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아의 유도 분만을 준비하던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2심 재판중이던 산부인과 의사(A)가 법정에서 구속되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올해 6월 27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A 의사에게 금고 8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2018년 9월 18일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의사와 간호사가 산모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술 이후 상당한 양의 출혈을 동반했으나 병원 측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기록된 사건의 경과를 보면, 환자는 만 33세의 초산모로서 임신 26주 3일차인 2016년 5월 3일 간헐적인 설사가 있고, 구토를 하고, 오심ㆍ복통이 있어 13시 40분경 피해자의 부친과 함께 해당 의원에 내원했다.

A 의사는 환자와 태아의 상태를 초음파로 진찰한 결과 전치태반은 아니나 자궁 내 태아가 2주 전에 사망했다고 진단하고 사산 분만을 권유했다.

A 의사는 14시 45분경 사산 분만을 결정한 환자에게 양수파막 시술을 했고, 간호사에게 자궁수축제(옥시토신)을 30분마다 4가트씩 증가 투여토록 지시했다.

환자는 양수파막 시술 직후 출혈이 있고 양수가 흘러 패드를 깔았고, 젖으면 교체했다.

15시 36분경 환자가 입원실의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어지러워하다가 쓰러지자 간호사가 환자를 부축해 병실 침대에 눕혔다.

A 의사는 간호사로부터 가족들이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고 하혈을 해 의사의 회진을 원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16시 24분경 환자의 병실에 회진했다.

환자는 19시경부터 ‘밑이 가라앉는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호소를 했고, 20시 13분경까지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손발이 뒤틀리는 현상을 보이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A 의사는 20시 13분경 환자의 병실로 들어가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관삽관을 했으며 전원조치를 지시했다.

119 구급대가 20시 22분경 해당 의원에 도착해서 20시 30분경 환자를 전원했다.

환자는 20시 35분경 전원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당시 혼수상태, 심정지, 호흡정지 상태이고 동공 반응은 없었다. 환자는 21시경 사망했다.

▽사건 경과
2016년 5월 3일
13시 40분 복통 호소하며 내원-초음파 검사로 태아 사망 확인
14시 45분 양수판막 시술, 자궁수축 분만유도위해 옥시토신 투여(피해자 복통 반복 호소, 이후 양수 배출 및 질출혈로 패드 28장 교체)
16시 24분 1회 회진했으나, 자궁수축 정도나 생체활력 징후(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확인 안함
20시 13분 환자,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출혈성 쇼크
20시 22분 119구급대 도착, 환자는 동공반사 없는 뇌손상(전원)
21시 00경 경북 안동 모 병원서 사망

 

경찰이 해당 의원에서 환자 관련 수사를 하면서 환자병실에서 사용한 패드 28장이 든 비닐봉지 2개와 사용하지 않은 패드 5장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패드 28장 중 4개는 전체가 피로 젖어 있었고, 6개는 절반이 젖어있었고, 18개는 패드 일부가 피로 젖어있었다.

피해자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자궁은 팽대돼 표면이 자주색 또는 암청색을 띄고 있고, 피해자의 태반은 자궁의 우상방 내측에 위치해 있으면서, 태반과 자궁벽 사이가 분리돼 있었으며 분리된 공간 내에서 최소 200ml의 응고된 혈종이 형성돼 있었다. 응고된 혈종은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은폐성 출혈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자궁외표에서 파열이나 열창 등의 개방성 손상은 보지 못했으나 태반이 부착됐던 자궁근육층과 장막 아래에서 광범위한 출혈 소견을 보이고 이로 인해 배안에서 대량의 출혈(최소 1,700ml)이 발생한 상태로 확인됐다.

환자는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재판부는 “A 의사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초음파 결과 태반에 약간 저음영으로 이상 소견이 있었다’, ‘태반에 변성이 있었다’고 진술했고, 환자 보호자가 원심 법정에서 A 의사가 회진할 때 출혈 원인을 묻자 ‘태반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애가 나온 뒤에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라며, A 의사는 피해자의 태반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의 주된 증상 및 징후는 질출혈, 자궁동통 및 요통, 태아사망 등이 있다. 질출혈은 태반조기박리의 진단에 있어 매우 주요한 증상인데 환자에게는 양수파막시술이나 자궁경부확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질출혈이 있었고 의사도 피해자에게 출혈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판단했다.

의사협회에 대한 감정촉탁 회신결과에 의하면, 남아있는 28개의 패드에서 확인된 혈액량만 500~700cc로 추정돼, 양수파막시술로 인해 발생한 출혈이라고 보기에 많아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출혈로 판단했다.

여기에 16시 2분경 버려진 패드들과 피해자의 상태가 19시경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면서 패드를 깔아주지 못하고 그냥 이불에 하혈하도록 두었다는 보호자의 진술 내용까지 고려하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출혈양은 단순히 양수파막시술이나 자궁경부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양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많았다고 회신했다.

재판부는 “A 의사는 회진을 하면서도 피해자, 피해자의 유족 및 간호사들에 대한 문진 또는 피해자에 대한 촉진 등으로 피해자의 하혈과 통증의 양상 및 정도, 생체활력징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고, 분만기록지 또는 간호기록지 등도 확인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에게 발생한 질출혈이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것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출혈 및 통증을 호소하면서 회진을 요청한 시점 또는 그 후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했다거나, 추가적인 혈액검사를 시행했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의 위험도는 증상이 발현했을 때 얼마나 빨리 진단을 내리고 처치를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피해자의 통증을 동반한 출혈의 정도나 양상 등에 비춰 태반조기박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수혈용 혈액을 준비하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거나 전원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A 의사는 피해자에 대해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고,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로, 피해자가 전원될 때까지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고, 피해자는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모체의 사망률이 높지 않음에도 결국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광범위한 출혈 및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게 됐으므로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과계가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선 “A 의사는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유족들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제시한 것 외에 그들의 정신적 충격을 위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이 위험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발생했고, A 의사가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저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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