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 도입이 시급하지만, 정부가 현존하는 시범사업인 ‘고혈압ㆍ당뇨병 등록사업(이하 고당 등록사업)’의 성과를 검토해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시범사업(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구축하고 있어 행정ㆍ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고당 등록사업이 없어진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향후 기존 사업을 통합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ㆍ윤일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전국 300만 명 고혈압ㆍ당뇨병 환자 의원-보건소 협력 관리사업 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강원도 홍천군 고혈압ㆍ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는 “2012년부터 시행된 유사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및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통합 시범사업은 건강보험체계에 의한 공급자(의사) 중심 제공모형으로, 보건의료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과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통합해 올해 1월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기존 사업 중 ▲고혈압ㆍ당뇨병 등록관리사업과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 통합모형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원영 중앙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경기도 광명시 고혈압ㆍ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는 고당 등록사업의 성과를 발표하며,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고당 등록사업에 참여하는 군이 비등록자보다 약국 평균 처방일, 처방순응도(290일 이상)가 높아졌으며, 등록자의 경우 보건기관의 환자 구성비가 감소했으며 의원의 이용도가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또, 고당 등록사업에 참여하는 등록군이 대조군보다 사망률,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확률이 낮았으며, 성별, 연령, 소득수준 및 선행질환을 보정한 후에도 뇌혈관질환 입원, 심장질환 입원, 신장질환 입원이 대조군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당 등록사업의 경제성 평가 결과에서도 무형의 편익을 제외하더라도 해당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입증됐으며, 특히 합병증 예방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19개 지역에서 50만명이 등록돼 있는데,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경우 300만명 정도의 노인이 등록해 5년 동안 국민의료비 4,000억원이 감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노인빈곤 감소에 도움을 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주치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당 등록사업에 참여한 한충민 남양주시 한내과의원장도 이 사업의 장점으로 ▲고혈압 및 당뇨질환 치료의 지속성 높아짐 ▲환자에게 일부 경제적 혜택 ▲당뇨 및 고혈압에 대한 교육기회 증가(혈압, 당뇨, 식이, 운동교육) ▲안과 검진기회 증가로 합병증의 효율적인 질환관리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환자 및 의료진 인센티브 부족 ▲등록환자의 만성질환 교육참여율 부족 ▲65세 미만환자의 참여 부족 등을 지적했다.

한 원장은 “환자 및 의료기관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SNS를 이용한 교육 등 당뇨 및 고혈압 교육의 다변화로 교육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역시 고당 등록사업 참여자인 왕준광 광명시 왕내과의원장도 ▲사업참여의 편의성 ▲환자 및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 유도 ▲진료의 보완 역할 ▲의사 간의 교육편차 극복 등을 장점으로, ▲인센티브 부족 ▲대상 연령층 외 참여 부족을 단점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보건당국은 고당 등록사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와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정부가 기존 4개의 사업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우선 ‘지역사회 일차의료시범사업’과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통합해 올해 1월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6월 24일 현재 약 2,000여 개 동네의원이 참여해 13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과장은 이어 “이제 기존 ‘고당 등록관리사업’과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가 남아있다. 2개의 시범사업은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라며, “고당 등록사업의 장점인 지속적 관리 가능, 교육센터 기능, 중앙정부 차원의 센터 종사자 교육 등을 어떻게 통합에 결합할지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또,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의 경우 건보공단 시범사업으로 8,000개 의원이 참여중인데, 환자의 지속 참여와 환자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감액해 진료비를 절감해주는 점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이 두 가지 사업을 일차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추진중인데, 고당 환자 모두가 대상이 아니라 중증이 우려되는 대상은 어떻게 상급으로 연계하고 나으면 회송할지도 고려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당 등록사업에서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교육 참여율 등에 대해 사후관리 문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당센터 인력 6~7명으로 지역의 4만명 환자를 관리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어 김 과장은 “정부 입장에선 보건소와 동네의원의 역할을 따로 봤다. 이번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 중요하게 보는건 지역 거버넌스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라며, “이에 따라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지역의사회가 중심이 돼 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도 동네의원에 촉탁해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일차적으로 교육과 진료를 동네의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매우 부족해 ‘케어코디네이터’라고 해서 간호사, 영양사가 팀을 이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맞춤형 관리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2년마다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 자료를 담당의사에게 동네의원에세 제대로 평가하고 맞춤형 건강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결국 전달체계 측면에서 상급종병에 가서 진료받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동네의원의 서비스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동네의원이 교육과 상담기능을 대폭 보완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관련수가도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의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고당 등록사업의 장점을 어떻게 연계할지 따로 연구하겠다고 역설했다. 고당 등록사업의 장점은 제대로 된 훈련받은 간호사, 영양사가 교육시키는 체계인데, 이 부분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담아 어떻게 역할하도록 할지 고민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과장은 “고당 등록사업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오해다. 현재 일부 지역만 누리고 있는 혜택을 전국적으로 발전ㆍ확산시키자는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중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시범사업을 하며 여러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겠지만, 고당 등록사업을 어떻게 통합시킬지, 통합안이 마련되면 24개 지역 고당 등록교육센터장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네의원이 모든걸 다 할 수 없다. 보건소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보건소의 역할을 어떻게 연계시킬지 2개 지역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이를 토대로 보건소 모형을 만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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