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자에 따른 연이은 범죄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퇴원한 중증정신질환자 38%가 갈 곳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25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탈원화 핵심은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관리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수는 527여 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중증정신질환자는 전체의 1%인 52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정신질환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정신질환자의 57.6%인 30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샘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말 강북삼성병원에서 발생한 고 임세원 교수의 살인사건이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 및 살인사건은 온나라를 경악하게 했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기는 현상을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프로그램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 방치돼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진주 살인사건으로 신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지난 24일에는 창원에서도 10대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인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렇듯 정신질환자의 치료 시기와 관리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돼서는 안되며 지속적으로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신보건의료는 인력부족과 예산 면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수는 독일의 경우 0.27명인데 반해 한국은 0.07명에 불과하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정신건강전문인력 수도 유럽은 50.7명이나 되지만, 한국은 16.2명에 그친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국 243개 정신건강센터는 2,524명이 6만 1,220명의 관리대상 등록환자를 챙겨야 하는 실정이며, 정신질환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시ㆍ군ㆍ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곳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1곳당 평균 직원 수는 9.7명으로 사례관리 요원 1명이 약 60∼100명의 등록 정신질환자를 돌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요원의 고용과 근로조건은 갈수록 악화돼 이직율이 높아지고 인력수급도 어려운 지경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2019년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은 72조 5,148억원이며, 이 중 보건예산은 11조 1,499억원, 정신보건예산은 1,713억원으로 보건예산대비 1.5%에 불과한 점도 꼬집었다.

보건의료노조는 “OECD주요 국가별 보건예산에서 차지하는 정신보건예산이 평균 5.05%라는 점을 감안해 볼때 1/3 수준으로 꼴찌 수준이다.”라며, “이 정도의 예산으로 국민의 정신건강정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정신건강정책이 대부분 민간영역에 맡겨져 있어 국가 주도의 정신건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랜 기간 중증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것은 가족이 감당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인구구조로는 많은 정신질환자가 가족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지역사회 중심으로 치료와 지원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공립 정신병원이 7.4%밖에 안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신보건제도의 현 수준을 말해준다.”라며, “탈원화정책은 지역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야만 가능하다.”라고 역설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 식 대응방법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한계를 드러낸다.”라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인력과 예산을 늘려 정신보건의료시스템을 새롭게 다시 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증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는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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