용성이 외국보다 더 높다는 주장은 거짓이다.”라고 꼬집었다.

연구회는 “현재의 기술로는 세계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보다 검진성적이 좋을 수는 없다. 위양성 판정을 최소화한다고 했으나 이는 거짓 주장이다. 위양성을 줄이면 위음성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어느 누구도 위양성만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결과가 좋은지 제대로 평가된 적도 없다면서, 현재 겨우 시범사업 연구만을 했을 뿐 그마저도 제대로 된 학회 발표도 없었으며, 아직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아서 학계의 비판이나 평가가 시작도 안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구회는 복지부가 가짜 환자 문제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여러 연구를 통해 폐암 검진의 위험성, 특히 과도한 위양성 발생, 즉 가짜 암으로 인한 피해의 위험성이 논의돼 왔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 암 검진으로 폐암 검진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복지부는 이에 대해 동문서답만 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기존 임상시험에 의하면 검진 참가자의 약 25%는 위양성이었으며 검진을 국가전체로 확대할 경우 더 높아진다.”라며, “가짜 폐암환자들이 추적검사나 확진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폐암 검진에 대해 적절한 검정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거짓 주장이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국가 폐암 검진은 가짜 암 환자를 대량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치료로 얻는 편익보다 중요한 것은 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료 윤리에 위배되는 정책이다. 즉시 재고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만 55~74세, 30갑년 이상 고위험군(흡연자 또는 금연 후 15년 이내) 1만 3,345명을 대상으로 폐암검진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저선량 흉부 CT 촬영 및 사후 결과 상담 등의 검진을 진행했으며, 국립암센터와 13개 대학병원 등 총 14개 기관이 참여했다.

복지부는 30일 배포자료를 통해 외국의 경우 임상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폐암 고위험군에 대한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폐암검진을 공식 권고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폐암검진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폐암검진을 ‘Grade B’로 공식 권고하고 공공ㆍ민간 의료보험으로 지원 중이다. ‘Grade B’는 순편익이 적당히 높다고 강력하게 확신해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대부분 공공ㆍ민간보험 등에서 본인부담금 없이 보험이 적용된다. 유방암 검진(유방촬영술), 결핵검진, C형간염검진 등이 ‘Grade B’에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보건부 산하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 55~80세 중 30갑년 이상 흡연자 대상 1년 주기로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주관으로 폐암사망률이 높은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폐암검진을 지원 중이다.

55~74세의 흡연 경험자 대상으로 폐암 위험도 평가를 거쳐 고위험군 판정시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통한 폐 건강평가 및 금연치료 사업을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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