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요양급여비용(유형별 환산지수) 협상이 막을 내렸다.

5월 31일 오후 3시에 시작된 마지막 날 협상은 6월 1일 오전 8시 20분께 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의 결렬 선언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매년 수가협상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가협상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하는 추가소요재정을 놓고 공급자 유형별 제로섬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재정운영위는 공급자단체 협상단에 추가소요재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급자들은 수가협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한 추가소요재정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공급자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수가협상을 깜깜이 협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병원협회와 의사협회가 각각 10회, 치과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협회는 각각 9회, 조산사협회는 3회 건강보험공단 협상단과 마주앉았다.

협상 회차가 늘어난 것은 먼저 도장을 찍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공급자들은 협상장을 나설 때마다 “다시 오겠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몇몇 단체는 작심한 듯 “우리가 가장 늦게 찍겠다.”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한 병원협회가 협상을 마무리한 시간이 오전 5시 40분이었고, 한의협, 치협, 약사회도 오전 7시를 넘겨 협상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협상 종료시점이 늦어진다는 데 있다. 협상시간을 줄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소요재정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의사협회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최초 1.3% 수치를 제시받았다고 공개했다.

다른 공급자단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협회는 최초 1%에도 못미치는 수치를 제시받았고, 치협, 한의협, 약사회는 1% 초ㆍ중반 수치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상단장에 따르면, 각 공급자단체가 처음 제시받은 수치를 역산하면 재정운영위가 처음 제시한 추가소요재정은 5,000억원 가량이다.

공급자단체와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5월 10일 첫만남을 가졌다. 이후 3주 동안 각각 3차례 만남을 갖고 협상 마지막날 4차 협상에서 공급자들이 제시받은 금액이 5,000억원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후 반나절 만에 추가소요재정은 1조 478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다.

당초 재정운영위가 추가소요재정을 어느 수준으로 고려한 건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어쨌든 올해 수가협상은 끝이 났다. 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도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수가협상 과정의 미비점을 개선한다고 한다.

협의체의 첫 논의 주제는 추가소요재정의 공개 여부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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