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범위를 두고 갈등하는 약사와 한약사 집단이 각각 입법청원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시민입법플랫폼인 ‘국회톡톡’에 두 직역단체는 하루 간격으로 약사법을 개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국회톡톡은 ‘나의 제안을 직접 국회로’라는 모토로 시민 제안을 토대로 1,000명 이상이 참여하면 의원과 매칭해 입법까지 연결되는 ‘시민입법플랫폼’이다.

현재 두 안건 모두 1,000명 참여 기준을 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 22명에게 메일로 전달돼 ‘의원 매칭’이 진행 중이다. 입법 타당성을 인정한 국회의원이 안건을 채택할 경우 실제 입법활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먼저,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은 지난 2일 약사법 50조 3항의 개정을 제안했다. 9일 현재 2,100여 명이 찬성했으며, 댓글도 1,100여 개가 달렸다.

조합은 약사법 50조 3항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를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로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애매한 법률조항의 미비점을 해소해 약사와 한약사가 각각의 면허범위 내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은 “1994년에 탄생한 한약사는 한약조제를 담당하기 위한 직능으로, 약사법 2조 2항에 직능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라며, “하지만 수 년간 한약사들은 약국 개설 후 면허범위를 넘어서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을 판매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한약제제에 대한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약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선 행위들은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약사단체의 입법 제안에 한약사들도 반격에 나섰다.

다음날인 3일 ‘행동하는 한약사들의 모임(행한모)’ 역시 약사법 50조 3항과 저불어 약사법 2조 2호의 개정을 촉구했다. 이 제안에는 1,200여 명이 찬성했으며, 댓글 300여 개가 달린 상황이다.

행한모는 “전문가인 한약사가 한약제제를 조제ㆍ판매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행한모는 1994년에 탄생한 한약제제는 해당 시점에 같이 탄생한 한약사가 담당하기 위한 한방의약품으로, 약사법 2조 2호에 한약사의 업무범위가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 한약사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약사가 한약제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 2조 2호에 ‘약사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는 자로서…’라며, 괄호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행한모는 “2000년에 첫 한약사 면허자가 배출되고 20년 가까이 흘렀다.”라며, “이제는 약사의 약사업무에 관한 약사법 2조 2호의 괄호조항을 삭제해 약사가 한약제제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고, 동시에 약사법 50조 3항을 개정해 일반의약품을 약국개설자가 각각의 면허범위 내에서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약사가 전문영역이 아닌 한약제제를 취급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위해요소이며, 한약사제도를 만든 1994년 당시의 사회적합의와 사회정의에도 어긋나는 상황이다.”라며, 약사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국회톡톡’은 지난 2017년 3월에 시작된 시민입법플랫폼으로, 보건의료 관련 법률안으로는 어린이 병원비 관련 입법이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10월 4일 제기된 ‘만15세 이하 어린이 병원비 국가가 보장하라!’는 제안에 1,201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ㆍ남인순ㆍ오제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입법 활동을 진행해 실제 법안 발의까지 이어졌다.

다만,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어린이병원비 국가 완전보장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채 다른 건보법 개정안과 함께 통합심사돼 ‘대안반영 폐기’됐다.

지난해 7월 16일에는 ‘대한민국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촉구합니다’라는 제안이 올라와 1,077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ㆍ오제세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제안에 응답해 입법 활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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